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제천마라톤대회!
올해 처음으로 참가하는 대회로 가족과 클럽회원이 함께 한 이번 나들이는 작년 춘천대회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지난 3월 동아대회를 위해 약 4개월 간 준비를 하고도 대통령탄핵가결로 포돌이 비상근무체제가 자동 시작되면서 울음을 머금고(?) 대회 참가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면서 며칠동안 적지 않게 런 의욕을 잃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생활의 일부가 된 달리기를 접을 수도 없는 것이고 지금껏 상하반기 각 1회씩 풀 코스를 달리겠다고 마음먹었기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큰누이가 있기도 한 제천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을 했다.
제천대회를 목표로 잡았지만 동아대회 만큼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 기록보다는 펀런 하자고 마음먹으니 달리는 시간이며 횟수가 자동으로 줄었다.
그래도 이왕이면 좀 더 연습해서 후반에 고생은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에 겨우겨우 대회전까지 목표량을 채우고 대회 일주일전 식이요법도 흉내를 내었다.
대회 날 04:30에 핸드폰알람이 일어날 시간이라고 요란하게 울어된다.
일어나 얼마 되지 않아 식탁 위에 있던 찹쌀떡 3개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니 아내가 한참을 신기하듯 쳐다보고는 "와! 신기하고 예술이다. 어쩜 이렇게 맛나게 잘 먹냐!" 라고 한소리하고는 하던 얼굴 가꾸기를 바쁘게 한다.
맛나게 자고 있는 두 개구쟁이들에게 제천 가자! 라고 소리치니 평소와 달리 벌떡 일어났다.
05:40분에 집을 나서 택시로 출발장소인 운동장에 도착하니 관광버스가 이미 와 있었다.
상식이 형님은 대회 뒤풀이를 위해 누룽지막걸리 한말을 버스에 단단히 고정시킨다.
6시가 가까워지니 회원과 가족들이 금새 모여든다. 모두들 밝은 얼굴들이다.
개인사정으로 참가는 못하는 권석관 선배 등 여러 회원들이 나와 격려의 응원을 주신다.
자! 출발이다. 제천을 향해...
소사휴게소에 잠시 들러 아침을 해결하고 9시쯤 제천종합운동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전날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날씨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달리는 내내 더위로 무척이나 고생할 것 같았다.
동해마라톤클럽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모두들 갈아입고 주차장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단체사진도 찍었다. 동해마라톤클럽 파이팅!
운동장 안은 대회운영요원들, 선수들, 응원 나온 가족들로 가득 했고 트랙이며 잔디구장 안에서 몸을 푸는 선수들의 표정 하나 하나가 밝아 보였다. 6년 동안 대회에 참석하다보니 서로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화장실에서...
10시 정각에 하프, 풀 코스 선수들이 먼저 운동장을 나선다.
달려나가는데 갑자기 출구 위에서 아내가 큰소리 친다. 기표아빠 파이팅! 그래 고생하고 돌아 올께!
코스를 전혀 모르고 달릴 정도로 마음을 비웠기 초반 페이스를 낮추며 달렸다.
범수와 동반주 하며 약 3km를 달리니 먼저 가라며 약간 뒤로 쳐진다. 좀 빨랐나!
다른 대회와 달리 내 자신도 초반 호흡이 가뿌며 무척 힘든 느낌이다.
평지로 생각했던 코스가 초반부터 오르막에 내리막, 내리막에 오르막의 연속이었다.
이러다 보니 10km까지 호흡이 터지지 않아 천천히 달린다고 달렸으나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반대편에서 에코차량이 라이트를 번쩍이며 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하프 선두주자(제천소방서)가 역주하고 있었다. 몇 백 미터 뒤에 손국석 선배님도 열심히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에고고 얼마나 부럽던지...
15km 언덕 전에서 재근이와 만났다. 감기로 힘들다며 먼저 가라고 자리를 비켜준다.
짧은 언덕이지만 경사가 심해 무척이나 힘들다. 상체가 절로 굽어지고 보폭이 현저히 줄었다.
