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조금은 즐겁게 달린 18번째 풀
1. 대회개요
○ 대회명 : 제11회 서울마라톤대회
○ 일 시 : 2008. 3. 2(일) 10:00
○ 장 소 :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 주 최 : 서울마라톤클럽
○ 코 스 : 여의도 ~ 광진교 방면 왕복(한강변)
○ 종 목 : 4종목(풀, 하프, 10km, 5km)
○ 참가비 : 40,000원(풀코스)
○ 기념품 : 긴 팔 T셔츠, 대형 수건
○ 총경비 : 74,800원(참가비 포함)
○ 기 록 : 04:24:58(전체 순위 838위 / 성별 순위 787위)
2. 참가배경
1월의 어느 날인가 황상문 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3월 2일의 서울마라톤대회에 하영철 회장님과 같이 참가할 의향이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2월 16일에 개최되는 2008 시즌 오픈 마스터스챌린지레 이스대회에 신청을 해 놓은 상태인지라 조금 망설이다 같이 가기로 하고 참가신청을 하였다. 결국에 는 2월 16일의 대회 당일 문상을 가는 까닭에 뛰지를 못했으므로 신청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3. 출발부터 대회장에 도착할 때 까지
3월 1일에는 강원일보에서 주최하는 3.1절 시민건강달리기대회에 연습 삼아 참가하여 7km정도를 뛰 었다. 순위는 51위 이었는데 전날 중학교 동창 모임에서 소주를 마시는 바람에 조금은 힘이 들었다. 이날의 연습이 3. 2 대회에서는 상당한 도움이 되었던 듯하다. 서울에 출타할 준비를 해서 18시 10 분에 집을 나선다. 18시 40분 동서울 행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는데 동해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승차권을 구입하려고 하니 17시 40분에 막차가 출발했다고 한다.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강릉에 가서 버스를 타기로 마음을 먹는다. 18시 35분쯤 되니 하회장님께서 터미널로 급히 들어오신다. 축구경기를 시청하다 그만 늦었다는 것이었는데 버스가 끊어졌다고 하니 그만 착각했다며 갈 길을 걱정하므로 강릉으로 가면 된다고 말씀을 드린다. 18시 50분에 동해 출발(3,200\) 강릉 도착 후 동서울행 버스시간을 보니 19시50분이다. 19시 50분에 강릉을 출발(12,600\) 하였고 동서울에 도착하니 22시 50분인데 30분 정도는 연착을 하였다. 전날의 술과 조금은 무리한 달리기 후 소주를 몇 잔 마신 까닭에 버스 안에서 자다 깨다 하다가 그만 코오롱 등산용 장갑 (50,000\) 을 버스에 두고 내렸으며 찾지를 못했는데 참 아깝다. 강변역에서 회장님 집이 있는 일산의 주엽역으로 가는 지하철은 끊겼다고 하므로 일단은 구파발(1,300\) 까지 가서 해결방법을 찾아 보기로 한다. 구파발에 도착하니 24시 05분 이었고 24시 15분에 일산행 시내버스(1,800\)에 탑승하 여 일산에 도착 후 택시(3,000\)를 다시 타고 회장님 집에 도착하니 24시 45분이다. 늦은 시간 임에도 시장끼가 있다고 하면서 군대 제대 후 복학을 앞 둔 회장님 아들에게 라면을 끓이도록 했으며 안주 삼아 소주 한 병을 해치운다. 이때의 시간이 01시 30분인데 잠도 안 오니 소주나 한 잔 하러 나가자고 해서 밖으로 나갔으며 호프집을 찾아들어간 시간이 01시 50분으로서 문 닫을 시간이 되었다고 하나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잡는다. 소주 두병을 마시고 APT에 도착하니 02시 50분 이었고, 버스에서의 잠 때문에 잠이 오지지 않아 뒤척이다가 04시경에 잠이 든 것 같다.
인기척에 눈을 뜨니 06시 30분인데 회장님은 벌써 대회 참가 준비로 바쁘다. 부지런히 씻고 볼 일 보고 10여분을 걸어서 콩나물해장국 집에서 아침식사(4,000\)를 마치고 나니 07시 45분이다. 주엽역으로 이동하여 08시에 지하철을 타고 대회장 주변의 여의나루역에 도착하니 09시 30분이다. 10여분을 걸어 행사장에 도착 후 옷을 갈아입고 물품을 보관하고 나니 09시 50분인데 준비운동과 스트레칭이 벌써 진행 중이다. 하의는 부드러운(?) 팬티위에 타이즈와 마라톤팬티를 껴입었고 상의는 긴팔 T셔츠 위에 2007 조일마라톤의 바람막이 옷을 입었으며, 아식스 마라톤화와 썬글라스 그리고 귀를 덮는 등산모자에 1회용 흰 장갑이 오늘의 마라톤 복장이다.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참가자가 엄청나게 많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대회를 여러 번 참가했는데 오늘의 참가자 수가 가장 많았던 것 같다.
