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부상과 투혼 그리고 환희^^.
2003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 참가기
일시: 2003.10.19 (11:00)
장소:춘천종합운동장
참가자:권석관
42.195키로 도전은 많은 달리미들에게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듯이…
거리에 깔려있는 부상이라는 복병들이 지금까지 날 괴롭힌다.
내가 달림이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 지난1월 마지막 날
바닷바람이 옷깃을 헤집고 파고들던 그날...
구정을 앞두고 어머님의 방문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나만의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그날도 런닝화 질끈 묶고 도망치듯 빠져 나온 난 우리의 놀이터(공단코스)로 향한다.
공단코스를 한바퀴(10키로)를 돌고 나니 마라톤클럽 회원이
왔다.
둘이서 함께 횡하고 한바퀴를 더 돌았다.
휴~ 이제 가야지 하며 정리운동을 하는데 또 다른 회원이 나를
놓칠세라 저 만치서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크~~ 자신은 없었지만 의리상 아니 내심 세 바퀴에 대한 욕심이 앞섰다.
그래, 지금까지 20키로 이상 뛰어 본적이 없는 터라...
회원과 동반주을 하기로 하고 호흡을 마추어 뛰기를 십 여분…
급기야 올 것이 왔다.
무거워 지던 다리가 경직되어 마비가 오는 것이 아닌가...24키로 지점에서 달리기를 그만두어야만 했다.
탈수와 체온저하로 오한과 어지럼증 까지 생겼다.
그 후 고관절 근육에 이상이 생겼다.
과다훈련을 한 것이다.
한동안 부상치료에 전념 해야 했다.
그러나 그놈의 조바심 병은 나의 몸뚱이를 가만 놔두질 않았다.
다시 처음부터 재활훈련을 하겠다는 생각은 잠시 ~~ 그 동안 못한 훈련을 만회 라도 하듯이 2주만에 130키로를 달렸다.
클럽 회원의 LSD도우미로 35키로를 뛴 것이 화근이었다.
부상이 재발된 것이다.
나날이 부상은 나를 괴롭혔고 그럴 때마다 무지했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러나, 그러한 대가를 지불하고도 달리고 싶은 욕망은
계속되었다.
바늘로 찌르고 씨끈 거리고 뻐근한 느낌은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그때마다 남모르는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냉
찜질이며 냉온 욕을 하였다...(10분..20분..30분......)
어! 통증이 없네, 얼음찜질을 장시간 해 통증이 없나...??
꼬집어 봐도 맛 사지를 해보아도 감각이 없었다.
아무래도 동상이 걸린가 보다...쯪 쯔 쯔
갑자기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이 났다. 주인공이 다리에 총상을 입어 마취제 대신 얼음으로 찜질 후 큰 고통 없이 수술하는
장면 말이다.
정말 미련 곰탱이 였다.
이 미련함은 화려한 외출 속에 멋진 완주를 하기 위함 이였고
마음만 앞서서 체계적인 훈련을 하지 못한 것이 원인 이였다.
그때 다친 부상이 조금만 무리를 하여도 독버섯처럼 고개를 치켜 세우고 있었다.
그래! 이번엔 정말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 올려 참가 해야지…
그 동안 여러 대회를 기웃거려 보았지만 풀 코스는 이번이
두 번째다.
달림이 들의 최대 축제인 조춘마 참가를 위해 지난5월 마라톤
입문 7개월 만에 처음으로 42.195 키로를 달려본 이후로 흡족하지는 않지만 체계적으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훈련을 해온지라,
대회 십 여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각별히 몸조심을 하리라 내심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 우째 이런 일이…흑,흑
어찌 된 일인가…
좀더 잘해 보려고 아침운동을 무리하게 한 것이 화근이었다.
전에 다쳤던 고 관절 근육에 또 이상이 온 것이다.
일순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느낌 이었다.
대회가 열흘도 채 안 남았는데…
대회 참가를 위해 얼마나 많은 날들을 각고의 노력을 해왔던
내가 아니던가…
봄,여름 내내 땀방울 쥐어짜며 터질 것 같은 심장의 고동을 느껴오지 안았는가?
그로부터 5일 동안 치료에 전념해야만 했다.
적극적인 치료에 통증은 없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재발에 대한
두려움에 대회 날이 가까워 올수록 심리적 부담감이 가중되었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제발 뛰는 동안 만이라도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포기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에 밤새 뒤척이며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머리맡에 가지런히 놓여진 대회 때 입을 유니폼을
보며 몇 번이고 되뇌 인다.
