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회개요
○ 대회명 : 2008 새해 첫날 전국마라톤대회
○ 일 시 : 2008. 1. 1(월) 00:00
○ 장 소 : 서울시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 수변마당
○ 주 최 : 2008 새해 첫날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
○ 코 스 : 여의도 ~ 암사지구 왕복(풀코스)
○ 종 목 : 4종목(풀, 하프, 10km, 5km)
○ 참가비 : 40,000원
○ 기념품 : 고급 다용도 아웃도어 가방
○ 총경비 : 95,700원(참가비 포함)
○ 기 록 : 04:38:27.06
2. 참가배경
2007. 7월부터 월 1회 이상 참가해보지 못한 풀코스대회에 참가하기로 작정을 하였다. 동해마라톤클럽에서 주최하는 새해 첫날 알몸마라톤대회에 참가를 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가지면서 의미 있는 대회를 찾던 중 ‘2008 새해 첫날 전국마라톤대회’ 소식을 알게 되었다. 2007년을 마무리하는 마당에 연초에 계획했던 일들을 너무나 많이 하지 못한 것 같아 나름대로 변화를 꾀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가장 추운 날 캄캄한 밤에 풀코스에 도전한다는 자체가 매우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1개월 이상을 고민하다가 접수 마감을 하루 앞 둔 12월 14일에 마음을 굳게 다지면서 참가신청을 하였다.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심적 부담은 대회에 참가하는 순간까지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3. 출발부터 대회장에 도착할 때 까지
12. 31 종무식을 마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정리를 할 마음으로 사무실에 조금 있으니 술 한 잔 하자는 전화가 계속 온다. 몇 번을 사양하다가 결국은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버스에서 자면 되니까 간단히 한 잔 하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14시 30분 경에 귀가하여 참가준비를 서둘렀고, ‘해넘이 술판’이 벌어지는 장소에 도착한 시간이 15시. 고래고기를 안주로 해서 술판이 벌어졌는데 내 시간이 바쁘다보니 술잔도 부지런히 돌아갔고, ‘소주도 어지간히 마셨으니 서울에 가서 얼어 죽는다’며 대회 참가를 포기하라는 유혹이 계속 이어진다. 한 잔씩 더할 때 마다 내 마음도 자꾸 갈등을 한다. 당초에는 17시 40분 시외시버스를 이용하려던 계획을 18시 40분 고속버스로 바꾸었으며 일단은 유혹을 뿌리치고 18시에 술좌석에서 일어섰으나 터미널에 도착한 후에도 ‘서울 가지 말고 같이 한 잔 하자’는 달콤한 유혹의 전화는 계속 이어졌다. 결국에는 흔들려서 아내에게 서울행을 포기하겠다고 하니 ‘여기 있어봐야 술밖에 안 마시니 포기하더라도 일단은 서울에 가라’고 하는 바람에 조금 망설이다 표를 구입하였으며 마침내 18시 45분에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르자마자 잠이 들었고, 눈을 뜨니 소사휴게소다. 동승한 직장동료와 우동으로 저녁을 때우고 강남에 도착한 시각이 21시 50분인데 뭔가 부족한 생각이 들어 김밥전문점에 들어가 김밥 두 줄로 배를 채운다. 22시 25분에 지하철에 탑승하여 대회장소 주변의 ‘여의나루’역에 도착한 것이 23시 10분이며 한강변의 간이화장실을 생각하니 몸이 오싹해서 지하철 구내의 화장실을 찾아 최대한 부피(?)를 줄인다. 지하철을 나오니 온 몸에 소름이 끼친다. 참 복장에 관한 얘기를 해야 하겠다. 하의는 마라톤용 반바지에 얇은 땀복(강릉대회, 춘천대회 참가 시 착용), 상의는 2006 춘천대회 긴팔 티셔츠에 바람막이옷을 입고 갔으니 내 배짱도 어지간했던 것 같다. 복장의 원인은 동해~서울 간 이동 중에는 차량을 이용하고 뛰면 땀이 날 것 아닌가하는 생각 때문이었으며 만약을 대비해서 2007 춘천대회 바람막이복과 롱타이즈는 준비를 하였다. 출구에서부터 대회장 까지는 날씨도 춥고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뛸 수 밖에 없는데 상당한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옷을 뚫고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온 몸에 경련이 날 지경이었으며 23시 35분경에 대회장에 도착을 하였다.
