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풀 뛰기 위해 왕복 3,140리를... (35번째)
1. 대회개요
○ 대회명 : 제9회 이순신장군배 통영전국마라톤대회
○ 일시 : 2009. 12. 6(일) 10:00
○ 장소 : 도남동 트라이애슬론광장
○ 주최 : 통영시 (주관 : 통영시육상경기연맹)
○ 코스 : 통영시 해안도로 일원
○ 종목 : 4종목(5km, 10kn, 하프, 풀)
○ 참가비 : 30,000원 (풀코스)
○ 기념품 : 윈드브레이커자켓, 케이블카 탑승 할인권,
완주메달 및 간식
○ 총경비 : 142,600원(참가비 포함)
○ 기록 : 04:19:5787 (352위 / 447명 - 장년부)
○ 우승(풀) : 한석주 / 02:39:16.58(청년부)
2. 참가배경
올해 목표로 하였던 풀코스 10번째를 채우기 위해 대회를 찾아보니 겨울철에는 대부분이 남해안을 중심으로 열린다. 지금까지 집에서 가장 먼 곳은 김제대회였으며 버스로 6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남해안에서 개최되는 대회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틀 만에 다녀오기에는 조금은 무리다 싶지만 한 번 시도해보기로 결심하였다. 겨울여행 삼아 남해안을 가본 적도 없거니와 동해안 지방과의 기후, 코스, 음식 맛 등을 비교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회 선정도 쉽지 않게 하였지만 상당히 먼 거리에 위치한 지역이므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마음은 상당히 설레었다. 교통편, 숙소, 짧게 구경할 곳 등에 대하여 인터넷을 뒤지고 통영시의 관광안내책자도 요청하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하였지만 생각대로 과연 되려는지 내심 걱정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3. 대회장에 도착할 때까지
12월 5일 09시 40분에 롱타이즈와 덧껴입을 상의, 장갑 등 간단한 짐을 챙겨 집을 나선다. 통영까지는 거리도 멀지만 전날 회식에서 술이 조금 지나쳤기에 아내는 걱정을 한다. 몸도 풀고 술도 깨우며 택시비도 벌 겸 걸어서 터미널에 도착하니 10시 10분이다. 10시 16분 서울 행 버스에 탑승 동서울에 도착하니 14시 15분이다. 차가 출발하자마자 잠이 들었는데 평상 시 보다는 1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통영에 갈 시간이 바빠 터미널 앞 포장마차에서 우동(3,000\)으로 점심요기를 한다. 14시 50분 강변역에서 지하철(1,100\)을 이용 15시 20분에 남부터미널에 도착한다. 강남에서 고속버스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경비를 줄이기 위해 시외버스를 이용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15시 40분 통영 행 버스(22,500\)를 탑승, 휴게소 1곳에 들러 잠깐 쉬고 고성에서 승객을 내린 후 19시 55분에 도착한다. 너무 늦었기 때문에 통영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한려수도를 조망하거나 해저터널을 걸어 보려던 계획은 물 건너 가버린 것이다. 주변의 식당 중 마땅한 곳을 찾다가 바다향기에 들어가 멍게비빔밥(10,000\)과 지방 술인 화이트 소주로 저녁을 해결한다. 처음 맛보는 음식인데 멍게향이 입안 가득한 것이 맛이 괜찮다. 굴이나 멍게 등 수산물 양식을 많이 하는 지역의 토속음식인가 싶다. 20시 45분에 식당을 나오며 찜질방을 물어 1km쯤 떨어진 통영워터피아(7,000\)를 21시에 찾아 들어간다. 냉탕과 온탕, 사우나를 오가며 땀을 빼고 나니 한결 개운하다. 찜질방으로 옮겨 화산석, 천기토, 황토 등 6곳을 모두 체험해 본다. 남자 수면실과 찜질방을 오가며 잘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해본다. 06시에 깨어났는데 식당은 7시에 영업을 시작한다. 순두부 백반(5,000\)으로 아침식사를 하는데 뛸 때를 생각해서 깨끗이 비운다. 07시 20분에 다시 사우나로 들어가 온탕과 냉탕, 침탕과 폭포탕을 오가며 찌뿌둥한 몸 상태를 회복시킨다.
