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중국 대련국제마라톤대회」참가, 그리고 백두산 천지 !
(43번째)
1. 대회개요
○ 대회명 : 제24회 대련국제마라톤대회(중국)
○ 일시 : 2010. 4. 18(일) 08:30
○ 장소 : 중국 대련시 금석탄 황금해안
※ 중국 여행 : 4. 17~4. 22/대련(성해광장, 금석탄 해변 등),
단동(압록강 철교, 호산장성), 통화(백두산 천지, 금강대협
곡), 집안(광개토왕비, 장군총)
○ 코스 : 금석탄 황금해안~대련시 왕복
○ 종목 : 5종목(풀, 풀 릴레이, 하프, 휠체어 풀, 휠체어 하프)
○ 참가비 : 50,000원(종목별 40,000~60,000원)
○ 기념품 : 티셔츠 2, 대형 수건, 메달, 간식
○ 기록 : 03:37:33/두 번째 기록(한국에서 풀코스 7명 참가)
2. 참가배경과 준비과정
2007년 4월에 9박 10일간의 일정으로 보스톤마라톤대회 참가하였다. 아내에게는 비밀로 한 채 3년간의 준비 끝에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해외여행을 한 것이다. 모든 마라토너가 꿈꾸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하여 내 꿈을 이루었지만, 아내도 상당히 좋아하고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미국과 캐나다 여행을 하면서, 그리고 귀국하는 과정에서 할 수만 있다면 힘이 있고, 능력이 될 때 아내와 같이 마라톤 해외여행을 자주 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런던이나 동경 쪽으로 생각을 하였으나 지난해에 여행춘추의 해외마라톤 여행일정을 찾던 중 대련마라톤 참가로 계획을 바꾸었다.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천지, 고구려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왕으로 생각되는 광개토대왕릉과 장군총 등이 포함되어 있는 여행 일정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마라톤에는 별 관심도 없을 텐데 백두산 천지 때문인지 대찬성이다. 같이 가지 못하는 딸과 아들에게 조금 미안하기는 했지만, 니들은 돈 벌어서 나중에 갈 기회가 훨씬 많을 테니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이해를 구한다. 2개월 전에 예약을 하고 나니 하루하루가 기다려지고, 날짜가 너무 더디게 지나가는 느낌이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이번 여행은 갔다 오기 전까지는 일체 비밀로 하기로 한다. 그러나 5일간 휴가를 내야하므로 1개월 전에 사무실의 몇 몇 직원에게만 미리 알리면서 몇 년간 준비해 온 것이므로 자리 비우게 됨에 대하여 양해를 구한다.
3. 대회참가 및 완주
4월 17일 12시에 중국남방항공 여객기로 인천공항을 출발, 12시 20분에 중국 대련공항에 도착한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시내 관광과 마라톤 행사장 및 코스 사전답사 등을 마친 후 대련 진유안 호텔에서 개최된 대련국제마라톤대회 참가국 대표 환영리셉션 참석하여 저녁식사를 하고, 4성급 발해명주호텔에서 숙박을 한다.
04시에 일어나 대회 참가 준비를 마친 후 일행과 합류하여 05시 10분에 아침식사장소로 이동한다. 밤새 비가 내린 듯 도로가 많이 젖어 있고, 가랑비가 계속 내린다. 오늘의 대회 진행과 참가가 걱정되며 그저 빨리 멈추기만을 바랄뿐이다. 호텔에서는 아침 일찍 식사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며, 조선족이 운영하는 ‘명원복숯불구이집’에서 된장찌개, 갈치튀김, 계란찜 등으로 식사를 한다. 입맛에 맞고 중국여행 중 가장 맛있는 아침이었다.
05시 55분에 식당을 나와 07시 05분에 대회장인 금석탄공원의 해변에 도착한다. 조금은 이르다 싶고, 바깥 날씨는 제법 쌀쌀하지만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은 후 짐을 실어놓고 대회장으로 이동한다. 이른 시간이지만 참가자들과 가족, 행사 관계자등으로 몹시 북적인다. 어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멋진 행사장이 만들어져 있다. 보스톤대회, 동아대회, 조선일보대회 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와 준비를 하였고, 아마도 국제적으로 이름 있는 대회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파속을 헤집고 들어가 단체로, 개인별로 기념촬영을 하고 몸을 푼 후 출발 대기선으로 이동한다.
앞뒤양옆으로는 풀, 하프, 계주 등 모든 참가자들이 섞여 있어 혼잡스럽고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풍습이 다르므로 인정하고, 준중하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중국말을 단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으므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행사는 계속 진행되는데 중국 분들이 얼마나 목소리가 크고 말씀이 많은 지 귀가 멍멍할 정도이다. 한국에서는 모든 대회 때마다 통과의례처럼 진행되는 에어로빅이나 스트레칭, 등 두드려주고 주물러주기, 카운트 다운, 신호 폭죽 등은 없다.