부상으로 포기해야 겠다고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배 번호를 확인하는 순간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배 번호 "1862" 번
그냥 포기한다면 평생 후회 할 것만 같았다.
멋진 배 번호 1862번은 나에게 힘과 용기를 아니,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마구마구 쏟아 부었다.
나약해진 정신에 꼭 뛰어야만 된다는 확신을 주었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다시 뛰기 시작 했다.
풋내기의 두 번째 풀 코스 도전은 나에겐 포기할 수 없는
숙명적인 것이었다.
자기와의 처절한 싸움, 그것은 곧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래! “모든 게 잘되겠지” 하며 편한 마음을 같기로 하였다.
힘들고 어려울 때 일수록 점철된 의지를 보여준 내가 아니
였던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드디어 대회 날!
밤새도록 맨소래덤과 씨름을 하던 난 드디어 대회장인 춘천으로 향한다.
그곳은 이미 대회를 축복하기 위해 유명한 스타들로 분비였었고 팔등신 미인들도 더러 보였다.
하늘을 낮게 날며 예쁜색 연막을 뿜어대며 축하비행을 하는 비행기의 날개처럼 마음은 벌써 하늘을 날아 오르고 있었다.
그 동안의 마음고생은 물론, 육체적 고통도 이젠 안중에 없었다
풋내기의 두 번째 외출은 사뭇 진지하다 못해 결의에 찬 모습은 비장하기까지 해보였다.
의암호의 유혹은 오래 전부터 이렇게 인연의 끈으로 단단히
묶인 채 코뚜레가 되어 10월19일 급기야 풋내기 외출로
몰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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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에서 10키로까지
출발총성과 함께 이만 여명의 달리미들은 힘차게 첫발을 내
딛었다.
춘천 마라톤은 다른 대회와 달리 첫출발부터 오르막이 있다고
보아도 될 정도로 출발 후 1.2키로 지점부터 길게 이어진 첫번째 오르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춘천코스를 몇 번씩 달려본 클럽 선배들이 이 오르막에서
조깅으로 무리하지말고 넘으라는 이야기를 익히 들은지라, 대열의 무리에 휩싸여 물 흐르듯 숏 피치로 평상시 페이스보다 약간 느리게 5키로 지점을 통과했다.
한동안 짙은 안개에 쌓여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 놓지 않던 수락산자락이 마침내 웅장함에 태고적 신비와 깊어 가는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며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 10키로까지는 내리막과 평탄한 코스로 계속 이어져 있었다.
자꾸만 페이스가 빨라지는 시점이라, 냉정함을 잃지 않고 초반
페이스대로 달리려고 자신에게 계속적으로 준문을 하며 달렸다.(10키로 지점 43분통과)
1년여 동안 짝 달라 붙어 요지부동이던 의암호가 그리운 님들을 만나 부끄러운 듯 수면위로 잔잔한 파문이 인다.
10키로에서 하프까지
출발에서부터 15키로까지는 비교적 순탄한 코스를 무리 없이
달려왔다.
16키로 이후 400미터에 가까운 언덕을 만났는데 초반인지라 별무리 없이 좋은 레이스를 펼쳤다.
여기서부터는 몸이 완전히 풀린 상태라 지금까지의 페이스 보다 조금 속도를 가해본다.
조금씩 속도를 증가 하던 차에 문제가 발생했다.
왼쪽 고관절 부위에 이상이 감지 됐다.
그렇지 않아도 10여일 전에 다쳤던 부위라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달리던 속도를 조금 줄여야만 했다.
아직 반환점도 못 왔는데…걱정이 되기 시작 했다.
(20키로지점 1시간25분통과)
내리 쪼이는 가을 햇살은 더욱더 선수들의 정수리를 따갑게
하고 뜨겁게 달구어진 심장은 가을 한낮의 축제를 녹여버리기에 충분했다.
형형색색, 조각 조각들이 살아 움직여, 길게 이어져 인간띠를 형성하여 의암호 전체를 수놓고, 하찮은 도로 위 잡풀까지도
나풀대며 축제를 즐기는 듯 춤을 춘다.
하프에서 30키로까지
반환점인 하프까지 무리하지 않고 달려 왔기 때문에 힘이 충분히 비축되어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이제부터 좋은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데…
후반부에 들어서는 마음껏 기량을 펼쳐야 하는데…
스피드를 조금 올리면 통증이 엄습해 왔다.
