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6. 4) 『제8회 양평 맑은 물 사랑 이봉주 마라톤대회』에 참가했습니다.
한 마디로 죽다 살았습니다.
이번이 풀코스 5번째 도전인데 완주라기보다는 골인지점에 억지로 걸어서 도착(?)했습니다.
기록일 것도 없지만, 굳이 아시려고 하신다면 04:57:32입니다.
제가 가장 빨리 달린 것이 03:46:55이니 1시간 11분이 늦은 것입니다. 그것도 5시간 안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꼭 좀 도착해 보려고 엄청나게 애쓴 덕분이랍니다.
사연이 조금 있는데 말씀 드려볼까요 ?
제가 몸도 잘 이기지 못하는데 술은 약간 과하게 마시는 편입니다. 특별하게 좋아하는 취미활동 하는 것도 없고,
꽤 오랫동안 술을 친구로 사귀었다고나 할까요 ?
6. 3 14시에 무릉계곡에서 등산(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모임이 있었답니다. 산에 갈 때는 다음 날의 대회도 걱정되고 또 아내도 동행을 했기에 가급적이면 술을 하루 참자고 마음을 다짐하면서 갔지요. 막상 등산을 마치고 뒤풀이로 술자리가 마련되니 땀 흘려 갈증도 나는 상태에서 오랫만에 좋은 사람들 만나니 그만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산 둘을 쉽게 해치워버렸지요.
집에 가서 샤워하고 양평대회 참가할 준비 하면서 조금 쉬다가
6. 4 00:34분 동해역 발 양평 행 심야열차에 몸을 실었답니다.
심야열차는 처음 타 보았는데 5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수면량이 그 정도면 되겠다 싶어 하루 전에 가려다가 계획을 바꾸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자리도 불편하고 덜컹거리기도 해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겠더군요.
어찌되었든 05:32분에 양평역 도착 !
전일 술에다가 잠도 제대로 못 잤지요. 몸이 개운치 못해서 사우나를 찾아 시내를 헤맸으나 보여야 말이지요. 아까운 시간만 버리고는 세수도 하지 못한 채 해장국 한 그릇(맛은 왜 그리 없던지...) 으로 빈 속을 채우고 대회장으로 30여분간 터덜 터덜 걸어갔지요.
옷 갈아 입고 화장실 다녀온 다음에 몸 풀기 하고 08:30에 강상체육공원에서 출발했습니다. 사회자(배동성)는 풀코스 1,000여명 등 1만 여명이 대회에 참가했다고 하더군요.
남한강변을 끼고 달리는 코스라고 하던데 강이 보이는 곳은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고 오르막 내리막이 많은데다가 구불 구불한 곳도 많고 제가 보기에는 코스가 별로인 것 같더군요. 날이 맑아 조금은 덥다 느껴지긴 했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인지 반환점 가기도 전에 몸은 축축 쳐지고 발걸음은 땅 바닥에서 잘 떨어지지도 않더군요. 25km 지점 부터는 계속 걷다.. 쉬다.. 조금 뛰다.. 했답니다. 마라톤 하다가 죽었다는 소식도 많이 들었는데 숨은 차지요, 오른 쪽 가슴 아래는 뜨끔 뜨끔 하지요. 갈증 때문에 물을 많이 마신 까닭에 소변은 계속 마렵고, 왜 또 배는 살살 아파오는지...결국 30km 지점에서는 화장실에 가서 5분 정도는 낭비(?)를 했는데도 시원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더군요.
이 때 부터는 ‘너무 무리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겁도 나고 해서 그만 중단할까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지금까지 시간을 허비(?)한 것이 아까워서 ‘설마 5시간 안에는 못 들어가랴’ ‘빨리 걷다가 조금씩 뛰더라도 5시간 안에 들어가기만 하자’는 결심을 했답니다.
왼쪽 오른쪽 엉치뼈의 통증도 계속 심해지고, 가슴 아래쪽은 걸을 때는 괜찮은데 조금씩 뛸 때마다 계속 뜨끔거리고 40km 지점 부터는 머리도 어질어질하다는 느낌이 들고...
시계를 계속 보면서 5시간 안에만 들어갈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답니다. 골인 지점 500여m를 남겨 두고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하니 걸어갈 수는 없지 하는 생각에 살 살 뛰어서 도착하니 4시간 59분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출발할 때 조금 늦게 나갔으니까 5시간 안에는 들어왔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다섯 번째 풀코스를 완주(完步 ?)했다는 성취감이 들긴 했는데 골인지점 지나고 나서 한 5분간 이상은 어지럽더군요.
이때가 13:30,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이제는 귀가할 시간이 촉박해졌답니다. 14:49분 동해 행 열차를 타야 했으니까요. 역으로 이동하는 거리는 차로 넘쳐 택시 탈 염두는 내지도 못하고 도보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위치는 정확히 모르지요. 아무리 따져 봐도 점심식사는 포기해야 할 것 같아 간식으로 내 준 바나나 한 개와 우유 및 음료수 한 개씩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더군요. 아프던 배는 계속 살살 아프고 양평역으로는 빨리 가야 되겠고... 14:20에 역에 도착하니 이제야 안도의 한 숨이 놓이더군요.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화장실, 꽤 오래 시간을 보냈는데도 속은 계속 불편하지만 무한정 있을 수도 없고...
14:50에 동해 행 열차에 탑승하고도 화장실에 다섯 번 이상을 갔을 겁니다. 마라톤 출발을 할 때 부터 25km 정도 달렸을 때 까지는 별 이상이 없었는데 너무 무리해서 몸이 절말 잘 못 되었나 하는 생각도 계속 들더군요. 얼음물을 3곳에서 제공했는데 그것을 다 마셨기 때문에 배탈이 났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열차 안에서도 갈증은 계속 나고, 배는 고프고...
간식으로 받은 빵 하나와 계란 한 줄(3개), 캔맥주 하나를 사서 먹고 나니 조금 나아진 것 같더군요.
비몽 사몽 하다보니 예정보다 늦은 20:10 동해역 도착 !
힘겹고 악몽 같았던 마라톤 여행 한 건이 이렇게 끝났습니다.
정말 힘들게 뛰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겁이 났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술자리를 마다하지 않기 때문에 과음한 다음 날에도 풀코스를 포함해서 여러 번 뛴 적이 있었답니다. 마라톤을 우습게 알고 건강에도 웬만큼은 자신 있다는 우매한 생각과 큰 착각 때문이었겠지요. 이번에 그 대가를 정말 톡톡히 치렀습니다.
앞으로는 클럽의 훈련활동에 가급적 참여하는 등 연습을 보다 더 체계적으로 하고, 제대로 배우도록 노력할 것이며, 몸 관리에도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내용이 너무 긴 반성문(?)이 되었나요 ?
마라톤 선배님, 그리고 고수님들께서
앞으로 많이 지도편달 해주시면 매우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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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양양송이컵 울트라 참가기 (1)
풀코스 얕보다가 정말 가는(?) 줄 알았습니다.
술은 소량이라도 운동능력을 떨어뜨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