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추가 맵다 ! 「금호강마라톤대회」(28번째)
1. 대회개요
○ 대회명 :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 기원 금호강
마라톤대회
○ 일시 : 2009. 6. 27(일) 08:30
○ 장소 : 대구시 동촌 금호강둔치
○ 주최 : 대경마라톤연합회, 영남일보 (주관 : 대경연합회, 대구
동구육상연합회)
○ 코스 : 금호강변 10km 왕복코스
○ 종목 : 5종목(5k, 10k, 하프, 30k, 풀)
○ 참가비 : 10,000원(전 종목)
○ 기념품 : 완주메달 / 별도 제작기념품은 판매
○ 총경비 : 97,100원(참가비 포함)
○ 소속 : 동해시청마라톤동호회, 동해마라톤클럽
○ 기록 : 04:43:31(15위 / 20명)
○ 우승 : 강철훈(03:47:57)
2. 참가배경
5월 10일 파주대회 참가 이후 6. 13 금호강마라톤대회와 6. 21 중랑천마라톤대회를 참가신청 하였으나 갑작스런 사정이 생겨 뛰지 못하였다. 6월 중에 풀코스를 하나 뛰고자 대회를 고르던 중 6월 13일의 아쉬움이 남아 다시 참가신청을 하게 되었다. 대구는 스쳐 지나가기는 하였으나 한 번도 머물러 본 적이 없는 곳으로서 매주 마다 개최되는 마라톤대회에 대한 궁금증도 작용한 것이다. 10km코스를 왕복한다지만 어떻게 매주 마다 전국단위 대회가 개최될 수 있으며 참가규모는 어느 정도 되는지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면 대구시내의 유명 관광지도 구경해 볼 생각이었다.
3. 대회장 도착할 때까지
6월 26일 23시 20분에 아내에게 얘기를 하고 집을 나선다. 일찍 대구에 가서 숙박을 하고 대회에 참가할 수도 있고 다소 무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예전에 100km 울트라마라톤을 밤을 새면서 뛰어 본 경험이 있기에 심야버스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23시 54분 대구행 시외버스(31,900\)를 타고 울진과 포항을 거쳐 대구에 도착하니 6월 27일 04시 51분이다. 한 마디로 1박2일간(5시간)의 재미도 없고 피곤한 여정을 보낸 것인데 잠을 잔 시간은 대략 3시간 30분 정도인 듯하다. 아침 해결이 급하므로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보니 ‘뼈마시감자탕’집이 보인다. 새벽인데도 손님들이 몇 명 보이므로 됐다 싶어 안으로 들어가 해장국(5,000\)을 시켰는데 소문난 맛 집인지 줄이어 손님들이 들어오며 입맛에도 맞는다. 여직원에게 대구가 초행이라며 대회장 위치를 물어보니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시간이 있기 때문에 걸어갈 것이라고 하니 너무 멀다고 염려까지 해준다. 9명의 대구시민에게 물어보면서 07시 15분에 금호강변의 대회장에 도착하였는데 한결 같이 친절하므로 대구시에 대한 첫 이미지가 매우 좋게 느껴진다. 시간도 때우고 소화도 시킬 겸 8 km 정도를 걸었는데 다리에 통증이 느껴진다. 아직은 시간이 이르고 매주 마다 개최되는 대회인 까닭인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서울에서 참가했다는 분과 얘기를 나누었는데 15년의 마라톤 경력에 풀코스를 110회나 완주했으며 올해만 10회를 완주했다고 하니 참으로 놀랍고 그저 부러운 마음뿐이다. 오늘 대회가 정말 열리기는 하는 것인가 등등 잡담을 나누다 보니 7시 25분 경 부터 간소한 행사장을 만든다. 플래카드 1개, 천막 1개, 앰프 1개 등 너무 단촐해서 전국대회라기보다는 클럽에서 연습하는 분위기다. 07시 30분부터 번호표를 나누어 주는데 물품 보관용 봉투 작성도 보관도 자율적이다. 칩을 찾으니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칩 없이 뛰어보기는 처음이다. 현장에서도 접수를 받는데 참가자들은 모두 경험이 많은지 각자가 알아서 몸 풀고 출발 준비를 한다. 08시 20분에 대회장의 안내말씀에 이어 간단한 스트레칭을 마친다. 오늘 기온이 31℃ 정도인데 습도가 높으므로 무리한 레이스는 하지 말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대략 100여명 정도가 참가하였는데 여성은 10명 안팎이다. ‘뭐 이런 대회가 다 있나 ?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시민들의 인상이 좋고 금호강변이 아름답게 잘 가꾸어진 탓인지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오늘은 기본 복장에 흰 장갑, 모자, 선글라스, MP3, 손수건 등이다.
