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천년의 고도를 달린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24번째 풀코스) 완주기
1. 대회개요
○ 대회명 : 동아일보 2008 경주국제마라톤대회
○ 일 시 : 2008. 10. 19(일) 08:00 (날씨 : 맑음)
○ 장 소 : 황성공원 시민운동장
○ 주 최 : 경상북도, 경주시, 대한육상경기연맹, 동아일보사
○ 코 스 : 황성공원 시민운동장~경주시내 순환코스
○ 종 목 : 3종목(풀, 하프, 10km 단축코스)
○ 참가비 : 40,000원(풀코스)
○ 기념품 : 아식스 아웃도어 배낭, 완주메달
○ 총경비 : 125,500원(참가비 포함)
○ 소 속 : 동해시청마라톤클럽, 동해마라톤클럽
○ 기 록 : 04:45:14 / 2,754위
2. 참가배경
경주는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가면서 처음 방문을 했던 곳이다. 몇 십년간의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등의 기억은 아련히 남아 있다. 그 이후에도 더러 가보았겠는데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을 보면 경주에 대한 첫 인상이 강렬하게 각인되었는가 보다. 매월 1개 대회는 뛰어야 하고 업무와 다른 일정을 감안하여 대회를 찾다가 경주대회를 발견하였으며 비록 짧은 일정이지만 경주의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에 참가를 신청하게 되었다. 9월 27일 파주에서 개최된 「2008 경기 통일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이후에도 연습을 착실하게 하지는 못했지만 기록에 연연해서 너무 무리하지는 않으므로 걱정은 크게 되지 않았다. 다만 헌혈을 한 후 하루만 지나면 회복된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대회 3일 전에 헌혈을 한 것은 조금 염려가 되었다.
3. 출발부터 대회장에 도착할 때 까지
10. 18(토) 09시에 집을 나서 아내와 함께 10시 30분 까지 시내를 돌아다니며 볼 일을 마친 후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한다.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에 갈 틈도 내지를 못하고 10시 45분 포항행 버스(19,800\)에 몸을 실었고 병곡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가진 후 14시 10분에 포항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한다. 터미널 안의 아서원에서 수타짜장면(4,000\)으로 점심을 때우는데 오랜만에 먹어보는 수타면이 입맛에 딱 맞는다. 14시 50분에 경주행 버스(2,700\)를 탔고 15시 27분에 경주시외터미널에 도착을 한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관광지로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을 경주시외버스터미널의 환경은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는다. 4차선 도로를 건너가니 형산강변인데 하천변이 참 잘 가꾸어져 있다. 3.4km에 이르는 둔치는 폭 30~50m 정도의 넓은 잔디밭과 조깅로, 자전거도로, 인라인스케이트도로, 산책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합을 하는 유소년 선수들의 모습과 산책을 하고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낚시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가로수와 유유히 흐르는 형산강의 물과 함께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15시 40분부터 형산강 변을 따라 대회 출발지인 황성공원 시민공원 까지 두루 두루 구경하며 걸어가니 16시 35분이다. 대회장 주변의 도로에는 마라톤 거리표시, 현수막과 아취 등 홍보물 설치로 분주스런 모습이다. 16시 40분부터는 황성공원 안을 두루 살펴보았는데 그 규모도 상당하였지만 문화예술시설과 체육시설, 편의시설 등이 집단화되어 있는 것이 몹시 부러웠다. 규모는 31만여 평에 달하는데 운동장, 실내체육관, 축구장, 씨름장, 게이트볼장, 풋살경기장, 테니스장 등의 체육시설과 도서관, 청소년수련관, 박목월 노래비, 김동리 문학비 등과 충혼탑, 김유신 장군 동상, 일본 奈良市와의 자매공원 등이 건립되어 있고 문화예술회관은 건축 중에 있었다. 17시 30분부터는 숙박장소(찜질방)와 식사할 장소를 찾아 시내를 이리저리 둘러본다. 18시 50분에 용팔이막창 이라는 곳을 찾아들어가 막창구이라는 음식을 경주 지방소주인 참소주와 함께 처음 맛보는데 입맛에 맞는다. 20시에 저녁식사(17,000\)를 끝내고 나니 아직은 시간이 이른 듯해 시내 구경도 할 겸 입가심이나 한 잔 할까 해서 몇 곳을 들러 보았는데 마땅한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 21시에 스카이찜질방(7,000\)을 찾아 들어가 간단히 샤워를 한 후 적당히 눈 붙일 곳을 찾아 자리를 잡는다.