급수대를 지나칠 때마다 찬물을 아픈 부위에 들이 붙기 시작했다.
뛰면서 한쪽 손으로 아픈 부위를 맛 사지도 해주며 달렸다.
한결 달리기가 편했다.
25키로를 지나니까 바로 1.2키로 정도의 오르막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전반부에 앞서 달리던 선수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가 있었다.
약간의 힘겨움도 있었지만 오르막 구간에 나와 있던 인라인을
탄 구급요원의 소염진통제 맛사지와 열정적으로 응원을
해주시는 군인아저씨의 격려에 힘을 얻어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달릴 수가 있었다.(30키로 지점 2시간9분통과)
아! 그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오늘의 축제의 장을 빛내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땀과 노력을 기울여 왔던가!
붉게 물들은 산자락 만큼이나 드넓은 호수 만큼이나 긴 거리를
달려온 사람들에게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조춘마는 환상의
코스를 선사하고 있지 않는가…!
30키로에서 40키로까지
모든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곳이 바로 이곳 30키로에서
40키로 구간 까지 이다.
마의 벽을 느낀다는 이 구간에선 주위에 선수들이 하나,둘
뒤쳐지기 시작한다.
코스는 평탄하면서 일직선 도로가 많은 것이 오히려 달리는 선수들이 심리적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적토마 처럼 지칠 줄 모르고 달릴 것 같던 선수도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고 지축을 흔들며 출발하던 발자국의 움직임도 의암호의 넓은 가슴을 파고 든다.
실제로 모든 대회에서의 승패도 이 구간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통증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려고 부었던 물이 다리를 타고 흘러내려 이젠 신발까지 질퍽 거린다..
시야에 35키로 표지판이 들어 온다.
수 차례 맨소래담과 찬물 마사지로 여기까지 달려와준 다리가
고마웠다.
다리 통증에 마음껏 달릴 수 없어서인지 힘은 아직 남아 있었다.
이제 남은거리 약 8키로…
달려온 거리가 훨씬 더 많아, 훈련장인 공단주(10키로)를 상상하며 달리기에 박차를 가했다.
앞 주자를 계속 지나쳐서 달리기를 몇 차례, 이번엔 질퍽이던
신발 속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는지 내디딜 때마다 따가움과
쓰라림이 교차된다.
하지만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 난지 오래고 탈력 붙은 두발은
멈출 줄 모르고 내달리고 있었다.(40키로지점 2시간55분통과)
40키로에서 골인 까지
도심지가 가까워 올수록 거리에 응원은 대단했다.
마지막 골인순간까지 피치를 올릴 것을 다짐하며 레이스를
펼쳤다...
그 동안 앞서 달렸던 선수들을 이번엔 내가 지나치고 있지를
않는가…!
멀리 운동장이 보인다.
난 마지막 힘을 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지난 시간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이...
달리고 또 달렸다.
운동장안에 들어서는 순간 이젠 해냈다는 생각에 크게 소리쳤다.
"다 왔다!" "다 왔어!"라고...
다 왔다 생각하니 여유도 생겼다.
다리에 통증도 잊었다.
뒤 처지는 다른 선수에게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결승선에서는 카메라 맨 앞에서 멋진 폼까지 선사했다.
42.195키로를 달려와 골인지점을 통과(3시간5분20초)...
나의 목표시간은 달성 못했지만 두 번째 풀 코스 도전에 완주의 기쁨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을 안겨 다 주었다.
이렇게 나의 도전은 외도가 아닌 희망감으로 끝났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완주한 모든 사람들은 승리자요. 진정한 참피온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역동적인 스포츠인 마라톤.
산 자락을 가로 돌아 끝 없이 이어지는 인간띠 “조춘마 축제”!!!
산과,호수와 사람이 어우러져 잉태한 장편의 드라마로 거듭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흥분과 기쁨이 충만했던 2003년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에 아쉬움과
“짜릿한 쾌감과 환희”의 긴 여운을 남기며…
이보다 큰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꿋꿋이 달리시는 달림이
선배님들의 불굴에 의지가 정말 존경 스럽다..
풋내기의 두 번째 풀 도전 참가기...(예쁘게 봐 주시구요) 한수 지도 바랍니다.
그리고 처녀출전을 앞둔 모든 달리미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대회 준비 하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네요.~~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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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과 투혼 그리고 환희^^.
2003, 춘천마라톤대회 후기(예전과 지금)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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