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과 지각, 그리고 힘든 완주 (37번째)
1. 대회개요
○ 대회명 : 보라매공원 마라톤
○ 일시 : 2010. 1. 24(일) 10:00
○ 장소 : 보라매공원 도림천
○ 주최 : Walk & Run Tour
○ 코스 : 도림천~안양천 변 왕복
○ 종목 : 3종목(10km, 하프, 풀)
○ 참가비 : 20,000원 (전 종목)
○ 기념품 : 고급 면양말(컵라면, 막걸리)
○ 총경비 : 105,700원(참가비 포함)
○ 기록 : 03:59:48
○ 우승(풀) : 김창선 / 02:54:10 (기록측정용 칩 미사용)
2. 참가배경
제5회여수 국제마라톤대회 이후 2주일만이다. 2월 7일의 해남땅끝마라톤대회 참가신청을 해놓은 상태에서 중간에 한 개를 더 뛰고 싶어 고르게 되었다. 한강과 한강의 지천(支川) 변을 여러 번 달려보았는데 모든 코스가 맘에 들었다. 보라매공원과 도림천 코스가 처음 가보는 곳이기에 마음 한 편으로는 기대를 하게 된다. 대회 신청 이후 갑자기 찾아온 폭설과 한파로 걱정은 되었지만 한 번 해보기로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대회 전날까지 6일간을 전혀 뛰지 못하였다는 것이었다. 날씨 탓이라기보다는 이런저런 일로 계속되는 술자리 때문이었는데 결국은 뛰는 내내 혼쭐이 나고 말았다.
3. 대회장에 도착할 때까지
1월 23일 13시 20분에 짐을 챙겨 승용차를 가지고 집을 나선다. 늦은 귀가시간에 대비하여 승용차를 터미널에 주차시킨 후 동서울행 차표(15,300\)를 구입한다. 기다리는 중에도 한 잔만 하고 서울로 올라가라는 전화가 오지만 단호하게 사양을 한다. 13시 47분 행 버스에 탑승하였고, 강릉과 소사휴게소를 거친 후 영동고속도로가 정체됨에 따라 원주, 홍천을 거쳐 경춘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동서울에 도착하니 17시 25분이다. 예전 같으면 죽으나 사나 앞 차만 보고 따라 가야하는데 교통망이 넓어지니 우회도로가 생겨 이동시간을 줄여주니 좋은 일이다.
17시 35분 강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1,100\) 명동에 도착하니 18시 10분이다. 20여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는데 며칠 전 ‘서울사랑(서울시장 발간) ’ 이라는 소식지를 보다가 명동을 소개하는 글을 읽으면서 오랜 만에 가보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19시 10분 까지 목적지도 없이 발길 닿는 대로 헤매고 다녔는데 인파(人波)라는 말은 바로 이곳에서 써야할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휘황찬란한 네온의 불빛, 끝도 없을 것 같은 포장마차 행렬, 지역전체를 뒤덮는 음식냄새, 온 사방에서 일본어로 호객하는 소리와 수많은 외국인들... 쌀쌀한 날씨로 볼과 장갑 낀 손에서조차 통증을 느낄 정도인데 정말로 이동하는 사람이 많다. 돌아다니다 눈에 띤 곳 중 마음에 든 ‘60년 전통 할매낙지볶음집’을 찾아 들어가 낙지볶음(7,000\)과 소주로 저녁을 해결한다. 내겐 특별한 맛이 느껴지지 않지만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간판이 범상치 않은 것을 봐서는 꽤 유명한 집을 찾아들어간 것 같다.
19시 40분에 명동을 나와 20시 30분에 강변역에 도착한 후 저녁식사가 모자란 듯하여 포장마차에 들어가 순대(3,000\)로 소주 한 잔을 더한다. 21시 25분에 단골인 강변스파랜드(9,000\)를 찾아 들어가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찜질방닷컴 선정 전국1위 찜질방‘이란 플래카드가 보인다. 사우나를 마친 후 찜질방으로 이동하여 풀코스를 다녀보니 7곳이나 된다. 가끔 숙식을 해결하는 곳이지만 늘 찜질 마니아로 북적인다. 02시경에 억지로 한 쪽 귀퉁이에 누울 자리를 찾아 잠을 청해 본다.
