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보다 더 큰 마라톤의 마력 「2009 경주국제마라톤대회」
(32번째)
1. 대회개요
○ 대회명 : 동아일보 2009 경주국제마라톤
○ 일시 : 2009. 10. 18(일) 08:00
○ 장소 : 경주시민운동장
○ 주최 : 경상북도, 경주시, 대한육상경기연맹,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 코스 : 경주시민운동장~경주시내 순환코스
○ 종목 : 3종목(10k, 하프, 풀)
○ 참가비 : 40,000원 (전 종목)
○ 기념품 : 완주메달, 긴 팔 티셔츠, 아식스 10% 추가 할인권
○ 총경비 : 126,400원(참가비 포함)
○ 소속 : 동해시청마라톤동호회, 동해마라톤클럽
○ 기록 : 03:58:17 (남자 : 941위 / 1,705명)
○ 우승(풀) : 초청선수 - 예마인 티스케이(02:08:52) /
마스터즈 - 이용희(02:36:15)
2. 참가배경
8월 15일 포항 혹서기마라톤대회 이후 2개월 3일만의 풀코스 참가다. 9월 하순경에 무릎을 다쳐 꼭 참가하고 싶었던 9월 27일의 ‘제8회 국제관광서울마라톤대회’와 10월 11일의 ‘인천대교 개통기념마라톤대회’를 참가할 수 없었던 차에 경주대회가 접수기간을 연장함에 따라 부상의 회복여부를 떠나 무조건 참가신청을 하였다. 왼쪽 갈비뼈와 오른쪽 무릎의 통증이 가볍지 않아 뛸 염두는 갖지도 못했지만 하루빨리 회복하기 위해 걷기 연습은 계속하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 경주대회에 참가하였는데 아름다운 경관과 깨끗한 도시 이미지가 맘에 들었고 코스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다친 지 21일째인 10월 15일에 7km 정도를 뛰면서 참가여부를 판단하였고 16일에도 7km를 더 연습한 후 참가하기로 결정하였다. 아내와 가까운 지인들은 몸 다친다 만류하였고, 연습과 준비가 부족하였기에 스스로도 다소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언제든지 첫 시작은 어려우므로 한 번 해보자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고교동창체육대회와 로타리클럽의 봉사활동도 빠지면서 참가하는 대회이므로 행선지도 밝히지 않았는데 혹시 실패라도 하면 망신이나 당하지 않을까 해서이기 때문이다.
3. 대회장에 도착할 때까지
10월 17일 아침 일찍부터 출타준비를 마치고 08시에 집을 나와 승용차를 이용 터미널로 향한다. 08시 55분 포항행 버스(21,600\)에 탑승 삼척과 울진을 경유 11시 55분에 도착하였고, 경주행 버스(2,900\)로 바꿔 타고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13시 05분이다. 삼척~포항 간 도로는 확포장공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완공만 되면 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이다.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빛 들녘,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울긋불긋한 코스모스, 멀고 높은 산으로부터 물들어오는 단풍, 반대편 차창 밖으로 계속 이어지는 동해의 맑고 푸른 물결은 우리나라가 아름다운 강산임을 절로 실감케 한다. 터미널 옆에 있는 소문난불고기식당으로 들어가 따로돼지국밥(5,000\)을 시켜 처음 먹어보는데 그런대로 맛이 괜찮다.
14시에 좌석버스(1,500\)를 타고 경주문화엑스포공원으로 향하는데 가보지 않은 곳이고 시간여유가 있기 때문에 행선지로 정했다. 차창 밖 구경만 하다가 보문마을 입구에서 잘못내려서 분황사 앞까지는 걸어갔고 다시 좌서버스에 탑승하여 엑스포공원에 도착하니 15시다. 마라톤참가자에게는 무료입장을 시켜주므로 6천원은 번 셈이다. 공원은 18개의 시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경주타워(82m), 문화센터, 신라왕경숲, 화랑극장, 천마의 궁전, 풍월주방, 백결공연장, 첨성대영상관, 시간의 정원, 아사달 조각공원 등을 모두 둘러 보고나니 17시 20분이다. 엑스포공원은 넓은 면적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였겠지만 아름답고 볼거리도 있게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외지의 관광객에게는 필수 방문코스겠지만 경주시민인 듯한 방문객을 많이 볼 수 있었다.
