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참가 배경 및 이동
어느 대회를 참가할 까 마라톤 온라인 사이트를 방문하여 뒤지다가 아직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철원으로 정했다. 철원에는 나와 오랜 친구인 공무원 동기도 근무를 하고 있고, 오래 전부터 한 번 놀러 오라는 이야기도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철원 DMZ 국제평화마라톤대회’는 올해가 4회 대회로서 우리 동해 해돋이 마라톤대회와 같은 해에 시작되었다. 우리 시에서는 마라톤 이벤트 회사의 미흡한 경기 운영으로 올해는 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개최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년에 다시 개최된다 하더라도 철원 보다는 1회 차가 항상 늦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조금은 아쉬웠다.
9. 16일 아침 9시에 집을 나선다. 9. 13~14 연 이틀 계속된 술 때문에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았으나 조금이라도 일찍 가서 철원 구경을 하고자 출발을 서둘렀고, 아내가 시외버스터미널 까지는 태워준다고 하니 고맙다. 여행복장을 챙기고 친구에게 선물할 오징어 한 축을(30,000원) 들고 나선다. 9시 30분 동서울행 버스(14,400원)를 타고 서울에 도착하니 13시. 신철원행 13시 30분 표(8,900원)를 사고는 터미널내 식당에서 부리나케 비빔밥(4,500원) 한 그릇을 먹고 철원행 버스를 타러 가니 표를 잘못 샀다고 한다. 시간을 조금 보내다 14시 18분 차를 타고 신철원에 도착하니 16시 15분. 동해에서 출발해서 6시간 45분이 걸렸는데도 상당히 빨리 왔다고 한다. 친구가 터미널에 일행 한 분과 같이 와서 대기를 하고 있다. 전화 통화는 가끔 해도 얼굴 본지는 꽤 오래된 친구라 무척 반갑다. 이어서 친구의 안내를 받아 임꺽정의 전설이 어려 있는 고석정, 마라톤행사장, 삼부연폭포, 태봉대교, 직탕폭포 등을 구경하고 철원갈비 집에 도착한 것이 18시 20분경. 철원은 강원도내에서 평야면적이 가장 넓고 임야비율은 가장 적으며, 한우 사육두수도 가장 많다고 한다. 철원한우고기로 소주를 곁들여 저녁을 먹었는데 그만 소주가 너무 과해서 3명이 6병을 비워버렸다. 내일의 상당한 전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어서 입가심하러 가자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만 2차를 가서 맥주와 소주를 섞고 만다. 잠을 자기 위해 친구집에 도착한 시간이 24시경. 버스에서 많이 졸았음에도 술 기운에 떨어져 그만 언제 잠이 든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2. 대회장 이동 및 행사장 이모 저모
9. 16일 5시 30분에 눈을 뜬다. 전날 친구에게 출발 3시간 전에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해서 그런지 친구 아내가 5시 30분에 일어나 아침을 챙겨준다. 입안이 까칠하지만 먼 거리를 뛰어야 하므로 고마운 마음으로 밥 한 공기를 먹고 휴식을 취한다. 친구도 행사 종사요원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친구와 함께 8시 10분에 행사장으로 이동을 한다. 행사장 주변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지점인데도 불구하고 행사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량 때문에 도로의 정체가 몹시 심해서 행사장에 도착한 시간이 8시 30분. 친구와 작별인사를 하고 행사장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 입고, 짐을 맡기고, 몸풀기를 하고... 참 바쁘다.