4. 참가 준비 및 풀코스 완주
대회장은 너무나 을씨년스럽다. 바람은 많고 먼지도 많이 날린다. 탈의실을 찾아 들어가 참가자들을 보니 반바지 착용자는 한 명도 없고, 타이즈를 입거나 타이즈 위에 땀복을 껴입는다. 나도 하의는 땀복 안에 타이즈를 껴입고, 상의는 바람막이옷 안에 바람막이옷을 한 겹 더 입었으며, 2007 진고개울트라마라톤대회를 떠올리면서 배낭은 메고 뛰기로 작정을 한다. 칩은 운동화끈을 풀고 묶어야하나 귀찮기 때문에 끝에 그냥 메어달고 말았는데 결국 주로에서 한 참을 고생하였다. MP3 이어폰을 귀에 꽂은 다음 귀를 덮을 수 있는 골프용모자(골프는 치지 못함)를 쓰고 두꺼운 장갑을 끼었으므로 달리기 복장이 아니라 등산용 복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실소를 한다. 2002년 7월 마라톤을 시작한 이후 가장 불편한 복장이었으며 아마 앞으로도 다시는 이런 복장은 없을 것이리라. 불편한 복장이지만몸을 풀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므로 나름대로 최대한 몸을 움직이면서 스트레칭을 함에도 불구하고 몸은 더 굳어 들어가는 느낌이었는데 다른 참가자들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
출발 5분여를 앞두고 풀코스 참가자들은 출발선 앞으로 모이라고 방송을 하는데 안내방송이 바람에 날려서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으며 마침내 대망의 2008년 1월 1일 00시 보신각 타종소리에 맞추어 출발을 한다. 추운 날씨 심야에 참가하는 첫 풀코스 도전이고 연습도 충분하지 못하였으며, 종무식 이후의 음주와 항상 풀코스를 어렵게 뛴 어쭙지않은 실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절대 무리한 레이스는 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후미에서 뛴다. 다른 대회와 비교했을 때 출발지점에서 느낀 이색적인 것은 공식적인 몸풀기 시간이 없었고,페이스 메이커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씩 천천히 움직이는데 도무지 진도는 나아가지 않은 느낌이다. 하지만 여자분들도 간간이 보이므로 위안도 되고 ‘아무렴 내가 포기야 하겠는가’ 하는 오기가 생긴다. 2.5km 지점 까지 뛰었는데 아직까지도 땀은 나지 않고 급수대에서 물을 한 잔 마시는데 살얼음이 느껴진다. 참가자가 그리 많지 않으며 날씨가 춥고 어두움 속에서 급수가 이루어지는 까닭인지 지원차량과 난방기구를 갖추었으며 간식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주로 옆으로 계속 이어지는 한강물은 세찬 바람에 바다에서 파도가 일어나듯이 거칠고 무서운 모습이었으나 강변의 고층빌딩 숲에서 흘러나오는 휘황찬란한 불빛들은 한강의 야경을 매우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5km 지점을 지나니 비로소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하고 머리가 덥게 느껴지기 때문에 모자를 벗었으나 찬 기온과 바람 때문에 오래 가지 않아 다시 모자를 쓸 수 밖에 없다. 날씨가 추운 관계로 물스펀지는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 급수는 2.5km 간격으로 계속 공급되고 있었다. 10km를 막 지나서 운동화끈이 풀어지는 느낌이 들어 멈추고 보니 매달아놓은 칩이 보이지 않는다. 추운 날씨에 칩 미반납 시의 위약금(22,000원)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기분이 나빠 가로등 불에 의지해서 한 참 동안 찾다보니 다행스럽게도 5m 정도의 뒤편 길 가운데 있는 것이었다. 길옆으로 굴러갔다면 찾지도 못했을 뿐더러 시간도 잃어버렸지 얼마나 기분이 나빴을까 ?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씩 옮긴다. 급수대가 있는 곳마다 걸음을 멈추고 잠깐 동안 쉬면서 수분을 계속 공급했기 때문인지 17km 지점을 통과하니 소변이 마려워 가까운 화장실을 찾아 들어가니 간이화장실임에도 불구하고 난방이 되고 있다. 우리 시청 내 화장실도 썰렁한데 거의 활용하지도 않을 것 같은 강변의 간이화장실에 난방이라니 그저 놀랍고 부러울 뿐이다. 이럭저럭 반환점에 도달하니 파워젤과 쵸코파이 및 바나나가 준비되어 있는데 입도 얼굴도 손도 얼어 잘 움직일 수는 없으나 먹어 두는 것이 좋다 싶어 파워젤과 바나나 1개씩을 먹고 물 한잔을 마신 후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주로에 들어선다. 이때 의 시간이 2시 15분인데 다행스럽게도 뛸 때마다 말썽을 일으켰으며 가장 약한 부분인 오른발의 무릎 인대 부분이 아직 까지는 괜찮다.
