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을 달린다. 안동마라톤 ! (41번째)
1. 대회개요
○ 대회명 : 2010 안동낙동강변 전국마라톤대회
○ 일시 : 2010. 3. 28(일) 09:00
○ 장소 : 안동시민운동장
○ 주최 : 안동시, 안동MBC (주관 : 안동시생활체육회)
- 후원 : 안동경찰서, 안동교육청, 안동소방서
○ 코스 : 시민운동장~신안레미콘 왕복(낙동강 변)
○ 종목 : 5종목(5km, 10km, 하프, 풀, 단체전)
○ 참가비 : 30,000원 (종목별 10,000~30,000원)
○ 기념품 : 티셔츠(잔치국수, 돼지 바비큐 등)
○ 총경비 : 117,100원(참가비 포함)
○ 기록 : 03:48:14
○ 우승(풀) : 조춘보 / 02:51:14 (여자 : 이행희 / 03:45:11)
2. 참가배경
서울에서 개최된 ‘2010~2012 한국방문의 해 기념 한강관광 마라톤대회’ 참가 후 2주 만이다. 14일간이면 피곤한 심신을 회복하고 다음 대회를 준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 생각하는데도 여러 핑계로 연습다운 연습은 전혀 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업무 출장할 일이 생겨 고작 4회에 걸쳐 22km정도를 걸었을 뿐이다. 하지만 나름 정해 놓은 목표가 있고, 좋아서 참가 신청을 하였으니 선택의 여지없이 달리러 갈 뿐이다. 안동은 여러 차례 스쳐 지나가보았으나 머무르며 숙박해 본 경험은 없기에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도시였다.
1963년 1월 1일 시가 되었고 1,521㎢의 면적과 6만 6천 가구에 16만 9천명이 거주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도시 연맹에 가입하였으며, 동양철학의 태두 퇴계이황 선생을 배출하였고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과 안동민속축제 등 ‘전통과 문화의 향기가 살아 숨쉬는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임을 자처하고 있다.
3. 대회장에 도착할 때까지
3월 25일부터 이틀간의 온양 출장을 마치고 안동과 쉽게 차편이 연결되는 동서울에 도착해서 하루 밤(강변스파랜드)을 지내고 27일 08시 버스로 안동(15,600\)으로 향한다. 11시 10분에 도착하였으니 아직은 이르다 싶어 시내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12시 10분에 안동간고등어 광고 모델(이동삼씨)가 경영하는 ‘일직식당’을 찾아 들어간다. 터미널 부근에 있기도 하지만 유명세를 타는 까닭인지 단체 손님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손님맞이로 분주스럽다. 정식(8,000\)으로 점심을 해결하는데 맛은 좋지만 밑반찬은 조금 모자라다 싶다. 모자라면 더 주문하라고 하지만 결국에는 남기고 만다.
식당을 나와 12시 45분 시내버스(1,100\)를 타고 35분이 뒤 도산서원 입구에 도착한다. 2km를 더 걸어서 서원에 도착하였는데 진입로 양편의 크고 작은 소나무와 유유하게 흐르는 맑은 낙동강 물줄기, 강 건너편의 넓은 평야와 갈대밭 등의 경관이 너무도 빼어나 전혀 힘이 들지 않는다. 13시 50분부터 1시간 반 동안 서원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는데 쌀쌀한 날씨임에도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상당히 많다. 보물 210호인 전교당 등 건물과 우물, 비석 등 30여 개소의 크고 작은 유물(유적)이 있는데 규모는 작지만 동양철학의 태두 퇴계 선생님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는 곳이라고 하니 괜히 몸가짐에 신경을 쓰게 된다.