자는 둥 마는 둥 눈을 뜨니 06시 20분이다. 식당은 06시부터 운영한다는데 벌써 식사하는 분들이 보인다. 된장찌개(6,000\)로 아침을 해결하는데 씹히는 맛이 껄끄러운데 당연한 일이다. 사우나로 내려가 찌뿌둥한 몸을 풀어보려 하지만 별로 나아지는 기색은 없고 08시 55분에 스파랜드를 나온다.
09시에 강변역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그만 방향을 잘못 잡았다. 가끔 촌놈티를 내는 일인데 여유가 있을 때는 시간 보내기에 좋지만 오늘은 큰 일이 난 것이다. 시간이 바쁘므로 구의역에서 내려 부지런히 달려 반대편 열차로 옮겨 탄다. 09시 45분에 신대방역에 도착하여 대회장을 찾아가는데 안내문을 잘 보지 못해 또 길을 잘못 들었다. 방향을 제대로 잡아 출발시간에 닿기 위해 달려가는데 오늘 대회에 참가하는 조짐이 영 좋지 않았고 09시 55분에 도착하니 벌써 스트레칭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5m정도나 될까 하는 도로에서 대략 200여 명의 선수들이 몸풀기 하는 가운데를 지나 접수대로 가니 내 이름이 등록되지 않았다고 한다.
실랑이 끝에 확인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남는 번호를 받아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벌써 출발신호가 들린다. 사우나에서 복장을 어지간히 갖춰 나오기가 천만 다행이다 싶다. 운동화 끈을 제대로 고쳐 매거나 몸 풀고 자시고 할 시간도 없다. 배번호는 호주머니에 쑤셔 넣은 후 짐을 맡기고 나니 후미가 50여 m 이상은 앞서 있는 듯하다. 출발 장소는 도림천을 지나는 다리 아래였고 기대했던 보라매공원은 구경도 하지 못하였다.
4. 대회 참가 및 완주
따뜻한 찜질방과 지하철에서 나왔고 햇볕이 제대로 들지 않은 다리 밑인지 온 몸에 추위가 느껴진다. 복장은 프로월드컵 운동화, 부드러운 팬츠 위에 롱타이즈, 긴 팔 T셔츠 위에 방풍복(防風服), 면장갑 위에 털장갑, 귀 덮는 창 모자와 썬글라스로 갖추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 땀복도 준비했지만 입지 않았는데 잘했다 싶다. 서울 날씨가 -1℃ 정도로서 겨울치고는 비교적 따뜻했으므로 얼마 가지 않아 윗옷 덧껴 입l은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움츠렸던 몸을 풀지도 못한 상태에서 달리는 까닭에 몸과 발걸음이 무겁지만 앞서가는 후미를 부지런히 쫓아간다. 대략 5km정도 까지는 다리 밑이거나 복개된 하천 밑 도로이다. 여기 저기 공사하는 곳도 보이는 등 앞서 달려가는 발걸음 때문에 먼지가 많이 날리는데 도림천 자연형 하천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 마냥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은 하지만 초반부의 코스는 맘에 들지 않는다. 혹시나 자주 뵙던 분들이 있을까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참가규모가 적은 탓인지 페메는 보이지 않고 구간 표시는 2.5km 단위로 되어 있으며 보통 물스펀지나 급수를 해주는 2.5km 구간별 봉사자는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와 보행자 전용도로 이므로 교통통제는 불필요한 탓에 통제요원도 보이지 않는다. 5km를 10시 30분(28분 소요)에 통과하면서 물을 한 컵 마시는데 쵸코파이 조각도 보이며, 간식과 급수장소는 5~7km 단위로 설치되어 있다. 얼마 가지 않아 도림천은 안양천과 합류한다. 이곳은 한강변처럼 체육시설, 산책로, 자전거도로 등이 잘 가꾸어져 있다. 바람도 적당히 불어주고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니 벌써부터 온 몸에서 땀이 난다. 자전거 타기, 산책, 조깅, 야구 등으로 휴일을 여유롭게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한 창 달리다 보니 자연보호마라톤클럽의 김동호, 김관식 어르신의 모습이 보였고 한 분씩 추월해 나간다. 항상 보이던 100회 마라톤클럽과 칠마회의 몇 몇 어르신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다른 대회에 참가하신가 싶다.