17시 25분에 공원을 나와 좌석버스를 타고 시내에서 내려 황성공원까지 걸어간다. 풀코스 뛰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기 때문에 걷기라도 많이 해서 뭉친 근육을 풀어주자는 뜻에서 이다. 조명을 밝혀놓은 김유신 장군 동상 사진을 한 컷 찍고 시민운동장 주변을 돌아 하루 밤 지낼 찜질방 위치를 확인한 후 화목순대국에 도착하니 19시 35분이다. 모듬순대국 등으로 저녁(9,000\)을 해결하고 나와 20시 20분부터는 소화도 시킬 겸 체육공원, 실내체육관, 타임캡슐공원 등을 두루 돌아다니는데 대회준비 관계로 시민운동장 안팎은 매우 분주하다.
21시 20분에 스카이스포렉스 찜질방(7,000\)을 찾아 들어간다. 1시간 정도의 사우나로 피로를 풀고 찜질방으로 가니 대회참가자인 듯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피곤해서 잘 잘 것도 같건만 소란스럽고 바닥이 뜨거워 자는 둥 마는 둥 하다 04시 45분에 그만 일어나고 만다. 05시에 식당으로 가서 소고기덮밥(5,000\)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05시 30분에 사우나로 이동 06시 50분까지 온탕 냉탕을 오가며 근육과 관절을 계속 마사지 해준다.
06시 50분에 찜질방을 나와 행사장으로 이동하는데 이른 시간이건만 황성공원 주변과 운동장 진입로는 참가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07시에 대회장에 도착 멀리 떨어져있는 운동장 안의 화장실을 찾아들어가 악착같이 큰일을 보고 스탠드에서 옷을 갈아입은 후 07시 40분에 물품을 맡긴다. 너무 여유를 부리다보니 이제는 시간에 쫓겨 몸 풀기도 혼자서 따로 한다. 자칭 마라톤 전문 사회자라고 하는 배동성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꽤 여러 대회장에서
얼굴을 볼 수 있었고 사회도 잘 보는 것 같다. 오늘 참가자는 1만여 명이며 초청선수는 외국인 17명을 포함하여 60여 명 된다고 한다. 김관용 경상북도 지사, 백상승 경주시장, 동아일보 사장 등 주요 내빈만 소개하고 인사말씀은 없으므로 진행이 빠르고 기다리는 선수들도 그리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회자는 뛰는 도중에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자가 노력해 달라는 안내방송을 몇 번이고 계속한다. 나도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므로 절대로 무리하지 말기로 굳게 마음을 먹는다.
4. 대회 참가 및 완주
절대적으로 연습량이 부족한 탓에 풀코스의 맨 뒤에 자리를 잡았고 다리근육을 계속 풀어준다. 내 처지와는 달리 기다리는 선수들의 모습은 모두가 밝고 기대에 차 있다. 참가자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이 축제의 현장과 다를 바 없다. 마음속으로는 어떻게든 완주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몸뚱어리에게 통사정을 해본다. 지난해 이 코스의 마지막에서 몸에 이상이 생겨 겨우 완주하였고 절대연습량도 크게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뛰는 것에 보다 더 집중하고 즐기기 위해 모자도 쓰지 않았고 MP3도 착용하지 않았는데 제한시간 완주만 하되, 절대로 오버하지 말며, 남의 페이스에 말리지도 말자고 몇 번이고 다짐해본다.