다시 걸어서 승강장으로 이동 15시 50분에 버스에 탑승하였고 40분 뒤에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대회장소도 알아볼 겸 가까운 낙동강변을 찾아 가니 국제탈춤축제장, 안동체육관, 건축 중인 문화예술회관 등 공공시설이 거의 1km 구간에 집중적으로 단지화 되어 있다. 음식의 거리를 지나 시내 중심부에 있는 웅부공원에 도착하니 옛 관아인 영가헌, 대동루, 시민의 종, 컨텐츠박물관, 문화원, 정자와 연못 등이 조경수와 함께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다.
18시에 음식의 거리로 발걸음을 옮겨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쌈밥집을 찾아 들어가니 1 명분은 팔지 않는다고 한다. 혼자 다니니 매 끼니 해결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임을 다시 실감하며 ‘엄마밥상’ 집으로 들어간다. 간고등어정식(7,000\)이나 실컷 먹어보자고 주문하고, 지역 술인 안동 일품소주(5,000\)를 곁들여 저녁을 해결한다. 하루 밤을 보내기 위해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온&청 찜질방(6,500\)’을 19시에 찾아 들어간다. 찜질방마다 조금씩 특색이 있는데 사우나 탈의실과 사우나 안, 찜질방에 각각 수면실이 마련되어 있고 사우나 안에는 코팅한 읽을거리도 준비되어 있다.
3월 28일 06시 푸석푸석한 모습으로 일어나 사우나에서 몸을 씻은 후 내부 식당에서 순두부백반(4,000\)으로 아침을 먹는다. 장사하는 시간 때문에 아침이 늦었지만 나중 일을 생각해서 깨끗이 비우고 07시 50분에 찜질방을 나온다. 택시를 이용(3,700\) 시민운동장으로 가는데 대회장이 가까워질수록 지체가 심해진다. 운동장을 돌아보는데 간이화장실은 보이지 않으므로 실내에서 큰 것을 해결하고, 옷을 벗어서 맡기고 나니 온 몸이 오돌오돌 떨린다. 탈의실 한 편에 공간을 확보해서 바람을 피하다가 출발 10분을 앞두고 밖으로 나가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운동장은 규모 있게 잘 만들어져 있고, 행사에 필요한 모든 지원시설물들은 운동장 안팎의 곳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출발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앰프를 통해서 나오는 사회자의 멘트와 흥겨운 음악이 대회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4. 대회 참가 및 완주
내빈 소개와 개회선언 및 연설에 이어 풀코스부터 출발선으로 이동을 한다. 모든 대회의 통과의례가 되다시피 한 함성 지르기, 앞 선수 등 주무르기와 두드리기를 끝낸 후 카운트다운과 함께 풀과 하프가 같이 출발한다. 복장은 프로월드컵 운동화, 반바지와 반 팔 셔츠, 흰 장갑과 썬글라스로 간편한 차림이다. 105리의 먼 길을 돌아와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앞두고 있지만 모든 참가자들의 표정은 매우 밝고 즐거운 모습이다. 운동장을 벗어나 500여m 지났을까 농악대의 흥겨운 장단이 먼 길 잘 다녀오라고 응원을 해준다. 주로 변에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응원해주는 모습은 그리 많지 않았으나 반환점을 돌 때 까지 10여 곳 이상에서 농악대원이 우리들을 반겨주고 힘을 북돋워주었다.
곧이어 낙동강에서 첫 번째 만나는 영호교를 건널 때 갑자기 불어 닥친 바람으로 살이 떨린다. 낙동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인 넓은 강변도로를 따라 어제 보았던 체육관, 탈춤 축제장 등을 지난다. 2.5km 지점에서는 물스펀지 대신에 급수대가 마련되어 있으며 40k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급수(음료수)와 간식(쵸코파이, 바나나)이 충분하게 공급된다. 3k를 지나 03:45 페메를 10여m 앞에서 볼 수 있었고 법흥교를 지나 09:28분(28‘)에 5k를 통과하며 물을 한 컵 마신다. 예전과 같이 0345페메를 무리하게 앞서는 시건방짐을 결코 저지르지는 않았고 30k까지는 20여m 정도, 38k까지는 200여m 정도 안팎에서 뒤쫓아 갔으나 최종적으로는 2분 14초 쳐지게 된다.