10k를 지나며 쵸코 한 쪽과 물을 먹는다. 안양천은 이곳에서 한강과 합류를 하며 코스는 염창교를 건너 맞은편 강변도로를 따라 계속 이어진다. 염려한 대로 13km를 지나면서 오른쪽 무릎과 엉덩뼈에서 서서히 통증이 느껴진다. 대회를 앞두고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다 출발 전에 몸풀기를 하지 않은 탓으로 여겨지지만 이젠 돌이킬 수도 없다. 15k에서 쵸코와 물을 마신 후 휴식을 하며 무릎 굽혀 펴기, 허리 돌리기, 엉덩뼈 주무르기 등으로 잠깐 몸을 풀어주니 한결 낫다.
17.5k를 지나니 양쪽 허벅지와 장딴지가 뻑적지근해져 옴을 느끼므로 걸음 폭을 줄이고 속도를 조금 늦춘다. 양 발을 살살 달래면서 뛰다가 거의 2k 단위로 쉬기를 반복하였지만 끝까지 이 통증은 나를 괴롭혔다. 18k 지점에서 남자 선두, 20k 못 미쳐 여자 선두를 만난다. 모두 전혀 지친 기색 없이 힘이 넘쳐 보이고 인물도 잘 났다 싶다.
본인이야 당연히 힘이 들겠지만 밝은 표정으로 여유 있게 뛰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지만 마냥 부럽기만 하다. 반환점을 돌면서 김밥과 물을 마시고 으슥한 곳을 찾아 소변을 본다. ‘시작이 반’ 이라는데 이제 반 왔으니 다 온 셈인가 ? 이쪽 도로는 맞은 편 보다 자전거 마니아들이 더 많고 무리지어 달리므로 뛰는 것도 상당히 신경쓰인다. 또한 강변의 각종 체육시설에서는 궁도, 축구, 야구 등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시민들도 많이 보인다.
반환점을 돌 때 까지는 드문드문 한 명씩 앞섰는데 이제부터는 띄엄띄엄 추월을 내준다. 27k에서 쵸코와 물을 먹으며 잠깐 쉰다. 30k 지점에서 김동호 어르신과 여성 주자가 추월해 가시는데 끝까지 보지 못하였으니 나보다 좋은 기록으로 골인을 하신 것이다. 급수대 등에서 멀리 모습이 보이므로 앞질러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뜻대로 되질 않는다. 다시 염창교를 건너 32k에서 쵸코와 물을 먹으며 잠깐 휴식을 한다. 이제는 10k 밖에 남지 않았다고 스스로 위로를 하며 한 걸음씩 내딛는다.
호흡은 괜찮은데 발의 통증과 무게는 갈수록 더해 가므로 좌우로 시선을 주며 피로감과 통증을 잊기 위해 애를 쓴다. 조금 더 가니 ‘영롱이 갈대밭’이 보이는데 대충 2km 정도는 되어 보인다. 산이 많은 지방에서도 보기 쉽지 않을 넓은 갈대밭이 도심의 하천변에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 그저 놀랍다. 35km를 지나며 물을 마시고 잠깐 쉰다. 이후 골인 지점까지는 1km간격으로 30초 정도 씩은 쉬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걷지는 않았지만 뛰다가 너무 힘들다 싶으면 멈추어 서서 무릎 굽혀 펴기와 다리 주무르기를 한 것이다. 이 구간에서만 아마도 10여명이 나를 앞질러 간 것 같은데 체력과 실력이 모자라니 당연한 일이다.
