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회개요
○ 대회명 : 제5회 한강 동계 풀코스마라톤대회
○ 일 시 : 2008. 2. 3(일) 10:00
○ 장 소 : 서울시 여의도 63빌딩 옆 잔디광장
○ 주 최 : 사단법인 한국마라톤협회
○ 코 스 : 여의도 ~ 광진교 왕복(한강변)
○ 종 목 : 4종목(풀, 하프, 10km, 5km)
○ 참가비 : 40,000원(풀코스)
○ 기념품 : 츄리닝 한 벌
○ 총경비 : 100,600원(참가비 포함)
○ 기 록 : 04:45:54
2. 참가배경
1월 1일 대회 이후 마땅한 대회를 고르다가 찾아내었다. 연 12회 이상을 뛰기 위해서는 여름을 피해야 하므로 몇 달간은 월 2개 이상을 소화할 수 밖에 없다. 나의 경우는 새벽에 주로 연습을 하는데 계절적으로 겨울에는 연습하기가 쉽지 않다. 새벽에 눈을 뜨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닌데 이부자리에서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몸에 느껴지는 한기 때문에 문을 열고 집밖으로 나가는 데는 조금은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1월에는 새해 첫날 대회를 포함해서 14회에 120km정도를 연습했는데 뛰기 보다는 걷거나 등산이었으므로 사실상 마라톤 연습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면이 있다. 게다가 1월 26일 불량한 복장으로 초록봉 등산을 한 이후 밤 늦게 까지 이어진 술로 근 10여년 만에 독감에 걸려버렸다. 독감에 걸린지 7일째인 2월 2일 오전까지도 서울에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래 저래 몸이 힘들고 괴롭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 때문에 독감과의 한 판 승부를 벌인다는 각오로 마라톤 참가를 결정하였다. 아내가 걱정스럽다며 만류를 하므로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거절을 하긴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갈등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3. 출발부터 대회장에 도착할 때 까지
2월 2일 19시 45분에 집을 나선다. 평상시 같으면 시원하게 여겨질 것이나 오늘밤 공기는 매우 차갑게 느껴진다. 터미널까지는 걸어가기로 하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니 등에 땀이 밴다. 동해-동서울행 막차는 17시 45분에 끊어지므로 부득이 강릉터미널을 이용할 수 밖에 없으므로 20시 강릉행 버스를 탄다. 20시 40분에 강릉에 도착하여 21시 동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고, 대관령을 넘어 가기 전에 잠이 든 것 같다. 눈을 뜨니 벌써 동서울톨게이트 이고 잠시 후인 23시 15분에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언제부터인가 서울에만 가면 들르게 되는 단골찜질방인 강변스파랜드를 찾아 들어간 시간이 23시 30분. 사우나에 들어가 온탕에서 1시간을 보내다가 공용찜질방으로 들어가니 난장판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누워있는지 통로 이외에는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체내의 수분을 아낌없이 쥐어 짜내는 찜질은 하지 않기로 하고 적당한 곳을 뒤지다 산소방을 찾아들어가니 겨우 혼자 들어갈 만한 공간이 보인다. 비집고 앉아 공간을 조금 늘리니 익숙해지고 마음도 놓인다.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니 4시 정도 되었는데 5평 정도의 공간에 30여명의 남녀가 자고 있는데 참 가관이었고, 나도 그 속에서 끼어 잤다고 생각하니 어이없는 웃음이 자꾸 나온다. 이어서 수면실로 가보니 그 곳 또한 만원이었고, 통로 한 편에 억지로 공간을 만들어 안대를 하고 계속 잠을 청해 본다. 몇 번을 자다 깨다 5시 40분경에 일어나서 식당으로 간다. 최소한 달리기 3시간 전에 음식물을 섭취하기 위해서인데 아직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 T.V를 보다 6시 30분경에 다시 올라가 개시를 해 주었고, 된장찌개 백반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7시에 사우나로 내려가 온탕·맛사지탕· 이벤트탕으로 옮기면서 1시간 정도 보내다 08시 10분에 찜질방을 나섰고, 강변역에서 지하철을 이용 여의나루역에 도착을 하니 09시 10분이었으며 10분 뒤에 대회장에 도착하였다.
인적 없고 넓디넓은 누런 잔디와 한강 위로 찬 바람만 휭~하게 부는 여의도 잔디광장은 너무 을씨년스럽다. 대회장에는 10여 개의 천막이 설치되어 있고 4~500여명의 달림이들이 보인다. 참가자가 그리 많지 않은지 남여 탈의실도 소형천막 1개씩만 설치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탈의실 밖에서 복장을 갖추고 있으므로 나 또한 적당한 곳을 찾아 복장을 챙긴다. 상의는 긴팔티셔츠 위에 땀복, 하의는 타이즈 위에 반바지를 껴입었고, 귀를 덮는 골프용 모자와 썬글라스, 조금은 두꺼운 듯한 털장갑을 끼었다.