반환점 까지는 바람을 등지고 왔는데 이제부터는 바람을 맞으면서 뛰어야한다. 얼굴로 몸으로 몰아치는 바람은 한기를 더 심하게 느끼게 하면서 몸을 위축되게 만든다. 22.5km 지점을 통과하는데 쉬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계속 천천히 뛰었으며 25km 지점도 그냥 통과해서 26.2km를 지나니 아니나 다를까 걱정하던 사태가 벌어지고 만다.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으며 결국은 27km지점 급수대에서 걸음을 멈추고 물을 마시면서 다리와 몸을 움직여 근육을 풀어준다. 출발할 때에 비해서 기온은 훨씬 더 떨어진 것 같고, 어둠 속에서 세찬 강바람에 출렁대는 시커먼 한강물은 더욱 더 요동을 치는데 강 옆을 달릴 때는 무섭게도 느껴진다. 다시 힘을 내어 뛰어보니 1km를 채 가지 못해서 심한 통증이 오는데 중도에 포기할 수는 없는 생각에 ‘급수대 이외에는 절대 멈추어서 쉬지는 않는다. 인대에 통증이 올 때 까지 뛰되 통증이 오면 빠른 걸음으로 어느 정도 걷다가 다시 뛴다. 5시간 안에 반드시 완주한다’는 나름대로의 작전을 급히 세웠다.
32km지점을 통과할 때의 시간이 3시 20분을 막 넘어서고 있다. 앞으로 남은 거리가 10km 이니 km당 10분씩 잡아도 5시간 안에 완주는 가능할 것으로 판단은 되었으나 갈수록 인대의 통증이 심해지고 양쪽 엉치뼈에서도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므로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생각과 함께 무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아파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까지는 천천히 계속 뛰고 아프면 빠르게 걷기를 계속하는데 1km를 지나는 것이 왜 이다지도 힘이 드는 것인지... 오르막을 만나면 걷고 내리막을 만나면 오른쪽 다리에 가는 부담을 최대한 줄이며 가능한 빠른 속도로 절뚝거리면서 뛰는 거리를 최대한 늘려나갔다. 땀이 나기보다는 온 몸에서 느끼는 한기가 갈수록 심해지므로 물도 마시지 말고 발걸음은 최대한 빨리 계속적으로 움직여 골인지점의 도착시간을 다만 1초라도 앞당기자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 힘이 드는 탓인지 골인지점에 다가갈수록 걷거나 천천히 뛰는 선수들의 모습이 가끔 보이는데 그 간격이 100여m 에서 몇 100m 까지 벌어졌으며 내게 추월을 당하는 선수들도 더러 있다. 조금씩 뛰어서 추월했다가 걷고 있으면 나를 추월하는 100회마라톤클럽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선수 각 한 분씩이 계셨는데 결국 그분들께서는 37km 지점에서 나를 앞질렀고 골인 지점까지 그 분들을 볼 수는 없었다. 100회마라톤클럽에서는 대체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참가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그 분들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었다. 때마침 앰블런스가 지나가면서 차에 타겠냐고 묻기에 그냥 가라고 손짓을 하니 ‘걸어서 가시겠습니까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골인지점을 향해 얼마나 왔을까 대회장 바로 옆에 있는 63빌딩의 모습이 멀리 보이니 없던 힘이 난다. 40km지점을 지날 때의 시각이 대략 4시 10~20분경인데 이제는 걷는 것도 통증 때문에 힘이 든다. 한 선수가 100여m 앞을 가는데 빠르지는 않지만 계속 뛴다. 조금 무리해서 뛰면 가까워졌다가 걷게 되면 다시 멀어지는데 그 거리가 전혀 좁혀지지 않는다. 매서운 바람과 먼지 때문에 눈물과 콧물이 계속 나오는데 이어 이제는 머리도 귀도 아프다. 그리 무거운 짐은 아니지만 배낭을 맨 탓인지 허리의 통증도 갈수록 심해지고 발바닥이 시릴까싶어 조금 투박한 마라톤화를 신은 까닭에 발뒤꿈치도 아프다. 1km를 남겨둔 지점에서는 도저히 뛸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앞에 한 선수가 걸어가는데 나 보다 더 맥이 빠지는지 천천히 걷는다. 