정상에 오르니 반환점까지 내리막이니 힘차게 달리라며 자원봉사자가 파이팅을 외쳐준다.
뭐! 반환점까지 내리막이라고...
그럼 이 내리막을 다시 올라와야 하나? 와! 장난이 아닌데... 죽었구나...
진짜 계속되는 내리막 중간 제천의림지에 다다르니 농악대 응원소리가 요란하다. 힘이 절로 났다.
가도 가도 반환점이 나오지 않는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 저 멀리 반대 차선에서 풀 코스 에코차량이 선두주자를 이끌고 오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선두주자는 1등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색이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 그만큼 대회코스가 힘들었구나하는 판단이 이때 섰다.
반환점을 도니 자원봉사자가 내가 20번째란다.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20등이란 소리에 힘이 생기는 듯 했다.
반대편 주자들이 스쳐갔다. 범수, 최선배님, 회장님, 회원들이 하나 둘씩 지날 때마다 파이팅으로 힘을 나눴다. 앞 주자 하나 둘 제치며 약 32km까지 신나게 달렸다. 약 10명을 추월하며...
그래서일까? 너무 욕심을 냈는지 이후 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
이쯤이면 모두가 힘들겠지만 얼마나 힘들었으면 2000년 춘천대회 첫 풀코스 도전 때며, 작년 제주도 아이언맨대회때 고생했던 기억들이 생생이 떠올랐다. 그래! 이보다 더 힘든 때도 이겨냈는데 이 나머지 10km 못 참고 달리겠나 하며 자신에 모진 채찍질을 해가며 달렸다.
계속되는 언덕은 무척이나 힘들었다. 앞선 주자는 얼마나 힘들었으면 오르막에서는 계속 걸었다. 그리고 내리막에서는 달리고... 한 자원봉사자는 저기 보라고 앞선 주자가 걸으니 빨리 추월하라며 응원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나도 이미 힘이 고갈된 상태라 걷지만 않을 뿐 달리는 것이 영 신통치 않았다. 4km... 3km...남은 거리를 좁히며 어느 순간 시내 중심을 앞 뒤 주자 없이 혼자 달리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대로변 수많은 시민들이 응원으로 힘을 주지만 겨우 주먹으로 답례를 할 뿐이다.
남은 2km 긴 언덕은 정말 힘들었다. 언덕 정상후의 운동장이 보일 것이라는 기대에 오직 인내로...
드디어 정상에 오르니 1km 거리표지판과 반가운 운동장이 보였다.
그래 이제는 굴러가도 가겠다 싶은 안도감이 들었다.
남은 400m 운동장 트랙을 돌 때는 항시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기분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긴 여정을 끝내며 결승점을 통과하니 가슴이 벅찼다.
달리면서 처음 받아보는 결승점 테이프는 이번 대회 나에게 큰 기쁨이기도 하다.
풀 코스 전체 9위!
기대하지 않은 청년부 3위로 입상대 위에서 상을 받으니 꿈인가 싶기도 했다.
두 개구쟁이에게 자랑스런 아빠의 모습이 비춰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잠시 흐뭇해 보았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제천대회 첫 풀 코스를 좋은 기록으로 멋지게 완주하신 김형해 선배님!
장시간 포기하지 않고 인내로 끝끝내 완주메달을 목에 거신 박인규 선배님!
진심으로 완주 축하드립니다.
참! 상식형님! 누룽지 막걸리 정말 맛나게 잘 마셨습니다. 맛이 한마디로 귀똥 찼습니다.
그리고, 부회장님! 행운당첨(?) 부상 축하드립니다.
런은 기본이고... 수영도 되겠다... 잔차도 마련되었으니
이참에, 아니 내친김에 철인3종 경기에 도전해 보심이...
끝으로 대회참가며, 준비에 힘써주신 회장님, 부회장님, 홍보팀장님, 회원 및 가족 분 모두에게 감사 드립니다. 덕분에 포돌이 가족 재미나고 즐겁게 잘 다녀왔습니다.
동해마라톤클럽 파이팅! 힘! 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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