4. 참가 준비 및 풀코스 완주
9시 40분경에 물품을 맡기러 가니 늘어선 줄이 100여m 는 넘을 것 같은데 한 쪽에서는 벌써 몸풀기가 진행되고 있어 그런지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불평소리도 들린다. 짐을 맡기고 나니 9시 50분이므로 나도 바쁘다. 날씨가 추운 관계로 몸을 충분히 풀어주어야 한다는 마음은 있지만 감기와 날씨 탓에 몸이 굳어서인지 움직이는 것 자체가 원만하지가 않다. 진행요원의 체조에 따라 몸을 대충 푼 후 출발선으로 이동하였고, 열~아홉~여덟~ 하나! 10시 2분경에 출발을 한 것 같다.
1월 들어 연습다운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고, 1주일째 독감에 시달린 까닭에 몸 상태는 최악일 수 밖에 없었으며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마냥 무겁기만 하다. 많은 선수들을 앞으로 앞으로 보내며 거의 가장 후미에서 뛴다. 오늘의 최대 목표는 5시간 안으로 완주이고, 정 안 되면 5시간을 넘겨 꼭 완주라도 하면 좋은데 하는 마음으로 서서히 달린다. 오늘 뛰는 코스가 1월 1일에 뛴 ‘새해 첫날 마라톤대회’와 같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서인지 크게 부담은 느끼지 않는다. 많은 달림이들 속에서 움직여서 그런지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2.5km를 지나고 5km를 통과하면서 물을 한 컵 마신다. 날씨 탓도 있겠지만 너무 천천히 뛰기 때문인지 땀이 나지도 않고 보통 이 정도 거리면 어느 정도는 몸이 풀리는데 몸은 계속 무겁기만 하고 전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처해서 하는 운동, 힘이 들지만 될 수 있는 한 즐겁게 하자는 마음을 계속 다짐하면서 한 걸음씩 전진해 나간다.
아직까지는 바람이 그리 불지 않은 탓에 한강물은 고요하게 흐른다. 1월 1일 새벽의 한강물은 파도도 많이 쳤었는데 날씨가 비교적 좋은 탓인지 별로 깨끗해 보이지도 않은데도 낚시대를 드리운 사람들의 모습도 간간이 보인다. 앙상한 나무들, 누렇게 변한 갈대잎과 이름모를 풀들로 가득한 강변숲을 따라 계속 이어지고 있는 자전거도로와 산책로에는 휴일여가를 즐기는 서울시민들의 운동하는 모습들도 많이 보인다. 갑자기 다가오는 자전거들 때문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가끔은 달리는데 불편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쩌랴.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 달림이들 또한 얼마나 큰 훼방꾼이겠는가 ?
10km 지점에서는 쵸코파이가 준비되어 있다. 잠깐 쉴 생각으로 쵸코파이 반개를 먹고 물을 한 컵 마신다. 나는 힘이 많이 드는데 모두들 전혀 내색도 하지 않고 참 잘 달린다. 힘이 들어 보이고 축 처져 보이는 선수들이 있기를 빌어보지만 반환점을 돌 때 까지도 그런 모습은 단 한 명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16km를 지날 때 벌써 반환점을 돌아오는 선두 주자의 모습이 보이고 조금을 더 가니 마라토너들의 꿈인 SUB-3 페이스메이커가 10여명을 이끌고, 전혀 지친 기색도 없이 부지런히 달려간다. 힘이 드니 자꾸 꾀만 생기는지 화장실에 오가면서 잠깐 쉬고 이럭저럭 반환점을 통과할 때는 2시간 10분이 지나고 있다.
어찌되었건 반은 왔지만,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참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바나나를 한 개 먹고 물을 한 컵 마신 후 주로에 들어선다. 몸은 힘들고 발걸음도 무거운데 맞바람이 제법 분다. 반환점을 향해 갈 때는 바람을 등진 까닭에 몰랐는데 바람도 몹시 쌀쌀하다. 25km를 앞두고는 엉치뼈에 통증이 오고 허벅지와 종아리에는 알이 잔뜩 배고 한걸음 내딛기가 힘이 들어 그만 걷고 만다. 뛸 때는 그런대로 견딜만 했는데 걷기 시작하니 날은 왜 이리 갈수록 더 추워지는지... 아직 남은 거리가 17km나 되는데 시간은 벌써 3시간을 넘어서고 있다. 2시간 만에 17km를 갈수 있을까 생각하니 자신이 없다. 10여 분간을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27.5km 지점에서 물을 조금 마시면서 다시 10여 분간을 또 걷는다. 30km부터 37km까지는 이런 페이스로 뛰다 걷다, 걷다 뛰다를 계속 반복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조금씩 가까이 다가간다. 5km를 앞둔 지점의 통과시간이 4시간 10분을 넘어서고 있는데 4시간 40분대의 페이스메이커가 느린 속도로 앞질러 달려간다. 이제는 저 사람만 놓치지 않으면 제한시간 안에 완주는 충분히 가능하고, 40분대 안으로의 진입도 가능하리라는 확신이 선다. 오랫동안을 걸은 덕분인지 조금 속도를 내보아도 견딜만한 것 같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잡고는 39km를 넘어서 까지 계속 달린다. 앞에는 오른쪽 발이 조금은 불편한지 절뚝거리면서 뛰어가는 선수의 모습이 보인다. 