4. 대회 참가 및 풀코스 완주
10시 정각에 출발을 한다. 1월 1일과 2월 3일의 대회에서 고생하며 뛰었던 코스와 같은 것 같아 감 회가 새롭고 부담은 덜 느끼게 된다. 오늘의 완주작전은 ① 무리하지 않도록 후미에서 뛴다 ② 가급 적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걷지 않고 천천히 꾸준하게 달린다 ③ 기록은 신경 쓰지 않고 5시간 안에만 완주하되 지난 2. 3 대회 기록 보다 1초라도 앞당기면 성공하는 것으로 세웠다. 전날 조금은 무리해서 달린 탓에 다리에는 알이 배었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인지 몸은 아주 무겁다. 날씨가 쌀쌀한 탓에 타이즈를 뚫고 들어오는 바람에 살이 떨린다. 회장님은 이 추운 날씨에도 짧은 팬티만 입고 뛰신다고 하는 것을 보니 내 몸이 오싹하면서도 강인한 체력이 부럽기만 하다. 후미에서 천천히 뛰었고 왼쪽 오른쪽의 한강변을 구경하면서 수 많은 선수들의 복장을 관찰해보니 모두가 제 각각이다.
머리부터 발끝 까지 다 해보아야 7가지 정도의 용품인데 같은 복장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참 신기할 정도다. 300여m를 가다 보니 눈에 익은 할아버지 선수 한 분이 보인다. 김무조씨 라는 분인데 많지 않은 대회 참가를 하면서도 자주 뵌 분이다. ‘2월 3일에 뵈었는데 또 뛰십니다.’ 하며 인사를 드리니 ‘2월 16일과 2월 23일에도 뛰셨다고’ 하신다. 2월 3일 대회 때도 35km지점에서 나를 앞질러 가신 분인데 그저 놀랍고 부러울 따름이다. 2km 정도를 지날 때부터 눈이 한 송이씩 내리기 시작했으며 5km는 물을 마시지 않고 통과했는데 내리는 눈의 양이 점점 더 늘어난다. 10km 지점에서도 물을 마실까 말까 잠깐 갈등하다가 그냥 통과했는데 이때부터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바람도 제법 세게 분다. 15km도 쉬지 않고 그냥 통과하였고 17km 지점에서는 화장실에 들러 작은 일을 본 뒤에 주로 에 들어서서 반환점 까지는 쉼 없이 계속 달린다. 반환점을 돌 때의 기록은 2시간 5분이었다. 물도 마시지 않고 쉬지도 않으면서(화장실 간 것은 제외) 반환점을 돌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뛰는 내내 ‘속도는 천천히, 발걸음은 지면에서 가장 낮게’를 계속 다짐하였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은 탓인 것 같다. 반환점에서는 서울마라톤클럽의 아름다운 여성분들과 회원 분들이 즉석 김밥과 된장국, 오이와 방울토마토, 생수를 나누어 준다. 뛰던 중 가장 푸짐한(?) 먹거리였으며 김밥 두 개와 오이 한 쪽, 된장국과 물을 반 컵씩 마신다. 무릎 운동과 허리운동, 목운동, 팔운동을 잠깐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주로에 들어선다. 영양도 보충하고 휴식을 취한 탓인지 몸이 한결 낫다. 이제는 눈도 그치고 가 랑비가 조금씩 내리는데 바람이 잦아들어 뛰기에도 좋다. ‘이제 반이 지났으니 반만 더 가면 된다. 천천히 낮게 뛰자’고 마음을 가다듬고 한걸음씩 옮긴다. 25km 지점을 통과하는데 오른쪽 무릎의 통증이 조금씩 느껴지긴 하는데 다른 대회 때보다는 양호하므로 30km까지 계속 달린다. 이 코스를 뛰는 많은 마라톤대회가 반환점 돌 때까지와 골인 지점까지의 코스가 거의 같은데 이 대회는 나름대로의 변화를 주어 되도록이면 한강변을 뛰도록 함으로써 선수들에게 지루한 느낌을 덜 갖도록 하고 있었다.