4. 대회 참가 및 완주
선수들이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08시 30분에 출발을 한다. 참가선수가 적은 탓인지 종목별 구분 없이 동시에 출발했는데 그게 오히려 자연스럽고 마땅해 보인다. 지난 대회 참가 이후 26회에 225km정도를 연습했으므로 크게 걱정은 되지 않으나 연일 계속되는 모임 때문에 정작 이번 주에는 연습을 전혀 하지 못했으므로 5시간 안에 완주만 하자고 마음을 먹는다. 출발도 후미에서 했는데 완주할 때도 거의 꼴찌 수준이었으므로 괜히 까불지 않고 망신 떨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코스는 금호강변인데 조깅로, 자전거도로, 차로가 나란히 이어져 있다. 주로변의 둔치에는 체육시설, 휴식공간, 산책로, 잔디밭 등이 잘 가꾸어져 있고 금호강은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되었으며 맞은 편의 강변도 잘 가꾸어져 있다. 많은 시민들이 산책하고 스포츠 활동을 하며 자전거를 타거나 휴식을 즐긴다. 우리 시에는 왜 이런 곳이 없을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그저 마냥 부럽기만 하다.
출발지부터 3. 5km까지는 강변코스인데 날씨는 무덥지만 아직은 이른 시간인지 간간이 바람이 불어주므로 시원하다. 시민들이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주자들이 두 도로를 모두 점령(?)하고 뛰므로 잔디밭으로 쫓겨나 달리기도 하고 길 옆으로 처박히는 모습도 보이므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3.5km부터 반환점 까지는 금호강 지천(支川)변인데 차량이 많이 다니지 않고 인도 위의 조깅로를 뛰므로 부담은 느끼지 않는다. 5km를 09시에 지나면서 물을 한 컵 마신다. km당 6분에 뛰었으므로 남을 따르다 보니 다소 빨리 뛴 것이다. 통상 2.5km지점에서는 물스펀지를 제공하는데 이 곳에는 준비를 하지 않았으나 사용을 하지 않으므로 전혀 불편하진 않다. 반환점을 돌아 출발지로 되돌아오니 09시 35분으로 10.5km를 1시간 5분에 뛴 것이다. 물을 한 컵 마시고 다시 주로에 들어선다. 추월을 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마주 달려오는 선수들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아무래도 무리다 싶어 속도를 늦추려는 노력은 하는데 발걸음은 자꾸 앞 사람을 따라 간다. 썬글라스는 멋 내기 보다는 먼지와 바람막이용으로 쓰는데 잠깐 써보니 너무 답답하므로 모자에 걸치고 뛰니 짐이 될 뿐만 아니라 몹시 귀찮다.
