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한, 아름다운 섬진강 마라톤 (39번째)
1. 대회개요
○ 대회명 : 2010 MBC 섬진강 꽃길 마라톤 대회
○ 일시 : 2010. 2. 28(일) 09:30
○ 장소 : 전라남도 광양시 매화마을 둔치
○ 주최 : 진주MBC, 여수MBC(후원 : 전라남도, 경상남도,
광양시, 하동군)
○ 코스 : 광양시 매화마을 둔치~남도대교~하동읍~섬진교~
매화마을 둔치
○ 종목 : 5종목(5km, 10km, 하프, 30km, 풀)
○ 참가비 : 35,000원(종목별로 10,000원~35,000원)
○ 기념품 : 르까프 티셔츠, 르까프 장갑(완주메달, 타올, 간식,
두부 및 막걸리)
○ 총경비 : 174,200원(참가비 포함/개인 지출)
○ 기록 : 03:43:26
○ 우승(풀) : 심재덕 / 02:41:09
2. 참가배경
우리나라 4대강(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의 본류(本流) 주변을 뛰어본 것은 한강뿐인 것 같다. 2월에 뛸 대회를 찾던 중 ‘섬진강’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눈에 뛰었고 주저 없이 선택하였다. 동해안의 북쪽에서 남해안의 끝까지 간다는 것이 거리는 멀게 느껴졌으나 숱하게 들어보기만 했던 강변을 뛰어본다는 것은 정말 설레는 일이었다. 그러나 대회가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걱정은 늘어만 간다. 2월 초부터 계속되는 눈 때문에 ‘해남 땅끝 마라톤대회’ 참가 이후 20여 일 동안 거의 뛰지를 못하였기 때문이다.
섬진강은 전라북도 진안군 팔공산에서 발원하여 정읍시·임실군·순창군·곡성군·구례군 등 전라북도와 전라남도의 동부지역을 남동쪽으로 흐르다가 경상남도 하동군과 전라남도 광양시 경계에서 남해로 흘러드는 길이 225㎞, 유역면적은 4,896㎢의 강이다.
전남 광양시는 450㎢의 면적과 15만 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광양제철소가 위치하고 있으며 남해안 선벨트 남중권의 중심도시, 저탄소 녹색성장을 바탕으로 하는 글로벌 명품도시를 꿈꾸고 있다. 또한 경남 하동군은 676㎢의 면적과 5만2천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민족의 명산인 지리산을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이 감싸 안고 청정한 남해바다를 굽어보는 천혜의 관광자원을 지닌 물길과 꽃길의 고장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3. 대회장에 도착할 때까지
지금까지 풀코스 이상을 38번을 뛰었는데 아내가 동행해 준 곳은 2007년의 ‘제112회 보스턴 마라톤대회’ 밖에 없다. 내가 뛰는 동안 개최지 주변의 관광지를 여행 삼아 같이 가자고 해도 반응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사실 상 포기한 상태였다. 얼마 전에 심심풀이로 이 대회 참가계획을 알려주면서 섬진강과 하동 및 광양의 얘기를 꺼냈더니 같이 따라나서겠다고 한다. 운전하며 갔다 오기에는 너무 멀다고 했는데도 자기가 운전하겠다고 하니 나로서는 전혀 말릴 까닭이 없다.
먼 거리를 승용차로 가는 것이 부담이 되었는지 2월 27일 04시 05분에 잠이 깬다. 이것저것하며 시간을 보내다 06시 10분에 달리기 복장으로 집을 나선다. 오래도록 연습하지 못해 부담을 가지고 있던 차에 날씨가 좋았기 때문이며 8km 정도를 가볍게 뛴다. 아내도 평상 시 보다 일찍 일어나 장거리 여행 준비로 바쁘다. 샤워를 끝낸 후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해결하고 짐을 챙겨 08시에 집을 나선다. 늘 혼자 외롭게 다니다가 아내가 동행도 해주고, 완주지점에서 반갑게 맞아줄 것을 생각하니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조금은 기대가 된다.
