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의 시원한 질주 「서울-춘천 고속도로마라톤대회」
(29번째)
1. 대회개요
○ 대회명 :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개통 기념 2009 춘천마라톤
대회
○ 일시 : 2009. 7. 12(일) 08:30
○ 장소 : 남춘천 IC 동산영업소
○ 주최 : 춘천시(주관 : 춘천시체육회, 전국마라톤협회, 춘천시
육상연합회)
○ 코스 :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 종목 : 5종목(5k, 10k, 하프, 풀, 55k 울트라)
○ 참가비 : 25,000원(풀 매니아) / 종목별로 10,000~40,000원
○ 기념품 : 기록증, 완주메달 / 종목별로 상이
○ 총경비 : 98,900원(참가비 포함)
○ 소속 : 동해시청마라톤동호회, 동해마라톤클럽
○ 기록 : 04:04:00.23
○ 우승 : 풀 / 정석근(02:36:07.92)
2. 참가배경
6월27일 금호강마라톤대회 참가 이후 2주 만이다. 마라톤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탓인지 고속도로 개통 기념이건 간에 고속도로 위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렸다는 얘기는 아직껏 들어본 적이 없다.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위에서 마라톤 대회가 다시 또 개최될 날이 과연 있을 것인가 ? 마라톤 구간에 맞춰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를 전면 차단하고 시행하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어디 될 법한 일인가 말이다. 대회 개최 소식을 알고는 다른 대회보다는 뜻 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일찍 참가신청을 하였다. 횟수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가보지 않은 대회를 찾아다니는데 그때마다 자주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먼발치에서 보기만 해도 반갑고 즐겁다. 이번 대회에서는 과연 어떤 분들을 또 보게 될까 하는 마음으로 참가신청을 한다.
3. 대회장에 도착할 때까지
7월 11일 17시 20분에 집을 나선다. 볼 일을 마치고 터미널에 도착 17시 53분 춘천 행(13,900\)버스에 탑승, 강릉을 거쳐 20시 41분에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한다. 찜질방에서 다만 조금이라도 깊은 잠을 자고 싶어 자지 않으려고 애를 써 봐도 그만 잠이 들어 버렸고 새말을 지날 때 잠에서 깬다. 아마도 1시간 30분 남짓 자지 않았을까 싶다. 아직은 여유가 있기에 공지천변을 따라 걸으니 비가 간간이 내림에도 불구하고 끼리끼리 어울려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장안해장국’에 들러 선지해장국(5,000\)으로 저녁을 때우고 23시 40분에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는 ‘자수정찜질방’(8,000\)을 찾아 들어간다. 찜질방 가격은 협정요금인지 어느 지역을 가보아도 비슷한 수준이다. 간단히 몸을 씻고 찜질방에 들어가 보니 규모가 엄청나다. 찜질방에 들를 때마다 느끼는 마음이지만 정말 요지경이다. 몇 년 전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슬로바키아에 있는 호텔에서 남녀 혼탕의 나체 사우나에 일행과 같이 들어가 본 경험이 있는데 찜질방 문화도 뒤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둘러보니 7~8가지 정도의 찜질 메뉴가 있고 4곳을 맛보기로 잠깐씩 들러본 다음에 수면실에 들어가 억지로 잠을 청해 보지만 쉽지가 않다. 05시05분에 일어나 찜질방 안의 식당에서 된장찌개(5,000\)로 아침식사를 한다. 3시간 전에 식사를 해야 뛰는데 부담이 없다는 것 때문이다. 사우나에 들러 온탕 냉탕을 번갈아가며 피곤한 몸을 달랜다고 용을 써보지만 별로 나아지는 기색은 없다. 