조금 빠르다 싶지만 휩쓸려 뛰는 데다 추위를 느끼므로 늦출 마음은 없다. 세 번째인 용정교를 지나 운동장 방향으로 다시 올라간다. 강변 쪽으로 시야가 뻥 뚫린 도로 1~2차로를 전면 통제한 상태에서 달리는 기분은 정말 끝내준다. 도로를 빼앗기다시피 우리에게 내준 운전자와 차량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6k를 지날 때 우리 보다는 한창 늦게 출발한 10k 남자 선두 그룹이 100m를 경주하듯이 달려간다. 크게 뒤지지 않은 여자 선두의 달려가는 모습도 매우 날렵하고 실력과 에너지가 넘쳐 난다. 첫 번째 약한 오르막을 오르니 풀·하프와 10k 코스가 갈라지며 아직은 초반인 까닭에 힘들이지 않고 넘는다.
10k 주자들이 운동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더 나아가니 5k 참가자들이 맞은 편 2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채 운동장을 향해 걸어간다. 우리처럼 힘겹게 땀 뻘뻘 흘리지 않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흥겹고 재미있게 즐기는 모습이 마냥 부럽게 느껴진다. 10k를 09:55분(27‘)에 지나면서 물을 한 컵 마신다. 땀이 나기는 하지만 불어오는 강바람에 말라버리고 아직까지도 추위가 느껴진다. 몸 상태가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지만, 아직까지는 엉덩뼈와 무릎이 괜찮다.
12.5k를 지나며 물을 한 컵 마셨고, 이후로는 몸의 부담과 충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뜻에서 모든 급수대에서 수분을 보충해 주었다. 13k를 지나 언덕을 오르면서 염려한 대로 양쪽 엉덩뼈에서 아픔이 시작된다. 완주할 때까지의 싸움은 기록이 아니라 엉덩뼈 및 무릎 통증과의 싸움이었음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이 통증은 완주한 지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네 번째인 옥수교를 건너니 지금까지 달려온 하프코스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10:20(25‘)분에 15k를 통과한다.
조금 더 진행하니 상당히 긴 오르막이다. 아픔도 더 심해지고 조금 힘이 부침을 느끼지만 걷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으니 혼자만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언덕을 넘고 시외버스터미널 공사현장을 지나 5 번째 솔방다리를 건너니 한적한 시골마을로 들어서는 듯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곳이다. 이제부터는 앞으로도 뒤로도 뛰는 선수들의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대회의 규모를 갖추는 차원에서 풀코스를 만들었겠지만 최근 들어서 뛰는 선수가 너무 적으면 도로를 전세내고 뛰는 것 같아 왠지 운전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생긴다.
20k를 10:46분(26‘)에 통과하였고, 21k에서 선두 주자 3명을 본다. 보통은 17~18k를 지나면서 마주치는데 코스가 조금은 어렵고, 참가선수들이 여러 대회로 분산된 탓인가 싶다. 전혀 지친 기색이 없는 모습이며, 선두 경쟁을 하듯이 함께 달린다. 내가 초죽음이 되어 23k를 지날 때 여자 선두를 보는데 역시 멋진 몸매를 가지고 힘차게 달린다. 꽤 긴 언덕을 힘들게 올라 내리막에서는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보폭을 벌려 속도를 내어 뛴다. 이래저래 아프기는 매 한 가지이므로 오르막에서 잡아먹은 시간 내리막에서 최대한 당겨보자는 심산이다. 이 조금 무리한 작전은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졌으므로 4곳에서 신나게 달린 셈이다. 25k를 11:14분(28‘)에 지나며 물을 마시고 쵸코파이 한 개를 다 먹을 때 까지 걷는다. 반환점을 돌아 언덕을 마주치니 이제는 처음으로 걷는 주자의 모습이 더러 보인다.