삼척으로 이동하여 이번 여행을 같이 하기로 한 처형을 태우고 고한으로 이동한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 우리 차인 투싼을 딸의 차인 아반테로 바꾸고 딸을 태운 뒤 09시 30분에 하동을 향해 떠난다. 복잡하고 구경거리도 없는 고속도로를 피해 국도로만 이용하기로 뜻을 모은다. 봉화를 거쳐 11시 40분에 영주시 풍기 인삼시장에 도착, 인삼(1채 750g/24,000\)을 산다. 갈 길이 멀어 내키지 않지만 아내가 작정하고 나선 것 같아 뒤를 쫓아간다. 처음 들렀는데 신축건물 안에는 45개의 인삼전문점이 있으며 수삼을 비롯하여 수많은 인삼제품으로 가득하다. 12시 20분에 풍기읍을 벗어나며 노상에서 파는 사과도 한 상자(15,000\)를 사서 싣는다.
12시 40분경 도로 옆에 주차를 하고 차 안에서 준비해 간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16시 40분경 딸의 성화에 따라 산청읍에 도착하여 시내와 공원, 군청 등을 1시간 여 구경한 후 다시 길을 찾아 나선다. 네비게이션이 가르쳐 주는 낯선 길을 더듬어 하동읍에 도착, 섬진교를 지나 광양시 매화마을 마라톤대회장에 도착하니 19시를 지나고 있다. 동해에서 고한까지는 내가, 고한부터 하동까지는 아내와 딸이 교대로 운전을 했는데 정말 먼 거리를 왔다. 출발할 때부터 날씨가 흐렸는데 하동읍에 도착하니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나와 같은 심정인지 가족 모두가 내일의 대회를 걱정해준다.
남해안에 왔으므로 낙지요리를 맛보기로 하고 1시간여 동안 수 십 곳을 찾아 헤매다가 포기하고 만다. 대회안내서에 소개된 회타운의 ‘바다횟집’을 찾아 들어가 굴구이(5kg/35,000\)와 작은 모듬회(깔다구·광어·숭어/50,000\)에 소주를 곁들여 먹는다. 깔다구는 농어 새끼의 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각 지역마다 음식과 상차림 등이 서로 다른데 가족들은 영 못마땅해 하지만 살살 달래서 남김없이 먹고 많이 늦은 22시에 식당을 나선다.
이제는 하루 밤을 편히 쉴 찜질방을 찾아 나선다. 모텔을 권했으나 찜질방이 더 좋다고 하기 때문이다. 22시 30분에 가려지 찜질방(7,000\/1인)을 찾아 들어가니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대중사우나 시설은 없고 단순히 샤워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찜질방은 실내체육관 분위기로 매우 넓고 찜질은 4가지에 불과하지만 수면실은 잘 갖추어져 있는 것 같다. 식당은 다녀 본 곳 중 가장 넓고 메뉴도 다양한데 08시 40분부터 시작한다고 하니 내겐 소용이 없다.
몇 번을 자다 깨다가 05시 10분에 일어나고 만다. 아침 식사를 06시 30분 이전에 끝내야 할 식당을 찾아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샤워를 끝내고 05시 50분에 혼자서 찜질방을 나선다. 찜질방과 회타운 주변에는 보이지 않으므로 결국에는 50여 분을 찾아 헤맨 끝에 광양시청 앞에 있는 ‘나들목 콩나물국밥’에서 국밥(4,500\)으로 식사를 한다. 전주에서 먹는 맛과는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 이른 아침이지만 손님이 네 팀이나 되는 것으로 보아서는 꽤 유명한 집인가 보다.