30km를 지나면서부터는 덜 지루하게 그리고 조금은 재미있게 달려보자는 생각에 골인 지점까지 과연 몇 명이나 따라 잡을 수 있는지 세어 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앞에는 60세는 족히 넘어 보이는 두 분이 달리는데 쉽게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으며 37km정도를 지나면서 억지로 추월할 수 있었다. 한 명 두 명씩 추월하는 성적(?)이 제법 괜찮게 느껴진다. 38km 지점에서 물을 마시며 잠깐 쉬고 팔과 다리운동을 한다. 이제 남은 거리는 4km 정도이므로 끝 까지 걷지 말고 달려 보자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거의 비슷한 속도로 달린 덕분에 허리에 통증이 조금 느껴지고 다리가 뻐근할 뿐 무릎과 엉치뼈의 아픔은 미미하므로 속도를 조금 내어본다. 이제부터는 걷는 선수들의 모습이 간간이 보인다. 1km를 남겨두고는 최대한으로 속도를 높였는데 족히 20여명은 따라 잡은 것 같고 골인 지점의 통과시간은 14시 30을 넘기지 않았으니 지난 대회의 성적(?)에 비해서는 상당히 좋았으며 몸의 상태도 괜찮았다. 30km 통과 시부터 추월한 숫자는 115명이었고, 최종기록은 4시간 24분 58초로서 2월 3일의 기록보다는 21분간을 앞당겼는데 기록은 내게 결코 중요하지 않다. 구간별 기록은 10km-01:00:47, 하프-2:04:59(1:04:12), 32km-3:19:41(1:14:42), 30.8km~ 마지막 까지의 11.395km는 1:05:18로 분석되었다. 기념품을 받고 탈의장으로 가다보니 회장님은 벌써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손님들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계신다.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니 과거에 동해전화국에서도 근무를 하신 분으로서 회장님의 후배(최 과장) 부부였다.
5. 귀향 및 소감
14시 40분경에 대회장을 떠나 여의나루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종로3가에 도착한 시간이 15시 30분이며 15시 50분에 점심 겸 저녁식사를 위해 무릉촌이라는 식당으로 찾아들어갔다. 생선구이(고등어 1마리/5천원, 삼치 1토막/5천원)와 낙곱전골(3만원)에 소주(5병)를 곁들여 식사를 했는데 반찬도 전골도 양이 너무 적은 느낌인데 손님들은 꽤 많다. 식사 도중에 회장님은 서울 체류계획을 긴급히 수정하여 최과장님 부부와 함께 동해 행을 결정하였고 식사대는 후배 분께서 계산을 했는데 회장님 덕분에 즐거운 뒤풀이를 하였다. 18시에 식당을 나와 상계동의 최과장님 집에 들러 두 분의 짐을 챙긴 후 최 과장님의 승용차를 타고 서울을 출발한 시간이 19시였으며 동해시에 도착하니 22시다. 대진의 의형님 집에 들러 문어와 가재미를 안주로 소주를 간단히 한 후 회장님 및 최과장님 부부와는 작별을 하였고 나는 부족한 소주를 조금 더 보충한 뒤 집에 도착하니 23시가 거의 다 되었다. 이렇게 해서 18번째의 마라톤여행이 또 마무리되었다.
이번의 대회 참가도 잊지 못할 추억 몇 가지를 남겼다. 버스와 지하철이 끊기고 연착도 하였으며, 수 십년 만에 만원버스도 타 보았다. 뛰기 전날 세 시까지의 음주는 해도 너무했으며 가장 힘들지 않게 달렸고 끝난 뒤에는 좋은 분 만나 조금 심한 뒤풀이를 하였다. 출발부터 귀가할 때까지의 모든 일정이 예기치 못했던 일들의 연속이었으며 참 변화무쌍했다. 혼자서 마라톤대회를 찾아가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일행이 없으면 술 생각을 덜하고 목운동을 적당한 수준(?)에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너무 훌륭한(?) 동반자를 만나 오히려 몸을 더 해쳤다는 느낌이다. 다음 마라톤대회에서는 더 힘이 들지 않고 즐거운 달리기를 하기 위해 연습량을 조금은 더 늘리고, 대회를 앞두고는 술을 조금 더 자제하며 혼자만의 마라톤여행을 고수할 것을 다시 다짐해본다. 이 글을 통해 잊지 못할 마라톤 추억을 만들어주신 회장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
보스톤마라톤대회 참가 및 미국동부.캐나다 여행... (2)
처음으로 조금은 즐겁게 달린 18번째 풀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