2주 연속 첫 풀 참가 「스포츠서울마라톤대회」(34번째)
1. 대회개요
○ 대회명 : 제7회스포츠서울마라톤대회
○ 일시 : 2009. 11. 15(일) 09:00
○ 장소 : 상암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
○ 주최 : 스포츠서울(주관 : 앤앤앤 스포츠)
○ 코스 : 평화의 광장~한양대학교 살곶이체육공원 왕복
(한강 고수부지도로)
○ 종목 : 4종목(5km, 10kn, 하프, 풀)
○ 참가비 : 40,000원 (풀코스)
○ 기념품 : 스켈리토 트레이닝세트(긴팔 상의+5부 하의
타이즈), 완주메달, 간식
○ 총경비 : 105,200원(참가비 포함)
○ 소속 : 동해시청마라톤동호회, 동해마라톤클럽
○ 기록 : 04:10:3739 (358위 / 553명 - 남자)
○ 우승(풀) : 이현석 / 02:37:54.81
2. 참가배경
팔을 다쳐 5개월을 뛰지 못하다 올해 4월 20일 다시 시작한 이후 연내 10개 대회를 뛰기로 나름 계획은 세웠는데 그동안 제대로 참가하지 못했다. 좋은 계절 내버려두고 이 추운 계절에 무리해서 뛰는 것 같아 후회스럽다만 일단은 10개를 채우려고 한다. 개인적인 스케줄을 고려하다보니 2주 연속 참가인데 한 번 해보자는 도전의 마음뿐이다. 그러나 ‘포항호미곶대회’에서 고생을 많이 한 이후 1주일 내내 비가 내리므로 걷기 회복훈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술자리는 계속 이어지니 심적 부담은 갈수록 커짐을 느낀다.
3. 대회장에 도착할 때까지
11월 14일 18시 30분에 간단한 짐을 챙겨 집을 나선다. 당초에는 14시 9분차로 출발 예정이었으나 직원 화합행사에 참석했다가 그만 분위기에 젖어 출발시간을 늦춘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큰 고생을 하게 되었다. 택시를 이용 터미널로 이동하여 19시 05분 동서울행 버스(15,300\)를 타고 서울에 도착하니 22시 05분이다. 모임에서 마신 술 때문에 차를 타자마자 잠이 들었고 서울에 도착해서야 눈을 뜬 것 같다. 새로 만든 광화문광장을 구경하기로 했으므로 늦은 시간이지만 22시 15분에 지하철(1,100\)을 타고 광화문에 도착하니 22시 55분이다. 아니나 다를까 ? 외투 속을 파고드는 쌀쌀한 바람과 늦은 시간 때문인지 분위기가 썰렁하다. 사진 촬영을 하는 외국인의 모습도 간간이 보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는 못하다. 가장 교통량이 많았을 서울 한복판의 도로 중앙에 이렇게 큰 광장이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다. 의경 2명씩으로 구성된 여러 순찰조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는데 군에 입대한 아들의 모습이 생각나 그저 안쓰럽게만 느껴진다. 겨울 날씨를 만만하게 보고 얇은 땀복만 입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지만 그냥 갈 수는 없으므로 광장 전체를 벌벌 떨면서 한 바퀴 둘러본다.
이곳에서 찜질방을 찾아볼까하다가 괜한 시간 낭비다 싶어 23시 25분에 지하철을 이용 강변역으로 향하는데 23시 45분 두 역을 앞 둔 성수역에서 다 왔으니 내리라고 한다. 무턱대고 내려서 저녁식사를 할 겸 가까이 보이는 이북집찹쌀순대집을 찾아들어가 순대국밥과 소주 1병(8,500\)으로 언 몸을 녹인다. 늦은 시간이었으나 손님은 만원인데 ‘음식재료에 이상이 있으면 10억원을 배상하겠다’는 주인의 약속광고문구가 이채롭다. 물어물어 23시 55분에 역 앞에서 멀지 않은 ‘나성보석찜질방(8,000\)’ 찾아들어간다. 이제야 오늘의 계획된 일과는 끝났다 싶어 안도의 한 숨이 나온다. 추위에 굳고 피로에 지친 몸을 풀기 위해 사우나를 한 시간 정도하니 제 컨디션이 돌아온 듯싶다. 노천사우나는 처음 보았으며 찜질방의 규모도 다녀본 곳 중에 가장 큰 것 같다.
05시 50분에 일어나 06시부터 순두부(5,000\)로 아침을 먹는다. 늦은 시간에 저녁식사를 해서 속이 불편하지만 먹어두는 것이 힘이다 싶어 깨끗이 비운다. 바깥 날씨도 춥기 때문에 사우나를 하고 T.V를 보다가 07시 40분에 찜질방을 나왔는데 너무 여유를 부려 대회 참가를 장담하기 어렵다. 07시 50분에 지하철(1,100\)을 타고 08시 50분에 월드컵경기장역에 도착한 후 대회장에서 물품을 맡기고 복장을 갖추니 09시가 되었으며 풀코스 출발신호가 들린다. 그래도 찜질방을 나오는 순간부터 대회장까지는 계속 뛴 덕분에 억지로 출발시간에 댄 것인데 게으름을 피운 것이 후회스럽다. 스트레칭을 하고 화장실에 갈 시간적 여유도 없으므로 곧바로 출발선으로 갔는데 역시 하프 선수들이 도열해 있다. 배번호 붙일 새도 없으므로 팬츠 주머니에 넣고 칩을 매달며 운동화 끈을 대충 묶는다.