다시 찜질방을 찾아가려고 네비로 검색을 하니 나타나지를 않는다. 잠자는 아내를 깨워 전화번호로 검색해서 찜질방에 도착, 차 안에서 08시 30분 까지 시간을 보낸다. 08시 35분에 아내가 운전하여 20분 뒤 대회장 주변에 도착하니 지난 밤 한산하던 도로는 주차장이 된 듯 통행이 잘 되지 않으므로 차에서 내려 걸어간다. 이제부터 14시 40분 까지 나는 달리고 가족들은 섬진강 주변을 구경하기로 되어 있으므로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및 가족들과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차량들의 행렬이 얼마나 많고 긴지 가히 장관이다. 대회장 전경과 주변의 풍경, 대회장으로 이동하는 인파와 차량 행렬 등을 한 눈에 바라보니 가슴속에서 울컥하는 흥분과 함께 전율을 느낀다. 날씨는 흐렸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니 천만다행이고 조금은 쌀쌀하게 느껴지는 것이 달리기에는 오히려 좋을 듯싶다.
대회장은 섬진교에서 1km 정도 떨어진 매화마을 섬진강 둔치에 마련되어 있는데 상당히 넓다. ‘MBC 싱글벙글쇼’를 특집방송으로 보내는 탓에 무대도 멋지게 만들어 놓았고, 대회와 관련 된 각종 시설물을 무대를 중심으로 밀집시켜 놓음으로써 행사장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08시 55분에 대회장에 도착, 옷을 갈아입고 물품을 보관한 뒤 길게 늘어선 수세식 간이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며 몸을 푼다. 유인촌 장관의 축사를 시작으로 김태호 경남지사, 박준영 전남지사, 조유행 하동군수, 이성웅 광양시장 등의 연설이 이어진다. 사회는 마라톤대회 전문임을 자처하는 배동성씨가 맡고 있는데 유머를 섞어서 역시 재미있게 잘한다. 공식행사를 모두 끝내자 출발선으로 이동하였고, 폭죽소리와 함께 출발신호를 알린다. 출발지는 2차선 도로의 넓이 인데 참가자가 너무 많아 다소 좁게 느껴진다.
4. 대회 참가 및 완주
09시 34분에 출발선 아취를 통과한다. 전날 비좁은 승용차 안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고, 소주도 적정량을 넘었다 싶기에 4시간 30분 이내로만 완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복장은 프로월드컵 운동화, 반바지, 긴팔 티셔츠, 썬글라스, 면장갑으로 갖추었다. 처음에는 추위를 조금 느끼지만 땀이 나기 시작하면 간편한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며 하프를 지날 때는 긴 팔 입은 것도 후회하였다. 광양지역의 오늘 날씨는 최저 6.5℃, 최고 13℃ 정도 된다고 하니 비교적 좋다. 둔치를 벗어나 강둑으로 올라서자 2차선 도로이다.
도로 양편으로는 매화나무가 가득한데 꽃망울을 터뜨리기 직전이며 벌써 꽃을 피운 것도 간혹 보인다. 2Km 지점에서는 뒤에서 나를 추월하려는 선수 때문에 피하다가 넘어질 뻔 했으며 대략 5km까지는 2차로에 풀과 30km 선수들이 한꺼번에 달리다 보니 전후좌우로 부딪혀서 제대로 뛰지 못할 정도이다. 장거리 이동과 도를 넘은 술, 부족한 수면에 조금은 늦은 식사 탓인지 5km를 지날 때 까지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곳 까지는 섬진강변의 광양시쪽 2차선 도로를 전면통제하고 있는데 산 중턱부터 강변까지 이어지는 모든 농경지에는매화나무가 심겨져 있는 것 같다.