10월 19일 04시 25분에 눈을 뜬다. 몸을 씻고 05시 40분에 찜질방을 나가 아침식사 할 곳을 찾아보니 눈에 띄질 않는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므로 할 수 없이 가까운 김밥나라에 들어가 설렁탕(4,000\)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김밥집에서 김밥 외에도 다양한 음식을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아직은 이른 시간인데도 식사를 하고 김밥을 사러 오는 손님들이 자주 보인다. 06시 7분에 식당을 나와 경기장에 도착하니 06시 17분이다. 대회 참가자와 진행요원들의 움직임으로 부산스럽다. 일찌감치 화장실에 들러 볼 일을 보고 아식스 현장 판매부스에서 녹차를 한 잔 받아 한기를 달랜다. 경기장 주변을 돌아보면서 구경을 하고 짐을 맡기고 몸을 푼 후 출발장소의 모습을 카메라에 몇 컷 담는다. 사회자의 멘트에 따르면 전체 참가자는 13천여 명 정도 되며 풀코스에는 4천5백여 명이 뛴다고 한다. 에어로빅 팀의 공연과 스트레칭, 개회선언, 인사말씀에 이어 엘리트 선수들이 축포와 함께 출발을 했고 풀코스는 8시 5분에 출발을 한다. 이번 대회부터는 다만 몇 장의 사진이라도 찍어보자는 뜻에서 카메라를 준비해 갔으며 카메라를 가지고 뛰기로 한다.
4. 대회 참가 및 완주
출발지점을 지나면서 마라톤시계의 스톱워치를 눌렀는데 작동이 되지 않는다. 몇 번을 시도하다가 그만 포기하고 만다. 오늘도 4시간 30분 정도를 완주 목표로 정하고 다른 사람들의 페이스에 이끌려가지 않을 것을 다짐해 본다. 300여m 정도 진행하니 4차선 도로가 나오는데 전체를 통제한다. 이른 시간인 탓도 있지만 비교적 쌀쌀하고 약한 바람도 불어 주는 것이 달리는데 최적의 날씨라는 생각을 갖는다. 도로변의 가로수와 가까운 산자락은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가고 있고 하늘은 무척 쾌청하다. 도로변에는 많은 시민들이 수기(태극기)를 흔들고 농악을 연주하며 파이팅을 연호해 준다. 교통통제에 협조해 준 것만도 고마운데 이른 시간에 나와서 반겨주고 적극 응원해 주는 것이 무척 고맙다. 5km를 32분에 통과하는데 이 정도 속도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물을 조금 마실까하다가 그냥 지나친다. 시가지의 도로변 곳곳에는 선수들을 반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연이어 보인다. 지금까지 참가해 본 국내대회 중 시민들의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대회인 듯하다. 7. 5km 스폰지대를 지나 10km는 61분에 통과를 한다. 29분만에 5km를 달렸으니 조금 빨리 달렸다는 생각에 속도를 늦춘다.
11km를 지날 때 선두 흑인 선수의 모습이 보인다. 9명의 흑인선수 무리가 연이어 지나가고 대략 1km 이상 뒤떨어져서 우리 선수들의 모습이 보인다. 13km 정도 부터는 강변도로 코스이므로 주변 경관이 한결 보기 좋고 시야도 시원스럽다. 91분 경에 15km 지점을 지나면서 물을 반 컵 정도 마시고 조금을 더 가니 반환점이다. 20km를 122분에 통과한다. 쵸코파이 1개와 물을 한 컵 가득히 마신 후 다리와 허리운동을 하면서 몸을 풀어 준다.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으슥한 곳을 찾아 상당한 시간 동안 참았던 작은 일을 보고 시원하다. 엉치뼈와 무릎에 통증이 조금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23km지점에서 강변코스를 벗어나 25km를 162분 만에 통과를 한다. 5km를 40분에 뛰었으니 너무 많이 걸린 것인데 쵸코파이 먹고 소변 보고 몸 풀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사용한 것이다. 28km 지점을 지날 때 강릉경포호수마라톤클럽의 남녀 선수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앞질러 간다. 29km 지나갈 때 왕릉이 보이므로 응원해 주는 여성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해서 한 장 찍는다. 뛰다 말고 무슨 사진을 찍느냐며 참 별난 사람이네 하는 표정을 지으며 반갑게 찍어주므로 감사의 표시를 하고 다시 대열에 합류한다. 30km를 195분에 통과를 하면서 바나나 한 개와 물 한 컵을 마신다. 아직까지는 몸 상태가 괜찮다. 고분, 사찰 등 역사 문화유적이 가장 많은 도시인 까닭에 오래되고 조금은 낡아 보이는 건물들이 많이 보이지만 도로 주변은 잘 정비되어 있어 보기가 좋다.
30km를 지나니 걷는 선수들의 모습이 간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11시 20여 분을 지났으니 햇볕이 따갑게 느껴지고 이제는 피로감이 몰려올 시간이므로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이해가 된다. 잠깐 동안 몸의 근육을 풀어준 후 다시 천천히 뛰기 시작한다. 35km를 229분에 통과를 한다. 이제 남은 거리는 7. 2km 정도 이고 시내 중심도로를 달린다. 6차선 도로인데 주행하는 반대 방향의 차로에도 차량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전면통제를 한 것인지 아니면 시민 스스로 통행을 자제하는 것인지 조금은 의아스럽다. 38km 정도를 지나면서 허리에 통증이 심하게 느껴진다. 싸이클 봉사단에게 요청해서 허리에 에어파스를 뿌려주니 한결 좋다.마지막 혼신의 힘을 쏟기 위해 잠깐 동안 스트레칭을 하고 몇 걸음 내딛으니 현기증을 느낀다. 지금 까지 23번의 풀코스를 뛰면서 현기증을 느낀 것은 처음이므로 바로 뛰기를 멈추고 걷기로 한다. 사흘 전에 한 헌혈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5분 정도 걷다가 괜찮다 싶어 다시 300여m를 뛰니 같은 현상이므로 걷는다. 다시 5분 정도 걷다 500여m를 뛰니 계속 어지럽고 몸이 힘들다. 39km 지점을 눈앞에 두고 시간을 보니 4시간 25분 정도 걸렸는데 km당 10분씩에만 걸어도 제한시간 안에 완주는 가능하므로 계속 걷기로 마음을 바꾼다.