최대한 시간을 당겨야겠다는 마음에 조금 속도를 빨리해서 걸어가는데 뒤에서 세 명이 뛰면서 나를 앞지른다. 거의 500여m를 앞 둔 지점이었는데 열도 받고 오기가 났기 때문에 골인 지점까지는 마지막 힘을 발휘해서 뛰어갔으며 Finish Line의 계측시계는 04시 40여분을 지나고 있었다. 골인지점 10여m를 앞두고 배낭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리기 때문에 바로 탈의실에 들어가 꺼내보니 권모 계장님께서 해맞이 근무하러 나가시는 길에 궁금해서 전화를 하셨다는 것이었으며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전화를 끊는다.
5. 귀향 및 소감
전화를 하는데도 입이 얼얼해서 발음이 잘 되지 않고, 손가락도 제대로 놀릴 수 없는 상태인지라 몸을 풀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다. 칩을 반납하고 나니 완주메달과 간식으로는 컵떡국 1개 및 딸기우유 2개를 나누어준다. 여성 진행요원의 도움을 받아 따뜻한 떡국을 한 그릇 먹고 나니 한결 낫다. 5시에 대회장을 떠나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근처의 사우나를 찾아가니 5시 30분에 시작하며 온수를 받고 있는데 요금은 5천원이라고 한다. 6시 40분에 사우나를 끝내고 여의나루역을 찾아가는데 겁도 없이 동해를 떠날 때의 복장으로 나선 것이었다. 무릎이 아파 뛸 수가 있나 10여분 동안 걷다가 정말 얼어 죽을뻔 했다. 6시 50분에 지하철을 탑승해서 7시 50분에 강변역에 도착하였고, 빨리 버스에서 자고 싶은 마음에 아침 대용으로 빵 2개를 사서 동해행 8시 15분 버스에 몸을 실었으며, 빵과 간식용 우유를 먹자마자 잠이 들었다. 11시 10분에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고 택시에 탑승한 후 집에 귀가한 시간은 11시 20분이었으며, 이렇게 해서 2008년 첫 번째 풀코스이자 15번째 마라톤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정말 힘든 여정이었다. 가급적이면 새로운 코스를 뛰기로 했으므로 다시는 뛸 일이 없을 것 같다. 대회 참가를 신청하는 과정에서도 오랜 망설임 끝에 내린 결정이었고, 대회 전일의 출발 시점에서도 상당한 갈등을 겪었다. 1월 1일 이라는 시기가 추운 계절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참가했지만 정말 혹독한 추위속의 힘든 대회였고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 같이 아직은 미숙한 달림이에게 겨울철은 정말로 싫은 계절이고, 특히 12월은 수 많은 모임 때문에 연습하기에 더욱 힘든 계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코스를 뛰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습이 있어야 할 것임은 주로에서 만난 할아버지 선수를 통해서 입증되었다. 계절과 기후의 변화 등을 감안한 충분한 준비는 기본이고 사소해 보이는 마라톤칩 하나라도 신경을 써서 매달아야 엉뚱한 일로 신경을 쓰지 않게 됨으로 인하여 즐거운 달리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우리 동마클의 훌륭하신 철각들께서도 한 번 도전해 보심이 어떠하신지요 ?
2008년 내내 건강과 행복이 철~철~ 넘치시고
꿈과 희망은 더없이 크게 이루시기 바랍니다.
동마클 화이팅 ! 힘 ! 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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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뛰어보는 하프마라톤 (5)
혹독했던 날씨 속의 2008 새해 첫날 마라톤대회 ...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