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반성 그러나 즐거움 ! 「제3회 호미곶 온천마라톤대회」(33번째)
1. 대회개요
○ 대회명 : 제3회 호미곶 온천 마라톤대회
○ 일시 : 2009. 11. 8(일) 09:30
○ 장소 : 포항 호미곶 온천랜드
○ 주최 : 포항 영일만 울트라조직위원회
○ 코스 : 호미곶온천랜드 주변 포장도로 및 임도
○ 종목 : 2종목(하프, 풀)
○ 참가비 : 20,000원 (전 종목)
○ 기념품 : 완주메달, 온천 목욕권, 소고기국밥, 과메기, 참소주
○ 총경비 : 238,700원(참가비 포함)
○ 소속 : 동해시청마라톤동호회, 동해마라톤클럽
○ 기록 : 04:37:51 (98위 / 183명)
○ 우승(풀) : 박덕종 - 02:53:37
2. 참가배경
10월 18일 경주 동아마라톤대회 참가 후 21일만이다. 포항은 8월 15일에 개최된 혹서기 마라톤대회 때 처음 방문했던 곳이다. 마땅한 대회를 찾던 중 참가비도 싸고 구룡포 과메기 맛도 보여주며 완주 후에는 사우나 입욕권도 준다기에 일단 호감이 갔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의 사진은 여러 번 본 적이 있는데 무엇 때문에 그리 손이 유명한 지 직접 확인해 보고도 싶었다. 동해시에도 해돋이로 유명한 추암 해변과 촛대바위가 있지만 호미곶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아침 해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대회 참가신청을 해놓고 나니 하루하루가 기다려진다.
3. 대회장에 도착할 때까지
11월 7일 간단한 짐을 챙겨 08시 30분에 집을 나서는데 아내가 ‘왜 그리 빨리 가느냐’고 한 마디 한다. 아내는 등산이 취미인데 달리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같이 가자고 몇 번 얘기해 보았지만 전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불평불만 없이 이곳저곳 뛰어다니도록 이해해주고 보내주는 것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08시 55분 포항 행 버스(21,600\)를 타자마자 전날에 과로한 탓인지 그만 잠이 들고 만다. 울진터미널에서 잠깐 쉬었다가 포항에 도착하니 12시다. 국도 확포장공사를 계속 시행 중인데 날이 갈수록 거리가 짧아지는 느낌이다. 7번 국도는 바다를 많이 볼 수 있어 참 좋다. 부산 영도대교에서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515km의 도로 중 해변도로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20일전 황금빛 물결로 일렁였던 들판은 추수가 끝나 썰렁하다. 붉게 물든 단풍은 수명이 다했는지 부는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이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12시 24분에 시내버스(1,500\)를 이용 구룡포읍 종점에 도착하니 12시 50분이다. 포항시가지를 벗어나 한적한 도로를 한참 지났는데 구룡포항 주변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과메기 뷔페집을 찾아 들어가니 다음 주부터 개시한다고 한다. 한 접시에 2만원 하는데 혼자이므로 반만 달라고 하니 절대 안 된다고 한다. 적당한 집을 찾다가 ‘회 막 썰어 파는 집’을 찾아들어가 통사정을 해서 반 접시(10,000\)를 주문한다. 과메기의 원조마을에 와서 그냥 먹기 아까워 지역의 술인 참소주를 시켜 반주 삼아 먹는데 그만 도가 지나쳐 2병을 비우고 만다. 육고기 보다는 생선을 좋아하는데 이곳에서 먹는 과메기 맛은 정말 일품이다. 맛이 맘에 들어 택배를 주문하였는데 팔 것 밖에 없다고 하므로 다음을 기약하고 나온다.
14시 44분에 시내버스(1,200\)를 타고 호미곶으로 향한다. 해맞이 광장과 새천년 기념관은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전국 각처에서 찾아온 관광객이 천 여 명은 되지 않을까 ? 말소리를 들어보니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다 모여있는 것 같다. 상생의 손, 연오랑세오녀상, 등대 등을 살펴보며 기념사진도 촬영하고 2시간 정도를 보낸다. 새천년기념관은 개방을 하지 않아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손 두 개 구경하러 이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이니 관광지로서 충분히 성공한 곳인 듯싶다. 17시 20분에 호미곶을 떠나 17시 40분에 다시 구룡포에 도착을 한다. 정류소 앞의 포장마차에 들러 오뎅과 떡볶이 등으로 저녁을 대신하는데 오랜만에 먹어본 까닭인지 별미다. 그리 먼 곳이 아니다 하므로 걸어가다가 포기하고는 택시를 이용해서 호미곶온천랜드에 도착하니 20시다. 마라톤 참가자에게는 찜질방 이용가격을 할인해주니(6,000\) 그저 고마울 뿐이다..
