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라톤대회가 끝나고나니 마치 항해하는 배가 좌표를 잃어버린 것 같다
가슴이 터질듯한 폭염속에서도 장대같이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춘천에서 가을의 전설을 쓰기위해 그 거친 시간들을 아우르며 몸을 담금질했었는데 막상 대회가 마무리되고나니 텅빈듯한 허전한 마음 가눌길이 없다
대회당일
매번 출발선앞에 서기만하면 조금더 열씨미 훈련할껄하는 후회가 생긴다
이번대회에도 마찬가지로 부족한 훈련량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불안하다
출발에서 10키로
출발하자마자 바로 시작되는 오르막을 천천히 달려본다
여기서 무리하면 후반부에 엄청 고생한다는 고수들의 말씀이 귓가에 쟁쟁하다
5키로를 24분에 통과하고 10키로 지점 통과시간은 은 47분여 ...
조용히 몸상태를 점검해보지만 오른쪽 옆구리가 조금 아픈거 빼고는 별다른 증세가 없다
달리는 속도를 조금 조절하자 아프던 옆구리 통증도 없어진다
11-20키로
아프던 옆구리 통증도 없어져 서서히 달리기에 몰입해본다
1키로마다 표시되어 있는 거리표시판이 금방 금방 지나간다
컨디션이 좋은건지 오바를 하고 있는건지 감을 잘 모르겠다
이번엔 왼쪽 옆구리가 조금씩 절려온다
다시 속도를 조금 더 줄여 달려나간다
20키로 통과시간 1시간35분
21-30키로
하프를 지나고나서 조금만 더 달리면 춘천댐으로 올라가는 2-3키로의 은근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이 오르막만 잘 통과하면 목표한 시간에 근접할수 있을것도 같다
오르막을 그리 힘들지 않게 달려 올라간다
속도도 탄력이 붙고 기분까지 좋아지려한다
30키로 통과시간 2시간26분
31-40
숨통도 트이고 상체는 별 무리가 없는거 같다
어깨에 힘을 주고 달리는 폼이라 30키로 이상 달리면 어깨죽지가 아파서 달리면서도 여러번
팔을 흔들어 스트레칭을 해줘야 했었는데 오늘은 별 무리가 없다
그러나 33키로 지점을 지나면서 오른쪽 종아리에 소식이 오기 시작한다
종아리 근육이 쑤근 쑤근하면서 왔다갔다하는 움직임에 불안하기 그지없다
운동량이 부족한지 초반레이스가 조금 빨랐는지 자꾸 속도가 줄고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35키로 지점을 지나자 이번엔 왼쪽 종아리도 쑤근거린다
양쪽 종아리가 번갈아가며 피아노 치듯이 통증이 오기시작한다
통과시간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41-42.195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몇번이나 파스와 로션을 바르며 스트레칭을 해봤지만 별효과가 없다
걷지만 말자고 맘속으로 계속 되뇌이며 발걸음을 옮겨본다
남들이 보면 뛰는게 아니라 빨리 걷는것보다도 느린 속도로 느껴질 정도로 더딘 발걸음이지만
결승점을 향해 한발 한발 계속 달려본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공설운동장이 눈앞에 나타난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기록갱신은 물건너갔고 결승점을 통과하면서 사진이나 잘나왔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지만 이것마저도 여건이 안되는거 같다
결승점 통과시간 3시간 37분 10초
오메~ 이런....올초 동마때 세운기록에 딱 1초를 갱신했다
대회를 마치고
매사가 그렇듯 진인사하고 대천명해야하는데 그러질 못한거 같다
이번 춘마대비 훈련량 또한 부족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쉬운 만큼 다음대회는 더욱 철저히 준비하고 지금보다는 조금더 나은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제 당분간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조금은 소홀했던 여러 주당들과의 자리도 만들어 소원(?)했던 관계도 복원시키고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들을 즐기고 싶다
다시 좌표를 설정하고 신발끈을 동여매는 그날까지......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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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마를 마무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