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 시에 일어나 준비물 챙겨서, 어제 약속해 둔 병억이랑 같이 종합운동장으로 간다.....
어둠이 깊숙한 시각이다....회장님의 마지막 점검 문자메세지가 들어왔는데도, 버스가 없네. 헐~~~
기사아저씨가 지각이네.....인원 점검하고, 참가경비 걷고 아~ 휴 쉬운 게 아니네.....재영이가 그간 애를 많이 먹었구나......
윤승이를 보조로 기용(?)하여 개인별 금액을 받고 체크하고....
미리 준비해 온 이름표 나눠주고, 휴게소에서 식사하러 간 사이에 회원 아닌 분들의 명단을 원희 선배의 필력을 빌어 쓰다보니, 버스안에 둘이 갇혀 버렸네....에~구....버스 문 여는 것도 알아 둘 필요가 있구나....ㅎㅎㅎ
버스의 진행이 거칠다.... 뒷 얘기에서 나온 말이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별반 다르지 않다.....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더군....표현을 하고, 하지 않고의 차이가 있을 뿐이란 걸 느낀다.....
춘천에 도착하여, 짐 정리하다가 가스통 연결줄과 화구가 보이질 않는다.....
버스기사에 연락 택시로 보내달라고 요청하여 재영이와 이-마트까지 달리기.....따로 몸 풀 필요가 없다....
기념사진 한방 박고.....운동장에 들어선다.....꽉 찬 운동장....
작년보다 한 시간 일찍 출발한 것 외에도 진행이 빠르다.....
성태선배,원희선배가 옆에 있었는데, 혼란속에서 떨어져 버렸다...
지난 두번의 실패 ( 걸었다는 그 자체...) 를 떠 올리며, 홈피에 나타내었듯이 3 시간 50 분이 넘는 4시간안이라는 목표를 향해......
잠시 되뇌어 본다.....난, 안 걸을꺼야.....
출발총성에 서서히 웜~~~업....
10 킬로 54분....20킬로 1시간 48 분.... 30킬로 2 시간 42 분....
기온은 따스했고, 햇빛도 구름에 가렸다가 나타나고, 가로수 그림자를 따라가며, 26킬로 오르막에 보폭을 왕창 줄인다...( 히히....이래서 경험이란 무시할 수 없는 거다.....요거 빨리 달리다간 퍼진다구...ㅎㅎㅎ )
진짜루 랄라~ 룰루~~ 다....
다른 참가자들 표정도 살피고, 여유있게 말을 건네기도 하고, 열열히 응원하는 여학생과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하고, 급수대에서는 어느 학교 다니냐는 등 말을 걸어 보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어디 다닌다면 알지도 못하면서....ㅎㅎㅎ
그렇게 달리면서.......즐거움을, 달리기를, 가을을, 혼자 흘리는 땀방울을, 함께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38킬로를 지나면서, 쥐가 내릴 것 같은 그럴 느낌이 들어 속도를 줄인다......남은 거리를 생각하면서 시계를 본다....
대충 계산해도 3 시간 40분대 후반이다.....조금 더 늦추자......종종걸음으로 달려본다....참 지루하고 힘이 든다......
많은 참가자들이 걸어간다....오만 인상을 다 쓰면서.....
"힘들지....너도 걸어...임마...얼마나 편한데....." 그 표정을 보니 요따우 얘기를 하는 것 같다......안 돼....난 세번째라구......난 유혹을 이길꺼야......
고개를 팍 숙이고 나타나지 않을 것 같은 구간킬로 표지판을 일부러 안보려고 애쓴다....그러기를 10 여 분.....
출발했던 운동장이 보인다....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짠다....
상화가 힘겹게 운동장으로 들어선다......
" 힘 " 을 외쳐보고 달려간다.....두 손을 높이 들어 결승선을 통과.....
""" 해 냈 다...!!!!! """"
비틀비틀 걸었다.....털썩 주저 앉았다.....달리기를 마친 한 외국인이 옆에 보인다...힘들어 보였는지, 물병을 권한다.....
" 땡 큐, 컨그레츌레이션스 온 유얼 썩세스 " "웨얼 아 유 프람? "
뭐 이런 식으로 진행을 예상했는데....." 수고 하셨어요? 힘 들지요...."
우리말이 유창하다....헐~ ㅎㅎㅎ
"에릭" 이고 기자란다. 러시아 사람이고 얼마전에 동해에 해상사고가 있어서 다녀왔단다.....난 사고가 있었는지 몰랐는데...
간단히 악수하고.....홈피에 한번 오시라고 하고.......(이 글 보면 댓글 남겨주세요....)
물을 연거푸 10 잔이나 마셨다....아홉잔에서 딱 받치던데, 열잔 채우고 싶어서....ㅎㅎㅎ
이번 대회에서 난 성공했다....걷지도 않았고, 목표도 이뤄냈고....
마지막에 힘이 빠지는 걸 감안하면, 내가 줄여야지 한 그 페이스가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정도였다는 걸 배웠다....
거기서 욕심을 내서 좀 더 달렸다면 분명 둘 중의 하나다....
쥐가 내렸거나 지난번처럼 걸었거나.....
난 이번 대회참가를 통해 겸손을 배웠다....
축하한다.......쏘주 한잔 살께? 이럴 사람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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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같은 1분 그리고 금빼지
2006년 춘천마라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