10시 02분에 15.5km를 통과하면서 물을 한 컵 마시고 반환점을 돌아 2회 왕복을 위해 되돌아 뛴다. 칠순마라톤클럽의 어르신 한 분께서 마주 달려오시며 미소 띤 모습으로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므로 인사를 건넨다. 이 분께서는 코스를 달리는 내내 같은 모습이었으며 2회를 마친 이후에는 내가 먼저 인사를 하였다. 18km를 지나니 오른쪽 무릎에서 미세한 통증이 느껴지므로 속도랄 것도 없는 속도를 줄이니 오래가지 않아 사라진다. 10 35분에 2회 왕복을 마쳤는데 하프를 2시간 5분에 뛴 것이므로 무더운 날씨에 내게는 무리다. 분명한 오버페이스를 해버린 것이다. 바나나 반개와 자두 2개를 간식으로 먹고 물을 마신다. 썬글라스는 지니고 뛰는 것이 부담되므로 본부석에 맡겨버린다. 아직까지는 날씨가 흐려 햇볕이 따갑지는 않지만 땀은 얼마나 많이 나는지 비 맞으면서 뛰는 기분이다. 다리와 허리운동으로 휴식을 하고 화장실에 들러 소변을 본다. 조금 쉬고 나니 한결 뛰기가 수월하다. 이제 5km, 10km, 하프코스는 끝났으므로 뛰는 선수들의 모습이 확 줄었다. 11시 15분에 26km지나면서 물을 두 컵이나 마신다. 물을 제공하는 봉사자가 ‘머리에 물을 부어드릴까요’하는데 배려하는 마음이 몹시 고맙다. 고맙다는 말로 사양을 하고 다시 뛴다. 3회 왕복을 위해 한 걸음씩 옮기는데 몹시 힘들다. 시간 때문인지 이제는 무척이나 덥고 뜨겁다. 이제는 간혹 걷는 선수들의 모습이 보인다. 30 km 지점을 걷는 속도로 뛰어가니 자연보호마라톤클럽의 70대는 넘어 보이는 어르신께서 추월해 가시는데 도저히 쫓아갈 힘이 없다. 부럽고 존경스런 마음과 함께 창피한 생각이 밀물처럼 몰려온다. 11시 50분에 3회 왕복(31.5km)을 하였다. 3시간 30분이 걸린 것인데 수박화채를 제공하므로 그늘 밑에 앉아서 두 그릇을 받아먹는다. 참 시원하고 맛있으며 갈증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탈진해 가던 몸에 다시 힘이 조금씩 솟아나므로 마지막 왕복을 위해 주로에 들어선다. 조금 뛰어보니 물과 수분을 너무 보충한 탓인지 아랫배가 살살 아프다. 속도를 낼 수도 없지만 이제는 조금 빠른 속도로 걷기만 해도 5시간 안의 완주는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므로 다소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조금씩 뛰다가 힘들다 싶으면 걷기로 작정을 한다. 33km 지점을 지나며 소변이 몹시 마려워 화장실을 들어갔는데 오줌은 별로 나오지도 않고 노랗다. 12시 40분에 36.5km를 지나면서 물을 두 컵 마신다. 너무 많은 땀을 흘려 한 컵으로는 절대 부족이다. 이번에도 봉사자는 ‘덥지요. 머리에 물을 부어드릴까요. 이제는 걸어가도 제한시간 내 완주 가능합니다.’는 말로 응원을 보내준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골인 지점을 향해 힘든 걸음을 옮긴다. 37km지점을 지나니 다시 소변이 마려워 교각 옆을 찾아갔는데 나오지는 않는다. 몇 백m 앞서가는 선수도 마냥 걷는 모습이고 뒤따라오는 선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5분은 뛰고 1분은 쉬면서 걷기를 반복했는데 걸어서 골인할 수는 없으므로 마지막 500여m는 뛰어서 피니쉬라인을 통과하였으며 시계는 13시 15분을 넘고 있었다. 수 천 명이 참가한 대회도 아니고 응원 나온 가족이나 환영인파가 운집하지는 않았지만 몇 명 안 되는 주최 측에서 축하하며 반갑게 맞이해주니 완주의 기쁨과 성취감은 전혀 다를 바 없다.