식당 아주머니와 사우나의 아저씨한테 대회장소를 물어보니 버스는 자주 다니지 않고 택시를 타도 20여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07시에 출구에 도착하니 대회에 참가하는 듯한 분이 보인다. ‘오늘 마라톤대회에 참가하시는가 보지요 ?’ 했더니 ‘그런데요. 차편을 혹시 아시는 지요 ? ’버스는 자주 없고 택시로 20여분 걸린다고 합니다.‘ 라고 대답을 한다. 대화를 나누며 내 우산으로 같이 쓰고 안내 받은 버스승강장으로 비를 맞으며 걸어간다. 도중에 시민에게 차편을 다시 알아보니 모른다고 한다. 승강장에서 기다리는데 시간은 계속 지나가고 비는 억수로 쏟아 부으므로 택시를 타기로 뜻을 모은다. 07시 10분에 택시를 타고 07시 30분에 대회장소에 도착을 했는데 요금이 24,000원이나 된다. 예상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이었고 교통사정이 이렇게 안 좋은 대회장소는 처음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은 씁쓸하다. 동승한 분은 안동 출신인데 일행은 당일 아침 버스로 출발을 하고 이 분은 하루 먼저 오셨다고 한다. 마라톤을 주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나도 정신 나간 놈이지만 이 분도 정말 대단한 분이시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비는 그치는 기색이 전혀 없이 갈수록 굵어지므로 괜히 왔다 싶은 마음이 자꾸 들고 걱정이 더해 간다. 대회장 입구는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져 지체되고 있고 행사장 전체가 어수선한 분위기다. 탈의실을 찾아 들어가니 한 분이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바닥이 젖어 우리 둘은 염두가 나지 않는다. 물품보관소가 고속도로 동산영업소 실내이므로 그곳으로 옮겨 옷을 갈아입고 물품을 맡긴다. 비좁은 공간에 선수들이 많아 거의 난장판에 가깝지만 어렵게 참가한 분들인지 모두가 표정은 밝다. 짜증을 내어본들 별 수도, 달라질 것도 없으므로 체념하고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것이 건강에도 좋을 것이리라.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어 보관시킨 물품을 찾아 꺼내고, 경황 중에 칩 착용하는 것을 잃어버려 다시 꺼내었는데 봉사하는 아가씨들이 매우 친절하다. 톨게이트 안에 설치된 간이화장실에 들러 최대한 배설을 하고 비를 피해 몸을 푼다. 08시 20분에 간이 비옷(포대형)을 걸치고 비를 맞으며 행사장으로 들어간다. 준비해 간 아식스운동화는 꺼내지도 않고 수년 전에 대회기념품으로 받은 젖은 운동화를 그냥 신는다. 대회 시에는 처음으로 신어보았고 조금은 무겁게 느껴지므로 걱정은 된다. 우중주는 처음이므로 썬글라스를 모자위에 걸치고 장갑을 끼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 소형승용차 1대의 경품 추첨을 한 후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스트레칭을 하고 출발장소로 이동을 한다. 코스인 도로가 차량으로 막히고 아직까지 참가하지 못한 선수들이 있다며 사회자가 계속 양해를 구해보지만 출발시간이 자꾸 지연되므로 선수들의 불만이 갈수록 높아진다. 장대비를 맨 몸으로 맞으며 가만히 서있으니 춥기도 하지만 지루하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4. 대회 참가 및 완주
이리 저리 시간을 끌어보지만 선수들의 불만이 계속 높아지기 때문에 08시 50분에 폭죽 소리와 함께 출발신호를 알린다. 아취 200여m 앞 주로는 주차장에 진입하지 못한 차량으로 꽉 막혀 있으므로 차량을 피해서 안전하게 달리라고 안내를 한다. 출발선부터 3~400m 정도는 주로가 확보되지 않아 차량 틈새를 찾아 이리저리 달리는데 아직까지도 버스에서 내리지 못한 선수들의 모습도 더러 보인다. 이 험한 날씨를 마다하지 않고 오로지 달리는 즐거움을 위해 먼 길을 왔을 텐데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출발시간이 20여분 정도 늦어진 탓인지 모두 장대비 속을 헤치고 뚫으면서 잘도 달린다. 오늘 목표는 비가 너무 심하게 내리므로 옷도 신발도 무거울 것 같아 제한시간 내에 완주로 정한다. 