4. 대회 참가 및 완주
정신이 없어 무슨 얘기를 하는 지 알 수는 없지만 배동성씨의 간단한 안내 멘트를 듣다가 09시 07분경에 하프에 끼어 출발을 한다. 맨 뒤에 섰는데 과연 얼마나 가서야 풀의 후미를 만나게 될 지 마음은 조급하기만 하다. 몸을 충분히 풀어주지 못한 탓인지 벗은 몸으로 느끼는 추위는 오싹오싹하다. 인파 속으로 파고들지만 크게 나아지는 것도 없다. 대로를 벗어나 강변 고가도로를 지나니 겨울 강바람은 더욱 거세기만 하다. 하프는 뛰어 본 지 괘 오래되었는데 속도가 너무 빠르다 싶지만 그저 휩쓸려 간다. 2km도 채 뛰지 않아 한강변 고수부지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다. 몇 년 전 경향신문 마라톤대회 때는 4차선 강변도로를 통제하고 뛴 기억이 있는데 어느 쪽이 과연 더 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몇 달 전 푸르름을 자랑했을 이름모를 나무들, 꽃들, 풀들은 누렇게 변한 채 겨울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겨울 날씨 치고는 좋지만 햇볕조차도 온기를 느낄 수 없게 하며 잔잔해야 할 검푸른 한강물도 바람에 몹시 출렁거린다. 5km를 09시 37(30‘)분에 통과한다. 날씨 탓에 아직 땀은 나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므로 물을 마실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추운 날씨에 급수봉사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안쓰럽고 고맙기만 하다. 봉시시간이야 받겠지만 다른 봉사거리도 많이 있을 텐데 우리를 위해 고생하는 모습들이 기특하기만 하다.
7.5km에서는 갈증이 나므로 물 한 잔을 마신다. 09시 50분에 5시간 페메를 추월해 간다. 43분이나 걸렸는데 7분 차이가 이렇게도 크게 날 줄은 미처 몰랐다. 10k를 10시 02분(25‘)에 지나며 물 한 컵을 마신다. 풀코스의 꼴찌라는 것과 하프를 따라 뛰다 보니 너무 빠르다는 느낌이다. 우리가 주로 뛰는 곳이 자전거도로인데 간간이 자전거가 지나가므로 서로에게 불편함을 느낀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도로를 점령해 버렸으므로 자전거 매니아에게는 얼마나 밉게 보였을까 ? 교통통제를 하지 않으므로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면서 즐길 수밖에 다른 방도는 없다. 15k를 10시 32분(30‘)에 통과하며 물 한 컵을 마신다. 양 무릎에 통증을 느끼므로 의식적으로 속도를 줄인다. 아마도 스트레칭을 안 한 탓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시간도 아깝고 남들 보는 눈 때문에 포기하고 만다. 에어파스를 공급해 주는 구급요원을 찾아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내가 보지 못했는지 모르지만 완주할 때까지 에어파스의 모습은 볼 수 없었으며 파스 도움을 전혀 받지 않은 첫 대회였던 것 같다. 16k를 못 미쳐 선두의 모습이 보이므로 박수로 응원해 준다. 보통은 17~18k에서 마주치는데 출발이 늦은 만큼 빨리 만난 것이며 마라톤은 참 정직한 운동이라는 생각을 한다. 2위로는 잘 아는 홍천마라톤클럽의 강주원씨가 달린다. 무척이나 반가워 눈을 마주쳐보려 하지만 너무 빨라서 어렵다. 10위 까지는 박수로 응원을 해주었는데 콧물과 침을 흘리는지도 모른 채 혼심의 힘을 다해 뛰는 모습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20k를 11시 30분(30’)에 통과하였고 이제 반환점을 돌아갈 생각을 하니 어지럽지만 열심히 뛰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보며 힘을 내어본다.