5. 소감 및 귀향
뛰고 나니 많이 시달린 탓인지 항문과 왼쪽 사타구니가 몹시 쓰리다. 따끔거려서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지경이다. 물을 2잔 마시고 수박화채 2그릇, 캔맥주 2개를 마시고 나니 갈증이 가신다. 강릉(동해)행 버스는 막차가 15시 03분이지만 목욕을 해야 하므로 포기를 하고 일단은 포항까지 이동하여 차편을 감안해서 귀가하기로 한다. 진행요원에게 가까운 사우나위치를 문의해서 알아내었다. 기록증은 현장에서 제작하여 메달과 같이 배부해주는데 기록을 보니 04:43:31이다. 사력을 다해 뛰었건만 억지로 제한시간 안에 완주한 것이다. 대경연합회장에게 ‘강원도 동해시에서 심야버스로 와서 뛰고 간다. 수고 많으셨고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니 ‘간혹 강릉이나 삼척에서도 참가하는 사람이 있는데 동해시에서는 처음인 것 같다고‘고 한다. 13시 30분에 행사장을 떠나 10분 거리에 있는 용비어천가사우나에 도착하여 목욕(4,800\)을 하고 나니 15시다. 동부시외터미널까지 걸어갈까 생각도 해보았으나 너무 무리일 것 같아 지하철을 이용키로 한다. 15시에 사우나를 나와 동촌역까지는 걷고 지하철(1,100\)을 이용 동대구역에 도착, 터미널까지는 걸어서 간다. 이 과정에서도 7명에게 길을 물어보았는데 모두 친절하고 자세하게 가르쳐 준다. 16시에 터미널에 도착하였고 16시 16분 포항행 버스(7,400\)를 탑승 17시 28분에 터미널에 도착을 한다. 운행시간표를 보니 동해를 경유하는 막차는 17시이고 17시 39분 강릉(속초)행 버스는 동해를 경유하지 않는다고 한다. 심야버스 첫 차는 22시 40분으로서 우려했던 대로 큰 일이 벌어진 것이다. 빨리 귀가할 목적으로 점심식사도 거른 채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했건만 준비 부족으로 4시간 40분이라는 긴 시간을 허비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를 갖고 소주난 한 잔 하면서 시간을 때우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터미널 주변을 구경삼아 돌아다니다 19시경에 ‘황토옥’식당에 들어가 꼬리곰탕(9,000\)을 안주 삼아 소주를 한 병 마시고 나니 20시 10분 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도 2시간 30분을 더 기다려야 하므로 터미널 대합실로 이동 야구중계방송을 시청한다. 대합실 안에서는 여러 대의 선풍기가 쉼 없이 돌아가니 그런대로 시원하고
바깥도 바람이 조금씩 불어주니 선선하다. 마침내 22시 40분 동해행 버스(23,800\)에 탑승 6월 28일 01시 21분에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버스 옆 자리에는 강릉으로 가는 아가씨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오늘 대구에서 마라톤을 뛰어서 몹시 피곤한 상태다. 동해에서 내려야 하는데 혹시 잠이 깊이 들면 깨워주면 고맙겠다’고 부탁을 하였지만 궁촌을 지날 즈음에 잠이 깨어 이브닝콜 신세는 지지 않았다. 승용차를 이용 집에 도착하니 01시 40분을 지나고 있었으며 무박 2일간의 28번째 마라톤 여정이 막을 내렸다.
47일만의 풀코스 완주이다. 중간에 두 번을 뛰지 못해 사이가 많이 벌어졌으며 그 때문에 더 힘들게 뛰었는지 모를 일이다. 참가비 1 만원인 대회로서는 매우 만족스럽고 훌륭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여러 대회를 다녀 보았는데 규모만 크고 참가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례를 여러 번 볼 수 있었다. 뛰기 위하여 전국 각처를 돌아다니며 마라톤을 알리고 빛내며 해당 지역의 상경기에도 미흡하나마 일조하는 마라톤마니아들에게 웅장한 대회장, 좋은 기념품, 먹거리 등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 안전하게 뛸 수 있는 도로 공간, 적정하고도 충분한 식수와 약간의 간식 제공, 마라톤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반갑게 맞이해주는 행사진행요원들의 마음만 있으면 성공적이고 훌륭한 대회로 평가받을 일이다. 금호강마라톤대회는 내게 있어 마라톤대회의 성공적인 요소를 모두 충족시켜 주었다.
초반에는 조금 빨랐지만 후반에는 많이 늦춘 탓인지 무릎과 엉덩뼈의 통증을 그리 심하게 느끼지 않았다. 이번 주의 연습량이 가장 적었으므로 몸에 상당한 무리가 따랐을 것임에도
말이다. 잘 지탱해 준 다리가 내 몸이 자랑스럽고 고맙다. 평상시에는 술과 일 등 여러 가지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또 한 번의 풀코스를 완주하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대회의 성공개최를 위해 애쓰신 대경마라톤연합회장님과 대회 관계자여러분, 그리고 행사진행요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금호강마라톤대회가 더 훌륭한 대회로 발전하고 대회명에 걸맞게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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