도로는 왕복 4차선인데 깊은 산속에 도로를 낸 탓인지 인가도 별로 보이지 않고 빗속에서 보이는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진다. 몸에서는 추위를 느끼고 신발은 무거우므로 천천히 뛰어야 한다는 마음을 갖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걸음이 자꾸 빨라진다. 주로에서 여러 번 보았던 100회 마라톤클럽, 칠마회, 자연보호마라톤 등 여러 클럽의 회원들이 많이 보인다. 연세가 많아 늘 인상 깊게 여겨져서 관심을 가지고 여러 번 보았던 어르신들도 드문드문 눈에 띤다. 그 분들도 나를 알아보실까 하는 마음을 가져 보지만 기대는 하지 않는다. 3km정도 달렸을까 터널이 보이는데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선수들을 응원한다. 비를 흠뻑 맞고 뛰지만 몸에서는 열이 나고 갈증을 느끼므로 급수대에서 물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주로에 들어선다. 09시 20분에 5km를 지났으므로 30분이 걸린 것이다. km당 6분이면 조금 빠르지 않는 가 염려가 되어 의식적으로 속도를 늦춰 본다. 물 한 잔을 또 마시고 뛰는데 모든 분들이 즐거운 모습으로 열심히, 그리고 부지런히 달리는 모습이 정말 보기에 좋다. 조금 더 진행하니 또 터널이다. 우의를 입었지만 옷은 모두 젖은 상태이므로 몸에서 열이 나서 터널 안을 뛰는 것이 더 힘들다. 10km를 지나며 시계를 보니 09시 45분이다. km당 5분씩 걸렸으니 초반 보다 더 빨리 뛴 것이다. 큰 일 났다 싶다. 이 곳 저 곳, 이 선수 저 선수를 구경하며 뛰다 보니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진 것이다. 남의 페이스에 빠져들지 말자고 굳게 다짐을 하면서 물 한 잔을 마신다.
조금 더 진행하니 또 터널이다. 벌써 3개째인데 도대체 굴이 몇 개인지 세어 보기로 한다. 빗줄기는 갈수록 더 세어져 이제는 아예 쏟아 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너무나 잘 달리고 모두가 부럽다. 나를 앞질러 가는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지 조금은 기분이 상하지만 능력의 한계인데 어쩌랴 ? 다음 대회 참가를 앞두고부터는 정말로 열심히 연습해서 고생도 덜하고 창피도 떨지 말자는 다짐을 해본다. 10시 15분에 15km를 통과했으므로 km당 6분씩 걸렸는데 아직도 조금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물을 또 한 잔 마시고고 조금 더 나아가니 오른 발 무릎과 대퇴부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초반에 다소 무리한 영향이 나타났다 싶어 속도를 더 줄인다. 5분 정도를 잔질구니 통증이 가라앉았고 다리에 오는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작은 걸음으로 살짝살짝 달리도록 애를 쓴다. 17km를 지나갈 때 맞은 편으로 반환점을 돌아오는 선두주자가 보인다. 성큼 성큼 무서운 속력으로 질주하는 모습이 전혀 지친 기색도 없고 힘이 넘친다. 6위로 달리는 선수는 홍천 출신의 내가 아는 강주원씨다. 전주에서 개최된 전국생활체육대회에 강원도 대표로 참가를 해서 10km에서 우승했는데 역시 잘 달린다. 아는 체를 하려고 해도 너무 빨리 달려 할 수가 없다. 19km를 지나니 다시 통증을 느낀다. 빨리 걷는다는 마음으로 뛰므로 금호강 대회에서 보았던 자연보호마라톤클럽과 칠마회의 어르신들께서 나를 앞질러 가신다. 내 몸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평상시 연습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정말 대단한 체력을 지니셨고 마냥 부럽기만 하다. 10시 45분에 20km를 지났으므로 이번에도 km당 6분씩 걸렸다. 속도를 늦춘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거의 같은 속도로 달린 것이다. 10번째 터널을 지나 반환점을 돌아와 급수대에서 마늘진액, 연양갱, 바나나로 간식을 하고 쥬스 한 컵을 마신다. 잠깐 쉬면서 호흡을 조정하고 몸을 풀어주니 한결 낫다.