26k를 지날 때는 2주 전 서울 대회에서 나보다 1분 정도 먼저 골인하신 김무언 어르신께서 맞은편으로 달려오시는데 지난 대회와 같이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아 부럽고 존경심이 솟는다. 30k를 11:42분(28‘)에 통과하며 적당한 곳을 찾아 소변을 보느라 2분을 잡아먹는다. 이 동안에 0345 페메는 나를 버리고 멀리멀리 달아나 버리는데 결국에는 벌어진 거리를 전혀 줄이지 못하였다. 35k는 12:10분(28’), 40k는 12:38분(28‘), 골인시간은 12:49분(11’)이었으므로 마지막 2.1k는 스스로 보기에도 믿기지 않을 속도로 달린 것이다.
35k이후 그렇게 애쓰면서 달린 결과 8명을 추월할 수 있었으며, 될 수 있는 한 걷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한 덕분에 3시간 40분대의 기록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 같고 만족스럽다.
5. 귀향 및 완주 소감
골인하자마자 바로 칩을 반납하고 간식을 받은 후 물품을 찾고 스트레칭으로 몸풀기를 한다. 옷을 껴입고 잔치국수를 얻어 먹으로 가니 떨어졌다고 한다. 아직 내 뒤로 안 들어온 선수가 많다고 하니 새로 끓여주겠으니 바베큐 맛을 보며 조금만 기다리라고 한다. 후라이드 치킨 등 3가지는 조금씩 얻었으나 돼지 바베큐는 품절되어 기계를 철수중이다. 국수로 요기를 한 후 13시 20분에 택시(2,600\)로 ‘온&청 찜질방(4,500\)’으로 이동을 한다. 15시 10분에 도착, 100분 동안 충분히 사우나를 하면서 다리를 주물러주니 한결 낫다.
16시 20분 버스(18,000\)를 타고 평창휴게소에서 잠깐 쉰 후 강릉에 도착하니 19시 30분이다. 강릉으로 이동 중에 가까운 형님으로부터 완주 뒤의 피로를 풀어주겠다는 전화를 받았으므로 부지런히 동해 행 버스(3,300\)에 탑승, 도착 후 택시를 이용(2,700\) 약속장소인 ‘고향식당’에 도착하니 20시 10분이다. 간단히 한 잔만 하기로 한 술이 그만 너무 길어져 세 곳을 옮겨 다니다가 03시를 넘겨 귀가함으로써 41번째 마라톤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안동에서의 이틀간이 너무 짧았지만 시민들의 친절함도 느꼈고, 맛있는 음식 맛도 보았다. 도산서원에서 퇴계 이황 선생님을 통하여 나 자신을 돌이켜 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고, 일부에 불과하지만 안동시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체육시설도 살펴볼 수 있었다. 시외·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시내 곳곳을 걸어 다니며 시민들의 모습과 시의 면모도 볼 수 있었다. 안동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모습을 바꿔 왔겠지만 앞으로 더욱 역동적으로 변화·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넓은 강이 있는 도시들이 매우 부럽다. 문명의 발생지가 강을 끼고 있다고 하므로 여러 가지 긍정적인 면들이 많을 것이다. 마라톤 마니아의 입장에서는 아름답고 쓸만한 마라톤 코스가 많이 나올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강, 금호강, 한탄강,
임진강, 섬진강, 낙동강 등 강을 끼고 있는 코스들을 달릴 때는 아름다운 경관도 즐길 수 있지만 가슴이 후련해짐과 피로감이 덜어짐을 느낀다.
낙동강은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준공되면 훨씬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무쪼록 안동 낙동강변 전국마라톤대회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멋지고 훌륭한 대회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대회의 성공적인 준비와 진행, 그리고 마무리를 위하여 애쓰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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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해외마라톤 완주, 그리고 백두산 천지 오...
낙동강변을 달린다. 안동마라톤 ! (41번째)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