5km를 앞두고 4시간 20분 페메를 앞섰고 5k를 10시(26분 소요)에 통과하며 물을 한 컵 마신다. 너무 빠르다 싶지만 모두가 이 속도로 달리니 그저 휩쓸려 가는 기분이다. 넓고 넓은 섬진강의 강물은 어제 저녁의 비 때문인지 황토빛을 띠고 유유히 흐른다. 간혹 보이는 강변과 강 중간의 모래 사장도 한강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풍경이다. 산이 제법 경사가 있는 까닭인지 큰 마을은 보이지 않는다. 간혹 연세 많은 마을 주민들이 도로변에 나오셔서 우리들을 환영하시면서 응원해 주신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고 감사의 뜻으로 손을 흔들어 화답해 준다. 이런 모습을 30여 곳 이상에서 볼 수 있었는데 하동 보다는 광양 쪽에서 더 많이 본 것 같다.
7k를 지나면서 4시간 페메를 다시 추월한다. 주로 양 옆으로는 매화나무가 계속 보이고 반대편의 하동지역을 배경으로 한 지리산 줄기는 장엄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7.5k에서는 물스펀지를 나누어주지만 아직까지는 흐르는 땀을 견딜만하므로 그냥 통과한다. 주로는 더러 오르막이 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평탄하고, 진행하면서 양 옆으로 보이는 풍경은 비슷비슷하지만 새롭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10k를 10시 26분(26‘)에 통과하면서 물 한 컵과 바나나 반쪽을 먹는다. 몸에서 나는 후끈후끈한 열기로 추위는 잊은 지 오래지만 호흡도 괜찮고, 무릎과 엉덩뼈의 상태도 양호하다.
12k에서 03:40 페메를 만나 일행에 합류한다. 여성 3명을 포함해서 15명인데 갈수록 늘어나 내가 대열에서 벗어난 25k에서는 25명 정도가 무리지어 달린 것 같다. 결국 골인할 때 까지 여성 2명은 보지 못했으므로 나 보다 좋은 기록으로 완주했다는 얘기인데 그 연약해보이면서도 강인한 체력과 의지가 부럽고 존경스럽다. 15k를 10시 50분(24‘)에 지나며 물을 한 컵 마신다. 오른 쪽 사타구니와 왼쪽 무릎에서 통증이 오는데 페메를 따라가자니 여유 있게 쉴 수가 없다. 조금은 무리다 싶지만 코스가 평탄하고 주변의 풍광이 뛰어나므로 새로운 기록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 탓이다.
17k를 지나면서부터는 왼쪽 발목과 복숭아뼈 쪽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몇 십 번을 계속 달리면서 발목 통증은 거의 없었는데 이상하다 싶지만 원인을 모르겠다. 아마 나도 모르게 어디에 부딪혀 타박상을 입은 것은 아닌지... 25k지점에서 03:40의 대열에서 빠져나온 결정적인 이유도 발목 통증 때문이었다. 통증을 완화시키려고 응급구조대원에게 에어파스를 부탁하니 올해는 환경마라톤을 지향하기 때문에 맨소래담 로션으로 대체했다고 한다. 로션을 발목에 발라달라고 부탁하기는 미안하고 내 손으로 바르자니 얼굴에서 흐르는 땀 닦을 일이 걱정되어 포기하고 만다.
18k를 지나니 섬진강을 전남과 경남으로 연결해주는 남도대교를 건넌다. 2003년 7월에 전남 구례군 간전면 운전리와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 사이에 개통되었는데 길이 359m, 너비 13.5m 규모로 217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되었다. ‘닐슨 아치교’로 구조물을 대칭이 되게 설계해 경남과 전남의 동서화합을 상징하는 다리라고 한다. 높게 설치된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강의 상·하류와 좌우측의 경치는 너무도 시원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제 광양시 쪽의 코스는 끝나고 하동군 방면의 코스로 계속 이어지며 다리를 건너니 머지않은 곳에 화개장터를 안내하는 팻말이 보인다.