인파가 엄청나다. 공식적인 참가인원은 6,200여명이고 가족 등을 포함하면 1만 여명은 될 것이라는 사회자의 멘트가 들린다. 행사장의 규모는 작은데 참가신청 인원이 너무 몰려 접수를 조기에 중단했다고도 하며, 현장 접수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행사장은 2곳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메인 무대와 탈의실, 물품보관소, 먹거리 행사장 등은 잔디 구장에 설치되어 있고, 출발장소는 50여m 떨어진 철의삼각지 안보전시장 입구 광장에 마련되어 있다. 전날 행사장을 구경하러 갔을 때 마침 부군수님께서 행사 관계자와 함께 행사장을 최종 점검하고 있었는데 큰 관심을 갖고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3. 출발 및 달리기, 코스
9시 정각에 출발신호가 울렸다. 대략 1,500여명이 풀코스 신청을 한 것 같다. 철원을 처음 가보기 때문에 어디로 뛰는지 지명은 전혀 알 수는 없지만 휴전선을 향해 뛰는 것 같았다.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을 통과해서 철의삼각지 통일전망대가 하프 지점이었는데 뛰었던 길을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주로를 달려 골인 지점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통상적인 풀코스와 같이 2.5km마다 급수대가 준비되어 있고, 5km지점에는 물스펀지가 공급되고 있었는데 급수대 300m 전방에는 급수대 예고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었고 스펀지 공급대에서도 급수를 병행하고 있었다. 인라인봉사대원들은 선수들과 같이 계속 달리면서 에어파스를 뿌려 주고, 급작스럽게 부상을 입은 선수들의 부상을 응급 치료해주었다. 철원군은 면적이 넓고 주민수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과 학생들, 군인들이 주로에서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해 주었는데 50여 곳 이상의 장소에서 몇 천 명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전 코스가 오르막 내리막이 없이 평탄하였고 2차선 도로의 교통을 전면 차단하였으므로 선수들에게는 최적의 코스였다고 생각한다. 민간인 통제구역을 넘어서자 6. 25 전쟁 당시 폐허가 된 노동당청사 잔해, 미곡공장 터, 병원 등 동족상잔의 아픈 상처가 곳곳에 유적으로 보존되고 있었고 각 시설마다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강원도 하면 산이 많고 평야지대는 없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고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철원은 정말 넓고 넓은 평야지대에 그리 높지 않은 산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들판에는 추수를 앞 둔 황금빛 벼 이삭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추석을 앞두고 햅쌀을 공급하기 위해 추수하는 모습도 간간이 보였는데 참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황금빛 들녘에는 코스모스꽃이 만발하여 바람에 한들거리고, 먼 산에는 단풍이 서서히 물들고 있었다. 주로 변을 따라 ‘지뢰지대’임을 표시하는 깃발들과 도로변에 설치된 각종의 장애물들이 이 곳이 전방이고, 북한과의 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첨예하게 대치 중에 있음을 실감하게 하였다. 10월 초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하는데 금강산 관광도 이루어지고 있는상황에서 남북을 연결하는 마라톤 이벤트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어떨까하는 엉뚱한생각도 해본다. 마라톤대회의 개최시기와 코스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선수들을 위한 여러 가지의 배려와 철원군민들의 응원도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4. 골인 ! 기념품 및 먹거리 등
며칠간 계속된 술이 또 말썽이다. 하프 지점을 통과할 때의 기록이 2시간 25분 정도. 5시간 안에만 들어가기로 작정을 하고는 2.5km 뛰고 3~5분간은 걷기를 반복하면서 40km 지점에 도착한 시간이 13:30분경. 제한시간 안에 골인은 확실히 할 것 같아 마음을 놓으면서 천천히 계속 달린다. 1km 지점을 남겨 놓고 부터는 주로에 응원을 나온 사람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므로 창피해서 걸을 수도 없다.
마침내 골인지점을 통과한 기록은 04:47:53.39! 이렇게 해서 11번째 풀코스 도전은 억지로 끝이 났다. 이번 마라톤도 연습 부족과 사람 만나고 술 좋아하는 것 때문에 참 힘들게 뛰었다. 그러나 뿌듯한 마음은 든다. 철원에서 만난 친구 2명으로부터 ‘정말 이해가 안 되고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라는 말을 들었다.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같은 마음이다. 그러나 힘은 들지만 좋은데 낸들 어쩌나... 칩을 반납하니 의례적인 간식과 메달 이외에 ‘다미나909’라는 스테미너 음료를 한 박스 준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가격이 15만원(15개 들이)이나 한다고 한다. 번호표를 받을 때에도 ‘철원오대쌀’ 3kg을 기념품으로 받았으니 철원 마라톤대회는 절대적으로 남는 ‘마라톤 여행’을 한 것이다.
먹거리 마당에서는 점심식사로 오대쌀밥과 김치, 깍두기, 공나물국을 제공하며 막걸리도 잔으로, 통으로 나누어 준다. 막걸리 한 잔 할 생각도 있었으나 속이 불편해 마시지 못하고 점심식사를 배급받아서 먹었다. 배도 고프지만 모두가 내 입맛에 맞기 때문에 참 맛있게 먹었다.