경춘 고속도로는 주변 경관도 아름답지만 잘 건설했다는 생각이다. 몸은 지치고 다소 힘들지만 지루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21km 구간에 터널이 10개나 되는 것만 봐도 심산유곡에 만들어진 도로임을 짐작할만하다. 강원도의 자연이, 산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11시 15분에 25km 통과했으므로 km당 6분 걸렸다. 다시 통증을 느끼므로물을 한 컵 마시고 뛰는 자세를 고친다. 이제는 걷는 선수들의 모습이 간혹 보인다. 나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므로 동정심을 느끼지만 제발 끝까지 걷지 않고 완주할 수 있기만을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본다. 어차피 이제부터는 계속 통증이 올 것이므로 km당 6분대로 끝까지 고통을 참으며 달려보기로 굳게 마음을 먹는다. 반환점을 향해 달릴 때는 빗속에서도 무덥게만 느꼈는데 맞바람이 부는 까닭인지 이제는 시원함을 느낀다. 빗줄기는 전혀 약해지는 기색도 없이 줄기차게 쏟아진다. 물을 가장 세게 틀어놓고 샤워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 11시 45분에 30km통과한다. 아직까지는 6분대의 속도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음료수를 한 컵 마시고 감사의 인사를 한 후 몸을 잠깐 풀어준다. 먼발치에서 4시 10분 페메 두 명의 모습이 보이고, 비 때문에 풍선은 제대로 뜨지를 못하고 끌려 다닌다.
비를 피할 수 있는 터널 안을 뛰는 것 보다 비를 맞고 뛰는 것이 시원하고 훨씬 더 좋다. 갈수록 신발은 무겁고 발가락은 아프며 발바닥에는 물집 잡히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부터는
과연 몇 명이나 추월할 수 있는 지를 세어보기로 한다. 한 명 한 명씩 따라 잡으니 재미가 쏠쏠하다. 35km를 12시 15분에 지나면서 물을 한 컵 마신다. 잠깐 빗줄기가 약해지는 듯하다가 다시 세차게 퍼붓기 시작한다. 39km를 지나는데 선수 한 명이 누워 있고 달리는 구급요원과 페메 2명이 응급조치를 하고 있다. 뛰던 선수들도 잠깐 멈춰 서서 걱정스런 눈빛으로 살펴보는데 다행히 차량 한 대가 주로 반대 방향에서 오므로 세워서 긴급 후송을 요청한다. 35~40km 구간에서는 18~19km 구간에서 추월을 내 준 많은 선수들을 따라 잡았는데 대략 40여명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출발할 때는 몰랐는데 골인지점을 앞둔 2km 정도는
오르막이었으며 이곳에서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쏟아 10여 명을 추월하였다. 30여m 앞에서 3 명의 선수가 골인한데 이어 12시 54분에 사회자가 배번호 불러주는 방송을 들으며 결승점을 통과하였다. 30km이후 추월한 숫자는 70명이나 된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아직도 비는 계속 쏟아진다. 4시간 전 난장판같이 혼잡스러웠던 대회장은 차량이 거의 모두 빠져나가 한산한 모습이다.