11월 8일 05시 50분에 깨어 찜질방 안의 식당을 찾아가니 영업시간이 08시부터라고 쓰여 있으므로 정상적인 아침식사는 포기하고 만다. 어제 과메기 먹다가 그만 음주를 과하게 한 탓으로 속과 머리가 개운치 않다. 뛰다가 힘들면 걷고 그것도 어려우면 포기해버릴 마음으로 대회에 참가키로 한다. 사우나를 끝낸 후 배지밀 2, 바나나우유 1, 후랑크소세지 1개로 아침을 대신하고 07시 30분에 찜질방을 나오니 1층 로비에 식당이 있다. 아침식사가 부족한 듯하지만 출발시간이 임박하므로 아쉽지만 먹을 수가 없다. 본부석에서 배번호를 받아 달고 T.V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낸다. 물건을 맡기고 몸을 푼 후 출발선으로 가니 도열해 있는 선수들이 대략 400여명은 될 것 같다.
4. 대회 참가 및 완주
주최 측 대표의 간단한 인사말씀에 이어 09시 30분에 풀코스부터 출발을 한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음에도 하늘은 맑고 날씨가 쾌청하여 더없이 좋다. 사회자는 교통통제도 하지 않고 임도 구간이 많으므로 각자가 안전사고에 유의해 줄 것을 신신 당부한다. 얼마 가지 않아 경사가 완만한 언덕이 곧바로 나온다. 산간의 농촌도로인 까닭에 차량 통행은 거의 없으며 2차선 도로의 양 옆으로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참 곱게도 물들어 있다. 5km를 09시 59분에 통과하니 29분 걸렸다. 햇볕이 조금은 따갑게 느껴지는 탓인지 벌써부터 땀이 줄줄 흐른다. 갈증은 나는데 통상 5km 간격으로 마련되어 있는 급수대가 보이지 않으므로 섭섭하다.
1차 반환점인 7.1km에서 물을 한 컵 마신다. 10km를 10시 25분(26분 소요)에 통과하였고 11km 지점에서는 밭둑에서 소변을 본다. 꽤 긴 오르막을 지나 12.5km에서 생수와 바나나를 먹는다. 에어파스가 보이므로 양 무릎에 잔뜩 뿌려준다. 이제부터는 산속의 임도 구간인데 계속 오르막이다. 힘이 드는지 벌써부터 걷는 모습이 보인다. 숨은 턱까지 차오르지만 아직까지는 견딜만하다. 임도로 들어서니 단풍은 더 잘 들었고 주변의 경치와 공기가 참 좋다. 15km를 10시 59분(34분 소요)에 통과하는데 100회 마라톤클럽의 김무언 어르신께서 나를 추월해 가신다. 젊은 놈으로서의 자존심도 있고 창피스럽기도 하여 따라 붙어 보지만 무리다 싶어 이내 포기하고 만다. 15.9km에서 생수와 함께 방울토마토를 한 웅큼 받아먹고 무릎과 허리운동을 하며 잠깐 휴식을 한다. 18km를 에서는 칠마회의 김진환 어르신께서 또 나를 앞서 가시고 19km를 지났을까 선두 주자의 모습이 벌써 보인다. 이 험한 코스에서 참 잘도 달리고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20km를 11시 35분(36분 소요)에 통과하면서 다시 소변을 본다. 아침 대용으로 우유와 물을 많이 먹은 까닭인지 자꾸만 마렵다. 20.6km에서 포카리와 바나나를 먹으며 잠깐 휴식을 한다. 4시간 20분 페메가 앞질러 가므로 뒤를 따라 뛰어보지만 2km도 채 뒤따라가지 못한다. 23.2km에서 생수와 송편을 먹고 운동화에 들어간 흙을 털어내며 잠시 휴식을 한다. 내리막인데 이제는 마지막 반환점을 돌아오는 주자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25km를 12시 07분(42분 소요)에 통과하고 26km에서는 자연보호마라톤의 김완식 어르신께서 앞질러 가신다. 세 분 어르신은 여러 대회에서 자주 뵌 분들인데 이렇게 무참하게 추월 당해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전날의 과음과 저녁 및 아침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인가 싶어 후회가 되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다. 제발 포기하지 말고 5시간 안에 무사히 완주하기만을 바랄뿐이다. 26.5km 반환점에서 포카리와 바나나를 먹고 무릎과 허리운동을 한 후 파스를
또 뿌려준다.