5. 귀향 및 소감
식사를 마치고 나니 14시 20분. 이제는 동해로 갈 일이 걱정이다. 부지런히 서둘러도 밤 22시는 넘어야 도착할 것 같다. 옷을 갈아 입고 짐을 챙기고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도로변으로 나선다. 14시 35분에 신철원행 시내버스(1,200원)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한 것이 14시 45분. 동서울행 표(7,800원)를 구입해서 15시 버스에 탑승을 하자마자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철원군청 직원 한 분이 나를 보고 싶다고 하니 다음 버스로 가라는 것이다. 몸은 피곤하지만 일부러 터미널까지 찾아온다니 성의가 고마워 버스에서 내린다. 세 명이 인근의 다방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마라톤대회가 끝난 뒤인지라 주로 마라톤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작별인사를 나누고 15시 40분 동서울행 버스에 오른다. 피곤한 탓에 금방 잠이 들었고 한 참 자다 눈을 뜨니 17시가 조금 넘었다. 차창 밖으로는 비가 조금씩 내린다. 정차와 주행하기를 여러 차례한 후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18시 35분. 배도 살살 아프고 저녁식사를 해야 하므로 20시 4분 동해행 표(14,400원)를 구입했다. 터미널 안의 적당한 식당을 찾아 들어가서 병천순대 1접시(10,000원), 소주 한 병과 공기밥(4,000원)을 시켰는데 버스에서 한 잠 잘 생각으로 소주를 마시기로 한 것이다. 허기도 지고 너무 기운이 없어 과식을 할 생각으로 주문을 했는데 순대는 반 정도를 남겼다. 식사를 마치고 대합실에서 조금 쉬다가 동해행 20시 4분 버스에 올랐다. 자다 깨다 하면서 뉴스를 듣는데 제주도는 태풍 ‘나리’ 때문에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하며 강원 영동지방에서도 9. 15부터 이틀 동안 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다고 한다. 이번 철원 마라톤대회는 택일을 참 잘했고, 정말 먼 길을 다녀가지만 날씨 덕분에 무사히 완주했었다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동해에 도착할 무렵, 비가 오고 있으니 버스터미널 까지 태우러 온다고 아내가 전화를 했다. 평일에는 일과 모임 핑계로 매일 늦고, 주말에도 달리기와 등산, 모임 등으로 자주 집을 비우는데 뭐가 예쁘다고 태우러 온다는 것인지 참 고맙다. 마침내 동해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23:00 으로서 마라톤 행사장에서 출발한지 8시간 25분이 소요된 것이다.
이번에 처음 참가한 제4회 철원DMZ 국제평화마라톤대회는 이동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을 제외하고는 4시간 47분이라는 기록을 포함해서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철원 땅을 개인적으로 처음 가보고 비 온 뒤라 맑고 깨끗한 한탄강 물을 보지 못해서 다소 서운했지만 유명관광지 몇 곳을 친구의 안내로 돌아본 것, 그곳에서 오랜 친구를 만나 그 유명하다는 철원한우 맛을 보고 잘 지은 친구 집에서 하루 밤을 보낸 후 친구의 아내가 새벽 일찍 차려 준 정성스런 아침식사를 한 것, 전국 각처에서 모여든 마라톤 선수들을 위하여 철원군청과 한국일보, 육상경기단체와 스폰서 회사 등에서 철저히 준비하고 손님들을 맞이한 것, 마라톤 구간의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음료수와 간식을 배부해 주며 ‘화이팅!’을 외쳐 준 봉사대원과 응급의료요원, 교통 통제를 위하여 애쓰신 경찰과 봉사단체 회원을 비롯하여 차량 이용 상의 불편을 감수하고 교통통제에 협조한 철원군민들, 모든 코스의 일원에서 선수들을 위하여 열심히 손을 흔들고 환호하거나 농악을 연주한 학생들과 군 장병을 포함한 철원군민들,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넓은 평야와 깨끗한 산간 계곡 사이로 만들어진 평탄한 마라톤 코스, 따갑지 않은 좋은 날씨 속에서도 계속적으로 불어준 상쾌하고 맑은 바람... 다시는 잊지 못할 마라톤의 추억을 또 하나 만들었다.이번 마라톤대회에서는 친구의 큰 관심과 후원(?)에 힘입어 참가비(40,000원)를 포함하여 135,200원의 저렴한 경비가 소요되었다. 다음 기회에 도전할 마라톤대회 부터는 조금 더 착실하게 준비하며, 나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인 술을 확실하게 자제해야 하겠다고 참 어려운 다짐을 다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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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뛰어보는 하프마라톤 (5)
분단과 6.25 전쟁의 현자을 체험하면서 달린 11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