5k 구간별 통과시간을 보면 10k는 10시 55분(25‘), 15k는 11시 22분(27’), 20k는 11시 48분(26‘), 25k는 12시 13분(25’), 30k는 12시 40분(27‘), 35k는 13시 10분(30’), 40k는 13시 45분(35‘) 이었으며 14시 01분에 골인하였다. 가까스로 4시간을 넘기지는 않았지만 30km를 지나면서 급작스럽게 페이스가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잘했다 싶고 만족스럽다.
5. 귀향 및 완주 소감
모든 대회에서 볼 수 있는 출발점(골인점)의 애드벌룬은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바빠 번호표를 붙이지 못했기에 손에 든 채로 보여준다. 출발이 2분 정도 늦었으므로 기록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하니 안 된다고 하므로 접수담당자의 입회 하에 정정 확인을 받는다. 완주메달은 없다고 하는데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는다. 생수를 요청하니 종이컵에 따라 놓은 온수를 마시라고 하므로 2잔을 거푸 마신다. 작은 컵라면을 받아 끓는 물을 붓고 기다리면서 새우깡을 안주 삼아 막걸리 세 컵을 마시니 갈증이 가신다. 추운 날씨 속에서 한 창 허기질 때 먹는 컵라면의 맛은 정말 일품이다. 한 개 더 먹을까 망설이다가 밥은 먹어야 하므로 유혹을 뿌리친다. 완주하신 분들 중 몇 분은 완주메달 없는 것을 불평한다. 모두가 컵라면은 정말 맛있다고 한 마디씩 하는데 나와 같은 심정이며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허기를 달래니 힘들게 달린 탓인지 피로가 엄습해 옴을 느낀다.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겨 14시 30분에 대회장을 떠난다. 신대방역에서 지하철을 이용 15시 25분에 강변역에 도착하였고, 동방사우나(3,000\)를 찾아 들어간다. 온탕, 냉탕, 사우나를 오가며 스트레칭을 하고 발을 주물러주니 한결 낫지만 피곤함은 더해지므로 17시에 나온다. 옆에 있는 들녘식당에서 옛날김치찌개(5,000\)로 점심 겸 저녁식사를 하고 동서울터미널로 이동, 17시 51분 버스를 타고 동해에 도착하니 20시 36분을 지나고 있다. 승용차를 이용 20시 50분에 집에 도착함으로써 37번째 마라톤 여행을 마감한다.
2주 간격으로 뛰는 것이 아직까지는 내게 무리일까 ? 보다 더 연습량을 늘이고 뛰기 전날 너무 무리만 하지 않으면 될 것도 같다. 이번 대회의 신청부터 완주를 끝낼 때까지의 허점을 고쳐나가야겠다. 애드벌룬 미설치 등 분위기가 규모 큰 대회에 비하여 미치지 못하였지만 뛸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준 주최 측에게 감사드린다. 달리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달리는 기회와 공간. 그리고 어느 정도의 배려와 서비스만 제공된다면 나는 만족이다. 대회비를 낮추고 기념품을 제공하지 않는 것도 자주 뛰는 마니아에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다만 참가 신청 확인이 매끄럽지 못해 결과적으로 준비시간을 앗아간 점, 완주 후에 생수 한 통 정도씩 지급하는 것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Walk & Run Tour에서는 연중 많은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아무리 의욕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참가자가 없으면 대회가 열리지 못할 것이다. 아무쪼록 달리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달림이들을 세심하게 배려하여 주기를 기대하면서 모든 대회의 성공개최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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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해외마라톤 완주, 그리고 백두산 천지 오...
게으름과 지각, 그리고 힘든 완주(37번째)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