8시 정각에 초청선수들이 폭죽소리와 함께 출발을 하였고 앞뒤 선수들끼리 안마해주기, 함성지르기 등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08시 12분경에 마스터즈부 풀코스가 출발을 한다. 날씨는 다소 쌀쌀한 느낌을 주지만 햇볕은 따갑지 않은 것이 달리기에는 매우 좋게 느껴진다. 지난해에 한 번 뛰어보았기 때문에 기억을 되살리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출발 지점부터 도로변에는 태극기를 든 시민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자발적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른 시간에 나와서 밝은 모습으로 응원해주는 것이 너무 반갑다. 국내대회에서는 보기 어려운 광경이며 완주할 때까지 단체로 또는 자발적으로 손을 흔들고 파이팅을 외치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8~6차선을 양방향으로 통제하였는지 반대편 차선에도 운행하는 차량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 도시를 막론하고 뛸 때 느끼는 쾌감 중의 하나는 매일 자동차 행렬로 점령되고 붐볐을 그 넓은 도로를 시민을 대표한 마라토너들이 차지하고 맘껏 후련하게 달린다는 것이다. 부드러운 햇볕, 시원한 바람,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가는 도로변의 가로수와 꽃들이 일상에서 느낀 골치 아픈 일들과 답답함으로부터 해방시켜 준다. 황성공원 안에 있는 경주시립도서관을 지나 먼발치로 보이는 김유신장군 동상, 시내 중심도로를 따라 경주역과 경주박물관을 지나 5km를 08시 40분에 통과하였는데 29분 걸렸다. 조금 빠르다 싶은데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괜찮게 느껴진다. 물을 한 컵 마시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므로 일시에 주자들이 몰려 급수 봉사하는 학생들이 미처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조금 빠르다 싶어 의식적으로 늦추며 달린다.
이제는 황금빛으로 물들은 들녘을 달린다. 시가지를 벗어난 까닭에 시야가 넓게 펼쳐지고 시원한 바람이 부니 기분이 상쾌하며 아직까지는 땀도 나지 않는다. 동산만큼 규모가 큰 황남동 고분을 지나 물스펀지대는 스쳐 지나가고 오릉을 거쳐 10km를 09시 10분에 통과하면서 물을 한 컵 마신다. 30분이 걸렸으므로 조금 늦춰지긴 했지만 아직도 빠르다는 생각은 드나 몸에서 이상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12km를 지났을까 1차 반환점을 돌아오는 선두의 모습이 보이며 이후부터 10여명은 흑인선수들이다. 선도차는 24km의 기록이 01:12분을 표시하고 있으며 한국선수는 13위 정도로 뛰는 것 같다. 이제부터는 형산강변의 코스인데 왼쪽으로 보이는 강변의 경관이 몹시 아름답다. 가을바람에 코스모스와 이름모를 들풀들이 한들거리고, 강물은 조용히 유유하게 흐르며, 도로변의 가로수들도 잘 가꾸어진 모습으로 우리들을 반겨준다.
15km를 09시 35분에 통과하므로 25분 걸린 것인데 깜짝 놀라버린다. 지루하므로 가급적이면 시계를 보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뛰는데 남들 따라 뛰다 오버를 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직 몸은 괜찮으므로 물을 한 컵 마시고 주로에 들어선다. 이제부터는 강바람과 약한 돌풍이 갑자기 불어 조금은 뛰는 것이 힘들다. 대략 17km쯤 되었을까 오른쪽 무릎과 왼쪽 갈비뼈에 통증이 약하게 느껴지는데. 아니나 다를까 싶다. 속도를 조금 늦추는 듯 하면서 1차 반환점(17.5km)을 돈다. 반대편으로 달려오는 선수들의 긴 행렬을 보니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이므로 내 기분도 좋다. 형산강철교를 지나 20km에 다다르니 10시를 가리키고 있다. 5km를 5분 페이스로 계속 뛰고 있는 것이다. 이럴 리가 없다고 의아해하면서도 기왕에 이렇게 된 것 열심히 뛰어보자고 마음을 바꿔먹는다. 물 한 컵과 바나나 1개로 간식을 하고는 강변 제방에서 작은 일을 보는데 바람 탓인지 아주 시원하다. 의료봉사요원이 보이므로 왼쪽 갈비뼈에 에어파스 살포를 요청한다.