초청선수가 출발한 지 5분 정도 지나 한꺼번에 출발을 한다. 오늘 복장은 프로월드컵 운동화, 반바지, 반팔셔츠위에 동해시청마라톤클럽 조끼유니폼, 흰 장갑, 썬글라스, 디카와 디카용 주머니 등이다. 아내가 얼굴 탄다고 모자 쓰라고 하는 것을 정중히 사양했다. 모든 종목의 선수를 한 번에 출발시키니 장관이다. 처음 5분 정도는 앞 사람에 가로 막혀 뛰는 게 아니라 차라리 빠르게 걷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입구부터 주로 양쪽으로는 시민, 학생 등이 동원되었는지 손마다 중국 수기를 들고 흔든다. 엄청난 숫자이고 보스톤대회 참가 할 때가 생각난다. 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성, 즐기는지 여부, 참여도는 서로 다를 것이라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모든 대회참가자에게 이보다 더 큰 환대와 선물은 있을 수 없다. 나를 위해 이 많은 대련시민들이 도로에 나와 주었고, 열렬히 응원하며 환호해 주니 얼마나 즐겁고 힘이 나는 일인가 말이다.
출발점에서 반환점까지의 거의 모든 주로 변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나와서 우리를 응원하여 주었는데 짐작에 최하 이십여 만 명은 되지 않을까 싶다. 응원행렬이 거의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고 있었으며 어린이부터 어르신들 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각양각층의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최하 100여명부터 수 백 명으로 구성된 혼성 공연단의 모습을 20여 곳 이상에서 보았으며, 응원행렬에서는 뜻도 모르는 구호를 연달아 외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이들의 열렬한 응원에 팔이 아프도록 흔들며 화답을 해주었고 그럴 때마다 응원의 강도는 높아졌다. 내 마라톤 여정에서 두 번째로 좋은 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전적으로 대련 시민들의 응원인 듯싶다. 정말 가슴에 불을 지르는 뜨거운 응원이었고 모든 대련시민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코스는 대련시 외곽의 해변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서 시내 방향으로 출발하여 되돌아오는 왕복 길이다. 4~6차로의 왕복구간을 전면 통제한다. 화단 등으로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곳을 제외한 전 구간에는 대회용 안전띠와 A형 입간판을 세워 선수들의 주행 편의를 제공한다. 도로는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고, 비교적 완만한 언덕이 4곳이다. 최근에는 모든 구간이 평탄한 곳 보다는 어느 정도의 언덕이 몇 곳 있는 것이 달리는 재미를 더해 준다. 대련은 얼마나 땅이 넓은 지 코스 주변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광활한 땅이 개발 중이거나 농경지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특별히 아름답다는 느낌은 없었으나 깨끗하고 쾌적하였으며 지금까지 달려본 코스 중 좋았던 곳으로 기억된다.
급수는 5km 간격으로 35k까지 설치되어 있었고, 7.5k부터는 물스펀지가 제공되었는데 이곳에서도 급수가 같이 이루어진다. 15k를 지날 때 응원에 화답하느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급수대를 그냥 지나쳐버린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곳에서 충분히 물과 이온 음료 등 수분을 보충하였다. 30k를 넘어서부터는 급수대와 스펀지대에서 음용수를 마셨고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다만 아쉬운 것은 40k 지점에 급수대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때쯤이면 많은 선수들은 극도의 피로감과 수분의 갈증을 느끼는데 잠깐 쉬면서 맛보는 물맛은 천금의 보약과도 같고, 마지막 남은 힘을 북돋우는데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20k를 통과하는데 기대했던 간식이 보이지 않는다.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며 휴식도 해야 하는데 계획에 큰 지장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없는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 ‘좀 더 가다보면 있겠지’ 하고 기대했는데 결국에는 30k에서 파워젤을 먹고 난 뒤인 33k지점에서 쵸코과자를 제공하고 있었으나 그냥 지나쳤다. 파워젤은 아침에 아내가 일행에게 껌을 나누어주면서 두 개를 얻어 출발 전에 한 개 먹고, 혹시나 해서 작은 주머니에 억지로 구겨 넣다 시피해서 가지고 간 것인데 큰 도움을 받은 것이다.