08시에 대회에 참가하시는 어르신 두 분을 따라 사우나를 나온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걸어가니 터미널 옆에는 무료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는데 잘 따라 나섰다 싶다. 미처 알지 못해 시내버스를 이용하려고 했었는데 50분 정도는 소요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버스에는벌써 20여명이 탑승하고 있으며 08시 30분에 출발,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 09시에 대회장에 도착한다. 아직은 이른 시간인지 참가자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 날씨는 맑지만 해변인 까닭에 바람이 제법 불어 온몸에 추위를 느낀다. 앞 바다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많이 정박되어 있는데 특히 요트가 많아 외국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나와 마찬가지로 다른 참가자들도 선뜻 옷을 갈아입지 못하므로 사회자는 복장을 갖춰 행사장으로 모이라고 계속 안내방송을 한다. 행사장을 두루 구경하다 탈의실로 향한다. 아식스운동화로 갈아 신는데 작고 얇은 게 너무 추워 보인다. 귀를 덮는 모자, 썬글라스, 긴팔 티셔츠 위에 바람막이 옷, 롱타이즈로 복장을 갖추고 나서니 더 춥다. 물품을 맡기고 소변을 본 뒤에 인파 속을 파고드니 조금 낫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부지런히 움직여 보지만 추위는 가시지 않는다. 통영시장의 인사에 이어 내빈 소개, 경품 추첨, 에어로빅팀의 스트레칭이 계속 이어진다. 오늘 참가자는 대략 7천여 명 된다고 하니 상당히 많은 숫자다.
4. 대회 참가 및 완주
풀코스부터 출발선으로 이동하여 앞뒤 선수 간에 인사와 등 마사지를 하도록 한 후 10시에 폭죽소리와 함께 출발한다. 행사장은 도남관광단지에 속해 있는데 통영의 외곽 해변으로 여겨진다. 오늘의 달리기 계획은 체력이 허락하는 대로 열심히 달리다가 힘들면 상황에 맞추어 뛰는 것이다. 속도가 빠르던 늦던 일정 거리에 이르면 통증은 찾아오고 그때부터는 시간과 몸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대회장에 올 때까지 차량으로 정체되던 4차선 도로는 차량을 전면 통제하여 시원스럽다. 쌀쌀하던 날씨가 오히려 뛰기에는 좋고 10여분쯤 지났을까 약한 오르막이다. 3시간 40분 페메가 앞에 보이는데 속도가 빠른지 벌써 숨이 가빠진다. 3km 쯤 지나자 통영대교가 나타난다. 바다 위에 놓인 탓인지 수면에서 엄청 높고 강 위의 다리와는 느낌이 다르다. 흥겹게 연주하는 농악대의 공연을 뒤로 하고 5km를 10시 25분(25‘)에 통과하면서 물을 한 컵 마신다. 꽤 긴 오르막이 계속되어 앞뒤로 뛰는 주자들의 호흡도 나처럼 거칠다. 정상에 오르니 섬에 가두어져 있는 바다가 호수만 같고 양식용 부표가 빼곡히 차있다. 바다는 짙푸르며 경치는 고요하고 아름답다. 도로의 중앙선에는 진행요원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 서서 차량을 통제하고 주로를 안내해준다. 주로변의 시민들은 파이팅과 손을 흔들며 주자들을 격려해준다. 모두 밝고 환환 모습이며 나도 손을 흔들어 화답해준다. 7.5k 정도를 지나는데 보통 준비되어 있는 물스펀지는 보이지 않고 급수대가 보이므로 물을 한 컵 마신다. 이때부터는 골인지점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급수대에서 조금씩이라도 쉴 겸 수분을 계속 보충하였다. 1차 반환점을 돌아가니 달리는 행렬이 1km는 됨 직하다. 10k를 10시 50분(25’)에 통과한다. 조금 빠르다 싶지만 아직까지는 견딜만하고 10여m앞에서는 0340 페메가 계속 앞서간다.