금장교, 황성대교를 지나 21km지났을까 선두주자인 듯한 흑인선수가 골인지점을 향해 비호처럼 내달린다. 나보다 배가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의료봉사단에게 왼쪽 무릎과 오른쪽 사타구니에 에어파스 살포를 다시 요청한다. 형산강변을 벗어나 22km를 지나는데 칩 때문에 왼쪽 발등에 통증이 느껴지므로 풀어서 다시 맨다. 꽤 긴 시간이 소요된 것 같고 많은 주자들이 나를 앞서 간다. 무리다 싶을 정도로 부지런히 뛰어가다 24km 지점에서 칩이 풀어져 또다시 고쳐 매는데 ‘오늘 도대체 왜 이러지’ 하며 내 자신에게 짜증이 난다. 25km를 10시 30분에 지나므로 6분 페이스로서 조금 늦춰지긴 했지만 아직도 조금 빠른 듯하나 몸이 잘 견뎌준다. 오릉과 황남동 고분을 다시 지난다. 조금 더 진행하다가 의료봉사단에게 파스를 요청하니 준비된 것이 모두 떨어졌다고 하며 미안해한다.
30km를 10시 58분에 통과하는데 뛰는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다. 약간 오르막인데 이제부터는 걷는 모습이 더러 보인다. 바나나 1개와 물 1컵으로 다시 간식을 한다. 잠깐 쉬면서 허리와 다리 근육을 풀어주고 나니 한결 낫다. 2차 반환점을 돌아 안압지를 지나가는데 이곳은 3번째 밟는 곳이다. 100여m 앞에는 4시간 페메 일행이 보이고 반대편에는 현대중공업의 20여명이 무리지어 즐겁게 뛰는 모습이 보인다. 선덕여중, 분황사, 알천교, 경주소방서를 거쳐 35km를 11시 30분에 통과한다. 32분 걸렸으므로 많이 늦어진 것이지만 잘만하면 4시간 안에 완주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물 한 컵을 마시면서 변화를 주기 위해 골인 지점까지 몇 명이나 따라잡을 수 있는지 세어보기로 한다. 양 무릎에 파스를 뿌렸으며 이후로도 두 번은 에어파스의 도움을 받았으니 오늘의 완주는 파스의 도움이 가장 컸다고도 할 수 있겠다. 가을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정오가 가까워지니 꽤 무덥고 땀이 줄줄 흐른다. 갈수록 걷는 모습이 많이 보이므로 추월하는 숫자는 계속 늘어만 간다. 한 명 씩 앞지를 때마다 없던 힘이 조금씩 더 샘솟는 기분이다. 5시간 안에 완주만 하자는 초심이 생각나지만 가능하다면 4시간 안에 완주하자는 마음뿐이다. 황남대총을 지나 다시 시내 중심가로인 듯한 곳을 통과하는데 전면 통제는 아니지만 반대편 차로의 차량통행은 거의 없다. 한 명씩 꾸준히 따라잡으며 11시 58분에 40km를 통과한다. 2분 정도를 앞당긴 것인데 추월의 노력이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저 멀리서 4시간 페메의 모습이 다시 보인다. 물 한 컵을 가득 마신 후 북천변 옆을 지나 황성대교에 다다르니 도로변에는 응원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지난해에는 어지럽고 배가 아파서 걷던 곳인지라 감회가 새로운데 코스도 많이 바뀌었다. 차량통행이 많은 마지막 2km 정도를 하천변과 공원 안쪽으로 돌린 것인데 뛰기에도 더 좋게 느껴진다. 주로 옆에서 열렬하게 응원 및 격려해주는 함성 소리를 들으면서 출발점을 지나 운동장에 들어서면서 시간을 보니 4시간 안의 기록은 충분하다. 4시간 페메가 나보다 앞서 골인을 했으니 시간 배분을 잘못한 것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12시 10분경에 결승점을 통과한다.