5. 소감 및 귀향
정리 몸풀기를 하고 수박화채 2컵을 먹으니 몸의 열기가 점차 식는다. 칩을 반납 후 간식과 메달을 받고 간이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막국수와 두부김치로 요기를 한다. 전마협 장영기 회장을 만나 좋지 않은 날씨에 수고 많으셨고 잘 달렸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맡겨놓은 물품을 찾아 옷을 갈아입으면서 발을 보니 매련이 없다. 발바닥이 불어 있고 오른발 발가락 한 개는 시달린 탓에 살점이 떨어져 너덜거린다. 이제는 대회장을 벗어나 춘천시내로 이동 후 귀가할 일이 큰 걱정이다. 24,000원 이상을 주고 콜택시를 부르자니 돈이 아까워 시내버스 편을 알아보니 모른다고 한다. 대회장을 떠나는 승용차 신세를 질까하다 13시 45분에 동산공원묘원 버스정류소를 찾아 무작정 터벅터벅 걸어간다. 츄리닝 바지는 무릎 밑 까지 걷었고 양말은 벗은 채 푹 젖은 운동화를 신었으며 배낭 메고 우산 들고 폭우 속을 걸어가니 내 모습이 얼마나 처량하게 느껴지던지 ?
대충 짐작하여 발걸음 끌리는 곳으로 20여 분을 걷다보니 정류소가 보이고 선수 두 명의 모습이 보인다. 얼마나 반갑던지 다가가 인사를 하고 버스를 기다리며 30여분 간 마라톤을 주제로 얘기를 나눈다. 서울에서 오신 50대 분인데 55km를 뛰었고 나와 같은 마음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대회에 참가한다고 하신다. 14시 40분에 시내버스를 탑승 어제 묵었던 자수정찜질방(5,000\)에 도착하니 15시 20분이다. 온탕 냉탕을 오가며 물마사지를 하고 다리도 주물러주니 피로도 회복되고 몸이 한결 개운하다. 마른 운동화로 갈아 신고 사우나를 나오니 허기를 느끼므로16시 50분에 ‘일산감자탕’을 찾아들어가 뼈다귀해장국(6,000\)과 소주 한 병으로 배를 채운다. 시장한 탓도 있겠지만 양도 푸짐하고 맛이 있으므로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운다. 17시 40분에 식당을 나와 20여분을 걸어서 터미널로 이동 18시 30분 동해 행 버스를 타자마자 잠이 들었고 강릉을 거쳐 동해에 도착하니 21시 35분이다. 터미널 주차장에 주차해 둔 차를 보니 무사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몹시 반갑다. 춘천은 아직까지도 비가 내리는지 알 수 없지만 동해는 그쳤으며 21시 50분에 집에 도착하니 아내가 고생 많았겠다며 반겨준다. 젖은 옷가지를 정리하며 영원히 잊지 못할 폭우 속의 달리기, 29번째 마라톤 여정을 마무리한다.
2주 전에 풀코스를 뛴 후 6회 48km를 운동했다. 너무 적은 거리이긴 하나 풀코스 주기가너무 벌어지는 것보다는 오히려 좋았다는 생각이다.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로서는 이번 대회가 만족스럽다. 엄청난 폭우 속에 모든 것이 이루어졌으므로 주최 측에서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고 계획과는 많이 다르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조금 아쉬운 점은 화장실 내 화장지 미비치, 탈의실 내 방수 미흡, 출발시간 지연, 출발지 앞의 주로의 주차장화, 반환점에서의 간식 배부 종사원 부족, 골인 지점 생수 미비치, 막국수 식사 공간 협소, 따뜻한 차류 미제공 등이다.
km당 6분대의 기록을 유지했다. 비가 오지 않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더운 날씨였다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 번 정도 다리에 통증을 느꼈지만 주법과 자세를 바꾸면서 조심한 탓에 큰 무리 없이 잘 달린 것 같다. 월 1회씩 혹사당하는 몸을 생각해서라도 음주량은 줄이고 연습량은 늘리기를 또 다짐해보는데 과연 잘 될지는 모르겠다.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시원스럽게 달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고 대회의 성공개최를 위해 애쓰신 주최 및 주관기관과 후원기관, 그리고 대회 관계자여러분과 행사진행요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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