40km 지점에서 큰 컵 가득히 물을 마시고 나니 다시 힘이 솟는 기분이 들고 연도 변에는 시민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므로 마냥 걷는 것이 조금 창피하다. 41km를 지나면서 다시 힘을 내어 천천히 뛰어보니 현기증이 느껴지지 않으므로 골인 지점 까지는 멈추지 말고 계속 뛰기로 한다. 황성공원 입구에 들어서니 주로 양편에는 벌써 완주를 한 선수들과 가족, 시민들로 가득하고 응원과 환호성으로 없던 힘이 더 난다. 105리를 힘들게 달려온 나와 비슷한 수준의 선수들이 걷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속도로 뛴다. 모두 엄청 힘들겠지만 목적지에 다 왔기 때문인지 밝고 즐거운 표정들이다. 운동장 안에 들어서서는 조금 더 힘을 내어 속도를 내어 본다. 피니쉬라인을 통과할 때의 시간은 4시간 46분 정도를 조금 넘어서고 있었는데 막판에 조금 달린 것이 10여 분 정도의 시간을 앞당겨 주었다. 골인하자마자 참가선수에게 기념촬영을 부탁하여 한 컷 찍는다. 새로운 경험을 쌓으면서 힘들게 또 하나의 마라톤을 끝낸 것이다.
5. 소감 및 귀향
3주 만에 풀코스를 뛰었다. 먼 곳의 대회를 힘들게 뛰었음에도 지금 까지 다녀보았던 대회 중 가장 좋았던 대회로 기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는다. 경주시의 대표적인 공원과 깨끗한 시가지, 농촌의 황금빛 들판, 잘 정비된 아름다운 형산강 변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조금은 복잡한 듯 하나 오히려 무료하지 않았다. 급수와 간식, 스펀지도 충분하였고 시민들의 호응도도 가장 높았던 것 같다. 좋은 시기, 좋은 날씨에 교통통제가 잘 이루어진 탓에 매연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 국제적인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인 만큼 주최 측에서는 선수들을 위해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를 하였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주로 변에 간이화장실이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많은 대회에서 선수들의 편의를 고려하고 시민에게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주로 변에 간이화장실을 설치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대회를 주최한 경상북도와 경주시, 동아일보 등의 각급 기관·단체,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고 오랜 시간 동안 차량통제에 협조하고 응원과 격려를 해주신 경주시민, 차량통제와 급수·간식 지원을 위해 고생하신 경찰과 자원봉사자 등 모든 대회 관계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의외로 엉치뼈와 무릎의 상태가 그런대로 괜찮다. 칩을 반납하고 간식(빵 1, 바나나 1, 음료수 1)을 수령하여 곧바로 남김없이 먹고 나니 허기가 가신다. 시간 여유가 있으니 시외버스터미널 까지 걸어가기로 하고 13시 30분에 대회장을 나선다. 가는 도중 14시 10분에 천지장목욕탕(4,000\)에 들러 샤워를 하고 터미널에 도착하니 15시 10분이다. 15시 25분 포항행 버스에 탑승해서 16시 5분에 도착을 하였고 터미널식당에서 우동(2,500\)으로 간단히 요기를 한 후 16시 44분 동해행 버스에 오른다. 피곤한 탓에 곧바로 잠이든 듯하고 병곡휴게소에서 20분간의 휴식을 한 뒤 동해에 도착하니 20시 8분이다. 마침 친구가 낚시를 가서 상당한 양의 어획물을 낚아 회와 매운탕을 끓여 놓고 기다린다고 하므로 아내에게는 도착 전화를 해주고 택시(2,000\)를 타고 친구 집에 도착하니 20시 15분이다. 돔, 전복 등의 회와 매운탕을 반찬 삼고 안주 삼아 복분자 등 담근 술로 주로에서 빼앗긴 기력을 가득보충한 후 200여m 떨어진 집에 도착하니 22시 25분이다. 허기진 상태에서 이렇게 맛있는 회와 매운탕을 먹어보기는 처음이었던 듯하여 친구와 친구 아내에게 거듭 거듭 감사를 표하면서 나온다. 새로운 마라톤 경험과 낯선 지역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쌓은 24번째 마라톤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으며 다음에는 좀 더 착실한 연습과 몸 관리로 ‘즐기는 마라톤을 하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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