20k를 11시 17분(27‘)에 지나면서 물과 간식을 먹는다. 보통은 이 지점에서 조금 쉬면서 전신운동으로 몸을 풀어주는데 페메를 뒤쫓아 가자니 그럴 여유가 없다. 무릎과 발목에서의 통증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잠깐 걸으면서 간식을 먹으니 페메와의 거리가 갈수록 벌어진다. 이후 5k 간격으로 설치된 급수대에서는 물(콜라, 게토레이 등)과 간식(바나나, 쵸코파이, 방울토마토, 빵 등)을 계속 조금씩 보충하였다. 또한 급수대의 중간에 마련된 물스펀지대에서는 줄줄 흐르는 땀을 닦으며 짧지만 정말 맛있는 휴식시간을 가졌다.
광양이 매화 천지라면 하동은 온통 녹차밭으로 제다(製茶) 장소를 많이 볼 수 있었다. 29k~30k 구간에서는 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와 최참판 댁을 통과하였다. 섬진강과 강변의 넓은 대나무 밭, 보리가 파릇파릇한 넓은 농경지와 웅장한 산세(山勢) 등이 왠지 모르게 훌륭한 인물이 나왔음 직도 하고, 유명한 소설의 무대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몇 km 계속 이어지는 벚꽃나무 가로수와 아름답게 조성된 평사리 공원 등도 달리는 고통을 덜어주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30km 참가자는 코스가 평사리 공원에서 끝나는데 더 뛸 힘이 있으면 완주를 해도 되고, 힘이 들면 버스로 대회장까지 이동시켜 준다고 한다. 하여튼 30k를 지나니 주로가 한산해서 뛰기가 적막할 정도이다. 반대편에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천천히 지나가는 차량에서 간혹 “화이팅!” “힘내라!”를 외쳐주니 고마움에 앞서 미안한 마음이 더 많이 든다.
20k를 전후하여 나와 앞을 다투던 여성 두 분은 이를 악물고 뛴 덕분에 30k와 37k에서 어렵사리 추월을 하였다. 또한 30k부터는 몇 명을 앞세우거나 넘어설지를 세어보기로 작정을 하였는데 골인할 때까지 65명을 추월하였으며, 특히 마지막 1k에서 20여명은 앞선 것 같다. 특별한 의미는 없고 마지막 힘들 때에 달리는 동기와 재미를 부여해 보자는 나 혼자만의 내기인 것이다.
구급차는 대회장을 비롯하여 10곳에 배치되어 있었는데 광양, 하동은 물론 여수시와 119 구급대까지 동원되어 만일에 발생할 지도 모를 선수들의 안전에 각별하게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20K 이후의 5K 구간별 통과시간을 보면 25k는 11시 43분(26‘), 30k는 12시 09분(26’), 35k는 12시 37분(28‘), 40k는 13시 04분(27’)분 이었으며 13시 17분에 골인지점을 통과하였다.
4시간 30분을 한계시간으로 잡고 시작하다가 호기가 생겨 겁도 없이 03:40 페메와 같이 달리다가 결국에는 포기하였지만 최종기록은 03:43:26으로 나왔으니 대단히 만족스럽다. 발목이 끝까지 도와주었으면 03:40 이내의 기록도 가능했겠다는 약간의 아쉬움도 있지만 두 번째 좋은 기록으로 완주한 것이다.
5. 귀향 및 완주 소감
골인하며 가족들의 축하를 기대했는데 보이지 않는다. 행사장은 강석과 김혜영씨의 ‘싱글벙글쇼 공개방송’이 진행되므로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시끄럽다. 물 한 병을 받아들고 짐을 찾은 후 전화를 하니 마라톤대회로 도로가 막혀 대회장 진입이 어렵다고 한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앉아 쉬고 있다가 가족을 만나 먹거리(두부, 갓김치, 막걸리)로 간단히 요기를 한 후 14시 30분에 사우나를 찾아 행사장을 떠난다. 내가 도로에서 진땀을 흘리며 기록과 싸우는 동안 가족은 화개장터와 최참판댁 등을 두루 구경했다고 한다.