출발할 때 바로 앞에서 뛰었으며 나와는 몇 번 앞서거니 하던 사람인데 속도와 자세의 변화가 거의 없이 끈덕지게도 꾸준히 뛴다. 몸도 불편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였기에 나 보다 훨씬 나을까 하는 부러운 마음과 함께 연습량을 더 늘려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잠깐 또 걷다보니 페이스메이커가 나를 앞지른다. 골인 지점 2km를 앞두고 다시 뛰는데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간혹 보인다. 이제는 끝까지 쉬지 말고 달려보자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63빌딩의 모습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41km 지점을 통과하고, 무릎과 몸에 전해지는 충격은 최소화하기 위해 지면에서 최대한 낮게 발걸음을 옮긴다. 페이스메이커를 다시 앞지르고 10여명을 추월해서 골인지점을 통과한 시간이 대략 14시 45분경이다. 출발시간을 정확히 확인은 못했지만 4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를 앞질렀으므로 4시간 30분대의 기록이 나올 것 같아 안도와 함께 내심 기분이 좋다. 생수를 한 통 들긴 들었는데 손이 굳어서 뚜껑을 열 수가 없다. 긴장이 풀린 까닭인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아랫도리 근처에서 심하게 통증이 온다. 생각해보니 타이즈 안에 팬티를 입지 않은 탓에 타이즈의 재봉선에 오래 시달렸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얼마나 쓰리고 아픈지 어기적거리며 걸을 정도였다. 물품을 찾는 곳 옆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나는 두부를 나누어 주고 있으므로 얼른 한 그릇을 받아서 잽싸게 비우고 나니 시장기가 가시고 한결 낫다. 기념품(캔음료 1, 바나나 1, 쵸코파이 1)을 받은 후 탈의실에 들어가서 먼저 먹은 다음에 달리기 복장위에 땀복과 파카를 껴입고 대회장을 떠난다.
5. 귀향 및 소감
15시 30분에 여의나루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강변역에 도착한 것이 16시 10분. 16시 20분에 동방대중사우나를 찾아들어가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근육의 피로를 풀고, 스트레칭을 한 후 17시 20분에 사우나를 나선다. 같은 건물에 있는 들녘식당을 찾아 들어가 점심 겸 저녁으로 김치전골과 소주 1병을 시켜 먹고 나니 18시다. 동서울터미널로 옮겨 가장 빠른 동해행표를 구입하니 18시 56분 출발이다. 대합실에서 열린음악회를 40여 분간 시청하다가 동해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출발한지 10여분도 안되어 잠이 들었고, 눈을 뜨니 평창휴게소이다. 화장실에 갔다 오니 한 대 밖에 없던 강릉과 동해행 버스가 3대나 서있다. 이 차 저 차를 헤매다가 동해행 버스를 탔는데 내 옆자리에 앉은 동해행 아주머니도 헤매기는 나와 마찬가지다. 출발과 동시에 다시 잠이 들었고 눈을 뜨니 망상휴게소가 저만치 보이고, 잠시 후인 21시 52분에 동해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동해로 오는 차 안에서 기록을 받았는데 4시간 45분 54초로서 페이스메이커가 제 페이스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리하여 17번째 풀코스의 여정은 끝을 맺었다. 새로운 대회를 골라 다니기로 한 만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대회도 다시는 뛰지 않게 될 것이다. 1월 1일의 새해 첫날 마라톤대회 보다 더 힘들었던 달리기였다. 아마도 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캄캄한 밤 보다는 약한 햇빛이지만 그래도 낮 시간이 훨씬 나을 것인데 추위를 더 느꼈으니 말이다. 뛰고 나니 온몸 구석구석 뻐근하던 것이 한결 가셔지는 느낌이다. 뛴지 이틀이 지난 지금도 감기 기운이 있다. 어제 저녁에는 오랜만에 집에 온 딸과 그 친구들에게 저녁을 사주면서 6일 만에 소주를 조금(3병 정도 ?) 마셨다. 몸 상태가 별로라서 그런지 평상시에는 멀쩡하던 속이 몹시 쓰리기 때문에 점심을 거르면 좀 나을까 싶어 한 끼를 굶었는데 아직까지도 여전히 쓰릿쓰릿하다.
이제는 정말 마라톤을 즐기면서 달리고 싶다. 무릎과 엉치뼈, 종아리와 허벅지의 통증도 느끼지 않으면서 달리고 싶다. 답은 명백하게 나와 있고 너무 나도 잘 아는 사실인데 실천하기는 참 어렵다.
동마클 여러 회원님 !
설을 건강하게, 즐겁게,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1년 내내 복 많이 받으시고 소원하시는 모든 것 크게 이루시기 바랍니다.
|
오랫만에 뛰어보는 하프마라톤 (5)
以熱治寒, 독감과의 일전을 치룬 17번째 마라톤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