22km에서 04:40 페메를 추월하고 물 한 잔과 바나나 한 쪽을 먹는다. 너무 열심히 달려 왔다 싶어 잠깐 쉬며 무릎과 허리운동을 하며 숨을 돌린다. 25k를 11시 30분(30‘)에 통과하며 다시 물 한 컵을 마신다. 땀은 나지 않지만 목은 마르고 잠깐 쉴 틈을 벌기 위해서다. 무릎과 엉덩뼈, 허리의 통증은 계속 되지만 참을만하다. 몸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몸을 유연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며 뛴다. 반환점을 돌아가는 길은 맞바람이고 갈수록 강도가 더해지기 때문에 더 더욱 힘들다. 하지만 걷는 모습 보이지 않고 모두 잘 뛴다. 선글라스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눈물은 계속 나지만 벗고 닦을 여유와 겨를도 없다. 30k를 12시(30’)에 통과하며 물 한 잔과 쵸코파이 반쪽을 먹는다. k당 6분대의 속도는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싶다. 운동화끈이 약간 느슨하다 싶었는데 발등과 뒤꿈치가 거슬리므로 다시 매는데 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아 한참이나 걸린다. 몸에서 땀이 좀 나면 좋으련만 전혀 기색을 보이지 않고 몸은 자꾸 움츠러든다. 햇볕이라도 계속 받으면 좀 낫겠는데 다리는 왜 그리도 많은지 그늘이 더 많은 것 같다.
이제부터는 걷는 모습이 더러 보인다. 나도 힘들지만 모두에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 32k에서 04:20 페메를 앞질러 간다. 잘만 하면 4시간 10분대는 될 것 같다는 느낌이다. 오후 시간을 지나면서부터 바람은 갈수록 더 세어지고 한강물도 더 출렁거린다.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는 시민들은 털옷으로 온 몸을 감싸고 있다. 지나가면서 이상한 눈으로 우리들을 바라보는 것 같은데 당연하다 싶다. 이 추워빠진 날에 반은 알몸으로 뛰고 있으니 말이다. 35k를 12시 30분(30‘)에 지나며 물과 바나나 한 쪽을 먹으면서 잠깐 쉰다. 갈수록 걷는 모습이 자주 보이니 그 틈에 끼어 아프다 싶으면 잠깐 쉬며 아픈 근육을 주물러주므로 한결 낫다. 이렇게 하기를 서너 번 했을까 ? 골인 지점이 한 발씩 앞당겨지므로 없던 힘도 생긴다. 40k를 13시 02분(32’)에 통과하자마자 04:20 페메가 앞질러 간다. 몇 걸음 따라 가보지만 오른쪽 무릎이 너무 아파 그만 포기하고 만다. 마지막 2k를 4번이나 절뚝거리며 뛰다 걷다를 반복했는데 달리 방법이 있다. 흔한 에어파스라도 뿌려주면 한결 나으련만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나와 같은 모습이 많이 보여서 다행스럽다. 공원 외곽을 한 바퀴 돌아 절뚝거리며 골인하니 시계는 13시 18분을 지나고 있다. 마지막 2k에 16분이나 걸린 것인데 최종기록을 알고 보니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10분 안에도 가능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5. 귀향 및 완주 소감
곧바로 화장실로 가서 소변을 보는데 갑자기 훈훈한 공간으로 들어선 까닭인지 순간 멍해지는 느낌이다. 칩을 반납하고 간식을 받은 후 물품을 찾아 탈의실로 들어가 겉옷을 입으니 조금은 살 것 같다. 손도 입도 얼얼하지만 빵 두 개를 아리수와 함께 먹는데 나와 같은 모습이 몇 명 보인다. 배가 조금 부르니 빨리 사우나를 찾아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싶다. 14시에 대회장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동서울에 도착하니 14시 50분이며 버스표를 산 후 자주 가는 동방대중사우나를 찾아간다. 15시부터 50분간 온탕과 냉탕, 사우나를 몇 번 들락거리며 스트레칭을 하고 나니 몸의 찬 기운이 빠져나가고 정상으로 되돌아온 듯하다. 16시 20분 동해 행 버스를 타고 19시 10분에 터미널에 도착하니 아내가 승용차를 대기하고 있다. 천곡동 김씨네해물탕으로 가서 영양돌솥밥과 소주 1병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20시 15분에 귀가함으로써 34번째 마라톤여행이 끝났다.
참 힘든 여정이었다. 출발부터 약간 어긋난 것이 하마터면 대회 참가도 못하고 돌아올 뻔했으나 다행스럽게도 만족스런 기록으로 완주했다. 넓은 도로를 통제하지 않고 대회를 진행하였으므로 선수들의 부담도 덜했고 시민들의 생활불편은 크게 줄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회코스가 선수들이 마음 놓고 뛰기에는 상당히 신경이 쓰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통제를 하지 않았겠지만 나조차도 자전거와 충돌할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강변의 코스가 달리기에는 매우 좋은 코스였던 것 같다. 잘못 보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느 대회에나 보이던 인라인 구급요원이나 에어파스 등은 좀 아쉽다. 나와 비슷한 능력의 매니아에게는 어느 정도 달린 후 꼭 필요한 물품이기 때문이다. 간식 공급이나 급수대 운영에 있어서는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비교적 폭이 좁은 코스에서 많은 선수들이 가고오고 했기 때문에 다소 혼잡했다는 느낌은 들었으나 서로 양보하면서 주로를 충분히 학보해주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대회의 성공개최를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이 고맙지만, 그 추운 날씨에 밝고 명랑한 웃음으로 물과 간식을 나눠 준 자원봉사 학생들이 가장 고맙다. 앞으로 보다 멋지고 훌륭한 대회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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