15시경 화개장터에 도착하니 도로는 꽉 막혀있고 장터는 붐비는 인파로 넘쳐나고 있다. 장터에서 200여m 떨어진 하천변 주차장에 어렵게 차를 주차시킨다. 모텔은 몇 군데 보이는데 사우나는 4k 정도 떨어져 있다고 하므로 포기하고 먹거리 장터로 발걸음을 옮긴다. 크게 넓지 않은 장터에는 대형 안내판, 관광안내소, 조각작품, 휴식공간 등이 잘 갖추어져 있고 오가는 사람들로 부딪혀 다니지 못할 정도이+다.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장터비빔밥’에 들어가 강된장보리밥(6,000\/1인분)과 녹두빈대떡(10,000\)을 주문한다. 마라톤대회로 인파가 갑자기 몰린 탓에 한참을 기다려 음식이 나왔는데 밑반찬, 서비스, 가격 등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오늘 같이 북적대는 날에 정상적인 접대를 바라는 것 자체가 잘못일 것이다.
먼 길을 달려와 구경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쉽지만 딸의 회사 출근 때문에 16시 05분에 화개장터를 뒤로하고 귀가 길을 서두른다. 국도를 이용하기로 하고 진주, 산청, 합천, 고령을 거쳐 달성까지 3시간 30분을 달렸는데도 거리와 시간이 좁혀지지 않는다. 달성에서 고속도로로 경로를 바꾸고 대구를 지나 20시 10분 칠곡군 동명휴게소에서 저녁식사를 하는데 입맛에 맞다. 군위, 의성, 안동 까지는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하고 국도로 영주, 봉화, 태백을 거쳐 고한에 도착하니 24시 05분이다. 딸을 내려주고 차를 바꿔 짐을 옮겨 실은 후 다시 동해를 향해 떠난다. 태백을 지나 삼척으로 이동하여 처형을 내려준 후 집에 도착하니 3월 1일 01시 50분을 넘어가고 있다. 완주 뒤의 피로감이 있는 상태에서 막걸리도 한 잔 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구간을 아내가 운전했고 나는 술이 어느 정도 깬 봉화부터 운전하였다. 마침내 내 차를 가지고 가족과 함께 처음으로 한 42시간의 마라톤 여행이 끝난 것이다.
가족들이 찬성을 했기 때문에 시작한 ‘남해안 마라톤 가족여행’이었는데 너무 무리였다는 생각이다. 그저 나 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오가는 것이 전혀 신경 쓸 일도 없고 마음 편하다. 시간 여유를 충분히 가지고 간다면 모를까 짧은 기간에 많은 주유비 지출, 운전자의 피곤함과 사고 위험, 비좁은 공간으로 인한 동승자의 불편함, 낯선 주행로를 찾는 불편함 등 좋지 않은 점이 더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마라톤 여행에 가족이 동행을 했다는 점과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 점, 처음으로 가본 지역이었고 맘에 드는 코스에서 뛰었다는 점, 몸 상태가 좋지 않앗지만 기대 이상의 기록을 거뒀다는 점 등은 새로 거둔 값진 결실이다.
코스와 주변 경관, 대회 분위기와 진행, 물품보관과 기념품 교환, 대회장과 주로변의 화장실 설치, 코스 안내 표지와 교통통제, 급수와 간식 공급 및 응급구호 등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다만, 매화꽃이 활짝 피는 시기로 개최일자 조정, 좀 더 푸짐한 먹거리 준비와 배식장소 확대 등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상의 대회가 될 수 있도록 기획, 준비, 진행과 운영, 자원봉사를 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섬진강변에서 영·호남이 함께하는 마라톤 축제의 장을 표방하는 이 대회가 해를 거듭할수록 보다 더 발전하여 대한민국 최고의 대회로 우뚝 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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