마라톤을 하면서 굳이 사진은 찍어야 하는 것일까 ? 뛰면서 그림이 괜찮다 싶은 곳에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는데 완주 후에 확인하니 20여 장 된다. 내가 찍은 것이 더 많았지만 중국인에게 부탁해서 나를 찍은 것도 6장이나 된다. 뛰다말고 멈추어서 사진 촬영을 부탁하니 어리둥절해 하기도 하지만, 응원하는 사람들조차도 박수치고 환호하며 난리법석이다. 친절하게 잘 찍어주신 분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주로 변에 설치되어 있는 화장실은 지금까지 참가한 모든 대회 중 최고 수준이다. 5k 간격으로 남녀가 같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4 칸씩이나 설치하였다. 모든 화장실에는 관리인 1명씩을 배치하여 수시로 청소를 하고 있다. 25k를 지나며 참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을 구경하고 싶어 소변을 보며 1분 이상을 까먹었고, 화장실 전경을 한 컷 찍는다.
기록은 좋지 않았지만 상당히 부지런히 달렸다. 급수대를 빼 놓고는 한 번도 쉬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니고, 사진을 찍으면서 잠깐씩 멈추어 섰으니 이것도 쉰 것에 포함시키는 것이 맞겠다. 그렇다면 최소한 10여 곳이 넘으니 너무 많이 쉰 것인가 ?
5k 정도를 지날 때부터 50~100여 m 앞에서 잘 뛰는 여성 두 명을 발견한다. 속도가 전혀 변함이 없고 그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다. 역시 한국의 주로에서 만나는 잘 뛰는 여성들과 같이 작은 체구와 갈색 피부, 군살은 전혀 없는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무리다 싶지만 속력을 내어 15k와 17k를 지나면서 각각 추월한다. 이 여성들에게는 25k를 지나면서 추월당했는데 그 속도는 여전히 변함이 없고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이후에도 두 명의 여성에게 순위를 내주고 말았으나 30k를 넘어서부터 골인하는 순간까지 27명을 추월할 수 있었다.
내게도 마라톤 시계가 있다. 언제 어디에서 기념품으로 받은 것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 머리가 나쁜 탓인지 사용을 하지 못해 집에 잘 모셔두고 있다. 그런 까닭에 5k 구간별 뛰는 기록을 나만의 방법으로 외운다. 뛰면서 기록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5k를 08:52분(22분 소요)에 통과하였고, 10k는 09:18분(26‘), 15k는 09:40분(22’), 20k는 10:05분(25‘), 25k는 10:30분(25’), 30k는 10:53분(23‘), 35k는 11:23분(30’), 40k는 11:50분(27‘), 골인을 12시 07분에 하였다. 나름대로 괜찮게 뛰었는데 마지막 2k의 기록이 매우 아쉽다. 최종기록은 03:37:33초로 집계되었고, 골인점에서 100여m 떨어진 해변 백사장에 마련된 곳에서 기록증을 곧바로 발급받았다.
4. 완주 소감
골인하자 진행요원의 안내를 받아 대형 타월과 간식, 물 등 기념품을 받는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기록증을 발급받고 장소를 옮겨 기념 티셔츠를 또 하나 받는다(배번호와 함께 1개 미리 받음). 기념촬영을 한 후 스트레칭을 하고 버스에 올라 간식을 먹는다. 1시간 정도 지나서 풀코스 참가자들을 비롯하여 일행 모두가 버스에 탑승함으로써 대련마라톤 일정은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끝났다. 곧바로 점심식사 장소인 ‘청화연교자’로 이동하여 잉어찜과 만두요리를 식사와 안주삼아 소주와 중국 맥주를 마시면서 뒤풀이를 한다. 상당히 고급요리집이라고 하는데 맛은 좋다. 이어서 발맛사지 장소로 이동하여 맛사지(20,000\)를 받고 2박3일 일정의 참가자와는 아쉬운 작별을 나눈다.
어떻게 일정이 잘못 꼬이다보니 2주 연속으로 풀코스를 뛰게 되었다. 처음이었고 대련마라톤 일정이 1주일 앞당겨지는 바람에 대구마라톤에 이어 연달아 뛰게 된 것이다. 일정이 확정되고 나서부터 상당히 걱정하였다. 2주 간격으로 뛴 지는 1년 남짓 되었지만, 보통은 뛰고 난 후 1주일 간 정도는 연습도 하지 못하고 쉬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자연스럽게 걷지 못할 정도로 무릎과 엉덩뼈가 특히 더 아프고, 온 몸이 쑤시고 결린 까닭이다.
그럼에도 대구대회에서의 기록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기록을 만들어 내었다. 아마도 오랜 동안 기대하던 대회였고, 부담 없이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뛰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일기도 좋았고, 코스도 만족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대련시민들의 열렬한 응원이 힘을 북돋워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련국제마라톤대회의 성공적인 참가와 유익하고 즐거운 여행일정을 만들어 출국에서부터 귀국 시까지 잘 안내하여 주신 여행춘추 관계자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한국에서 같이 출국하여 일찍 귀국하신 분들과 6일간의 긴 일정 동안 동고동락을 같이하며 이해하고 배려해 주신 LS 엠트론 마라톤클럽 회원님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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