이제부터는 바다와 맞붙어 있는 해안도로다. 바다 양 옆은 전체가 항구로서 수많은 배가 정박해 있고 상가가 연이어 있지만 주로 옆으로 보이는 바다는 아주 깨끗하다. 2차 반환점을 앞두고는 색소폰 연주자가 우리들을 반긴다. 즐거운 음악소리가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준다. 15k를 11시 15분(25‘)에 통과한다. k당 5분속도가 유지되고 있는데 힘이 부침을 서서히 느끼며 과연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를 염려하게 된다. 다시 통영대교를 건너니 풀과 하프코스가 나누어지고 이어서 언덕이다. 18k를 지나니 왼쪽 엉덩뼈에서 통증이 느껴지므로 속도를 늦추고 진행요원에게 에어파스를 요청한다. 20k를 11시 45분(30’)에 통과하는데 오른쪽 허벅지 근육이 뻣뻣해짐을 느낀다. k당 6분대로 금방 떨어진 것이며 아직 갈 길이 먼데 초반에 무리한 탓인지 벌써부터 걷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21k를 지나면서 쵸코파이 1개와 바나나 반개, 물 한 컵을 마시며 다리근육을 풀어준다. 무릎과 허벅지에 파스 살포를 다시 요청한다. 이곳에서부터 35km까지 몇 곳의 오르막에서는 거의 걷다시피 하였고 내리막에서는 속도를 내어 뛰기를 반복하였다. 또한 파스의 도움을 5곳 이상에서 받았는데 뿌리고 나면 한결 나으니 어쩔 수 없다. 주로 변에는 바다가 계속 보이는데 섬으로 가로 막히고, 계곡 속까지 바다가 연결되어 있으며 파도도 없는 것이 강이나 하천 같이 느껴진다. 주로 변을 따라 농장과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파란 파인애플 나무와 야자수, 연푸른 배추 잎 등이 남해안 지방임을 실감하게 한다. 나와 비슷한 수준의 주자에게 쉬운 코스는 아닌지 오르막에서는 갈수록 걷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25km를 12시 15분(30‘)에 지나므로 아직까지 6분대는 유지되고 있다. 30k를 12시 47(32’)분에 통과 한다. 이제는 6분대도 깨졌고 쵸코파이와 바나나 반 개, 파워젤을 먹으며 발과 허리근육을 풀어준다. 아직까지는 거의 비슷하게 달려온 주자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계속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들고 몸이 피곤해져 옴을 느낀다.
숲속의 내리막을 지나니 33k 정도부터는 다시 해변이다. 숲속을 뛰기 보다는 바닷가를 뛰는 것이 후련하고 덜 힘들다. 35k를 13시 21(34‘)분에 통과하므로 이제는 k당 7분대로 떨어졌다. 37k를 지나니 바다와 맞붙어 있는 해변도로이고 41k까지 계속 이어진다. 무릎과 허벅지는 그래도 견딜만한데 이제부터는 오른 발바닥과 발가락 두 개가 너무 아프다. 걷는데도 통증이 전신을 휘감으므로 뛰는 것은 염두가 나지 않을 정도이다. 아직도 갈 길이 먼데 하지만 어쩌랴. 걷다가 조금 낫다 싶으면 천천히 뛰기를 계속한다. 주로의 진행요원과 관광객들이 보기 안 되었는지 파이팅을 외쳐주지만 몸은 마음대로 따라 주질 않는다. 최악의 경우 걸어가도 5시간 내의 완주는 가능하므로 걱정은 없지만 간간이 응달이 나오고 바닷바람이 부니 갈수록 추워진다. 낚시 구경을 하고, 바닷속도 들여다보고, 도로변에 설치되어 있는 조형물도 살펴보고, 건너편에 보이는 선박과 섬들도 구경하면서 조금 걷다 조금 뛰기를 되풀이한다. 40k를 14시(39‘)에 통과하니 k당 8분대의 속도다. 마지막 급수대에서 바나나 두 쪽과 오렌지 쥬스 1통을 받고 다시 온 몸을 움직여 근육을 풀어준다. 마지막 1km정도는 뛰어 골인하기 위해 쥬스를 마시며 걸어간다. 마냥 걸어갈 수는 없으므로 또 뛰기를 시도해보지만 발바닥의 통증은 여전하다. 1km를 앞 둔 지점부터는 벌써 완주한 선수와 일행인 듯한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이제부터는 끝까지 뛰기로 결심을 한다. 앞서 가거나 뒤에 따라오는 모습들이 모두 지쳐 보인다. 없는 힘 모두 짜내고 가장 부담스런 발바닥 고통을 참으며 사회자의 완주 축하 멘트 속에 골인하니 14시 20분을 지나고 있다.