28km에서 세 번째로 소변을 보았고 29.8km에서 생수를 마신 다음 30km를 12시 47분(40분 소요)에 지난다. 32km를 지나면서 4시간 40분 페메에게 또 붙잡혔는데 이젠 까딱하면 제한시간 안의 완주도 어려운 형편이다. 32.4km에서 포카리와 바나나를 먹고 35km를 13시 17분(30분 소요)에 통과한다. 오르막에서는 조금씩 걷다가도 내리막에서는 속도를 내었더니 시간이 많이 당겨진 것이다. 37. 1km에서 생수와 방울토마토를 먹으며 휴식을 한다. 40km를 13시 55분에 통과(38분 소요)했고 마지막 급수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그냥 통과한다. 이제부터는 아스팔트이므로 뛰기가 훨씬 편하다. 41km 지점에서 4시간 40분 페메가 멀리 보이므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오늘 코스가 험하기는 했는가 보다. 골인 지점을 500여m 앞에 두고도 속도를 전혀 내지 못했는데 10m도 남겨두지 못한 상태에서 한 분이 나를 추월해 가지만 쫓아갈 마음도 나지 않는다. 사회자의 축하멘트를 들으며 골인하니 시계는 14시 08분을 지나고 있다.
5. 귀향 및 완주 소감
식권과 온천 입욕권을 받은 후 본부석으로 가서 물 한 병과 기록증을 받는다. 온천랜드 마당에는 앞서 들어온 주자들이 완주의 쾌감을 즐기며 식사를 하고 있다. 물품을 찾은 후 과메기 무침과 참소주 한 병, 소고기 국밥과 김치를 받아 적당한 자리를 잡고 앉는다. 과메기는 어제 돈 내고 사먹은 양만큼은 되겠다 싶다. 하나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었는데 시장한 탓도 있겠지만 인심도 후하고 맛도 매우 좋게 느껴진다.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서둘러 14시 50분에 온천장으로 들어간다. 많은 사람들이 목욕을 하는데 벗은 몸이 모두 날씬한 것을 보니 마라톤선수들인가 보다. 온탕, 물 마사지탕, 이벤트탕, 냉탕을 오가며 종아리와 무릎과 허벅지를 주물러주니 한결 낫다. 스트레칭을 빼먹었다 싶어 구석에서 몸을 풀어주니 따라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15시 40분에 온천랜드를 나오니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비를 맞으며 버스 승강장을 향해 터벅터벅 걷다보니 승용차 한 대가 태워준다며 멈추어 선다. 인심 좋은 여성분인데 두 명이 벌써 타고 있다. 남편이 울트라 매니아라고 하는데 남편 태우고 이곳저곳을 다니므로 마라톤맨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해주는 것 같다. 포항시내에서 내려 주므로 감사의 인사를 하고 승강장으로 향한다.
두 분과 마라톤을 주제로 얘기를 꺼내보니 김해철인클럽 소속이며 나 보다 1분 정도 앞서서 골인했다고 한다. 택시에 합승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을 하였는데 택시비를 주니 받지 않는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마냥 고맙기만 하다. 기약 없는 다음 볼 기회를 약속하며 인사를 나눈 후 헤어진다. 16시 44분 동해행 버스에 탑승 병곡휴게소에 잠시 휴식 후 동해에 도착하니 19시 40분이다. 의형과 연결이 되어 소주를 한 잔 하기로 하였으므로 의형 친구 차로 주점 캐빈(라이브까페)으로 이동을 한다. 저녁식사를 거른 상태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다 23시경에 귀가함으로써 33번째 마라톤여행을 마무리 하였다.
오르막 내리막이 몇 개나 되는지 기억도 못하겠다. 임도구간이 28km이므로 산악마라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시멘트 포장이 된 곳과 비포장인 곳이 반복적으로 계속 나타났는데 임도 구간 내내 엎어질까 걱정되어 정말 조심스럽게 달리고 걸었다. 앞에도 뒤에도 선수가 보이지 않은 채 혼자 뛴 거리가 훨씬 더 많을 것 같다. 코스가 힘들었고 기록도 저조하였지만 맘에 드는 코스이고 다음에 꼭 와서 제대로 한 번 뛰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급수대가 들쑥날쑥하게 설치되어 조금은 헷갈렸지만 생수와 이온음료, 그리고 간식은 충분하게 공급된 것 같다. 두 끼니를 제대로 먹지 못했는데 간식을 자주 먹은 덕분에 무사히 완주한 것은 아닐까 싶다. 대회 참가 전날의 과음은 정말 하지 말아야겠다. 즐기기 위해, 건강을 위해 많은 시간과 적잖은 경비를 써가면서 참가하는데 몸이 망가지면 정말 안 될 일이다.대회의 성공개최를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보다 더 멋지고 훌륭한 대회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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