5. 귀향 및 완주 소감
물 한 병을 받아 마시며 칩을 반납한 후 간식을 받아 먹거리 코너를 찾아간다. 대규모 국제대회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막걸리와 두부를 제공해 준다는데 아예 점심 대용으로 작정을 하였기 때문이다. 자원봉사 하시는 누님들이 얼마나 친절하고 인심이 많은 지 요청하는 대로 다주는 바람에 막걸리 4잔과 두부김치 두 접시를 비우고 나니 배도 부르고 얼얼한 느낌이다. 동해에서 왔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짐을 찾은 후 몸풀기 체조를 한다. 13시에 셔틀버스를 타고 시외터미널로 이동하면서 참가자들과 얘기를 잠깐 나누었는데 새롭게 바뀐 코스, 날씨, 먹거리 등이 모두 만족스럽다는 것이었다.
13시 20분에 터미널 옆의 천지장사우나(4,000\)를 찾아 들어가 온탕, 냉탕을 오가며 물마사지를 해주니 한결 몸이 가뿐하다. 14시 40분 포항행 버스를 타고 15시 15분에 도착, 15시 28분 동해 행 버스로 갈아탔고 18시 55분에 동해터미널에 도착하였다. 포항터미널에서의 일이다. 도착 후 바로 버스표를 구입하였는데 막걸리 탓인지 배가 살살 아프다. 행선지를 보고 아무 차나 타라는 직원의 말에 출발시간이 적혀있지 않은 강릉·동해 행 대기버스에 짐을 실어 놓고 화장실에 다녀오니 엉뚱한 차가 보인다. 시간은 15시 27분으로 출발하기 직전인데 이 차가 내가 타야 할 직통이고 짐을 실어놓은 완행은 벌써 출발하였다고 한다. 같은 회사였으므로 바로 연락이 되어 포항북부정류소에서 내 짐을 찾았다. 중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대겐 소중한 것들이었으므로 꼭 찾아야만 했고 조금은 황당했다. 택시를 이용(3,000\) 아내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들러 완주보고를 하고 집에 도착하니 19시 30분이다. 이로써 32번째 경주 마라톤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35km이후 108명을 앞지르면서 골인하였다. 최종기록이 03:58:17로 나왔으니 아슬아슬하게 3시간대로 완주한 것인데 뛰는데 약간의 변화를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급수대에서 물 마신 것 외에는 거의 걷지 않았으며 물스펀지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덕분이었을 것이다. 경주가 우리나라 최고의 역사·문화·관광도시답게 식당이나 공원, 거리나 대회장에서 만나 말을 걸어 본 시민은 모두가 밝고 친절하였다. 그러한 전통이 오래도록 이어져왔기에 산과 물과 바다가 조화로운 자연환경 속에서 찬란한 역사와 문화가 꽃을 피웠을 것이다. 지금껏 다녀본 대회 중 교통통제도 가장 잘 된 대회로 여겨지는데 전 구간에서 경찰이 엄청난 수고를 한 것 같다. 시민들은 생활에 큰 불편을 겪었을 것이 확실시되는데 시민과 경찰이 실랑이 하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으며 시종일관 우리들을 환영과 함께 응원해 준 것이 너무도 고맙다. 전 구간에 수백여 명의 의료봉사요원들이 배치되어 응급사고에 대비하면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살펴준 것도 대단히 고맙다. 급수대와 간식도 충분하였고 봉사하는 학생들도 매우 친절하였다. 완주한 후 갈증과 허기가 한창 심할 때 마신 막걸리와 두부김치는 점심을 대신하도록 풍족했고 취기가 오를 정도였으니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오랜 역사와 유서 깊은 주로 변의 수많은 문화유적은 힘들게 달리는 선수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큰 격려와 힘이 되었을 것이다. 20여 일간 연습도 하지 못하고 몸 상태가 불편한 상태에서 참가한 대회인데 뜻밖의 성과를 거두었다. 선수에 대한 깊은 배려, 좋은 코스와 날씨, 아름다운 자연환경 등이 그 원인이고 다른 선수들도 나와 같은 심정이라라 믿는다. 행사 기획에서부터 준비와 성공개최를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 보다 더 멋지고 훌륭한 대회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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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연속 첫 풀 참가 「스포츠서울마라톤대회」(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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