5. 귀향 및 완주 소감
물품을 찾고 안주메달과 간식(빵 1, 바나나 1, 쥬스 1)을 받아 무료시식회장으로 향한다. 빨리 들어와 굴요리 시식을 기대했었는데 준비한 음식이 동이 났는지 철수 작업이 한창이다. 줄 따라 서 있다가 따뜻한 떡국과 김치를 받아먹으니 허기와 추위가 풀린다. 조금 부족하다 싶어 한 그릇을 더 받아먹으니 배가 부르다. 충무마리나리조트를 찾아가 15시에 사우나(2,500\ / 50% 할인)에 들어가니 50명 정원에 100여명 정도가 들어차서 난리법석이다.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아 샤워를 한 후 온탕과 냉탕을 몇 번 오간다. 온탕 속에서 통증이 있던 부위를 계속 주물러주고 한 쪽 귀퉁이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니 피로와 통증이 많이 사라진다. 홀랑 벗은 몸들이 모두 날씬하고 배 나온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오늘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마니아들인가 보다. 마냥 있고 싶지만 1천 5백리 길을 더 가야하는데 차편도 모르니 더 이상 개길 수가 없다. 15시 55분에 리조트를 나와 버스 승강장으로 가니 마침 터미널 행 버스가 대기 중이므로 참 다행스럽다. 16시에 버스에 탑승(1,000\) 터미널에 도착하니 17시다. 피곤한 데다 배가 부르고 사우나까지 한 탓인지 버스에서는 계속 졸았다. 17시 30분 서울 행 버스에 탑승하여 간식으로 부족한 배를 가득 채운다. 버스는 고성에서 남은 자리에 승객을 태우고 신탄진휴게소에 잠시 들른 후 21시 40분에 남부터미널에 도착한다.
동서울에서 동해로 가는 차는 이미 끊겼으므로 지하철을 이용(1,000\) 서둘러 강남고속터미널에 도착하니 22시다. 22시 동해 행 버스는 벌써 출발을 해버려 23시 40분 행 마지막 차표(24,900\)를 구입한다. 시간도 보내고 빈 속도 채울 겸 터미널 외부의 권서방네순대국에 들어가 술국(10,000\)으로 완주를 자축하며 하루를 되새겨 본다. 마지막 차에 탑승 횡성휴게소 잠깐 들른 후 동해에 도착하니 02시 35분이었고 택시를 이용 집에 도착하니 02시 45분을 넘어가고 있다. 늦은 시간이므로 조용하게 한 탓인지 아내는 온 줄도 모르고 곤하게 잘 잔다. 굳이 깨울 이유는 없으므로 조용히 여행용배낭을 정리함으로써 35번째의 마라톤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서울과 통영시내에서 움직인 거리를 빼고도 3,140리의 먼 길을 가고 왔다. 그럼에도 통영의 관광지를 한 곳도 구경하지 못하고 굴요리 맛도 보지 못한 것은 너무나 안타깝다. 나름대로 착실히 준비한다고 했는데도 조금은 소홀하였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의 제약요인이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처음 가보았지만 달리면서 비교적 자세히 본 주로변과 차창 밖을 통해서 본 모습은 깨끗하고 아름다웠으며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코스는 시내 곳곳을 고루 포함시켜 달리는 내내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언덕이 7곳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게 마련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고 힘들게 뛰었다면 그것은 연습 부족이며 체력이 뒤따라주지 않았을 뿐이다. 도시 자체의 공기가 깨끗하였음에도 교통통제가 잘되어 주로에서 차량을 거의 보지 못하였으므로 자동차 매연을 느끼지 못하였다. 급수대도 많아 갈증을 해소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쉴 틈을 자주 주어서 좋았다. 음료수와 간식을 나누어주는 봉사자들은 모두 밝고 친절하였으며 응원까지 해주어 힘을 북돋아 주었다. 다음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꼭 다시 찾아가 즐겁게 뛰고, 이번 기회에 보지 못하고 맛보지 못한 것들도 체험하고 싶다. 추운 날씨임에도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마라톤을 즐기는 달림이들을 위하여 하루 종일 도로를 비워준 통영시민들, 그리고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하여 애쓰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연륜을 더해갈수록 대회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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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풀 뛰기 위해 3,140리를...(35번째)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