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와 자존심의 갈등, 2008 경기평화통일마라톤 완주기(23번째 풀코스)
1. 대회개요
○ 대회명 : 2008 경기 평화통일마라톤대회
○ 일 시 : 2008. 9. 27(토) 09:00 (날씨 : 맑음)
○ 장 소 : 임진각
○ 주 최 : 경기도
○ 주 관 : 경기관광공사, MBC, 경기육상연맹
○ 코 스 : 임진각~통일대교~민통선~통일로~파주시내 일원
○ 종 목 : 3종목(풀, 하프, 10km)
○ 참가비 : 40,000원(풀코스)
○ 기념품 : 스포츠점퍼, 완주메달/스포츠타올, 완주기념 T셔츠
○ 총경비 : 99,100원(참가비 포함)
○ 소 속 : 동해시청마라톤클럽, 동해마라톤클럽
○ 기 록 : 04:45:48
2. 참가배경
연초에 매월 최소한 1개 정도의 풀코스는 뛰기로 결심을 하고 시작은 했는데 7~8월 연속해서 뛰지 못했다는 쓸데없는 부담감이 마음에 계속 남아 있다. 내가 맡고 있는 일이 주로 주말에 이루어지다 보니 이를 감안해서 ‘마라톤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대회를 찾다 이 대회를 발견하게 되었다. 대회가 토요일에 열리는 까닭에 동해에서 그곳까지 이동해서 참가하는 것이 다소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는데 주최 측에서 서울에서 임진강역 까지 셔틀 열차를 제공해 준다는 그 높은 참가자들에 대한 배려 때문에 용기를 내어 참가신청을 하게 되었다. 또한 남북관계와 6. 25, 평화통일을 논할 때마다 먼저 연상되는 임진각에도 한 번 가보고 싶었고, 철원에서 개최되어 민통선을 달리는 DMZ국제평화마라톤대회와 코스를 비교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대회에 참가할 날이 코 앞에 다가오자 크게 걱정이 되었다. 9월 13일의 남산 우정산악마라톤대회 참가해서 다소 무리를 한 후 2주간 동안 연습이라고는 10km 자전거 타기 1회, 5km 조깅 1회만을 했을 뿐이다.
3. 출발부터 대회장에 도착할 때 까지
9. 26(금) 18시 10분 조금 일찍 귀가해서 대회에 참가할 짐을 부지런히 챙긴다. 짐을 챙기면서 ‘굳이 이렇게까지 달려야 하나. 내가 제 정신이 맞나’하는 생각을 잠깐 하며 실소를 한다. 18시 40분에 친구들과의 모임에 참석해서 소주를 몇 잔 하다 보니 미치지 않았냐하며 술이나 마시자고 유혹을 한다. 순간 마음이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대회에 꼭 참가하기로 단호한 마음의 결정을 내란다. 하지만 계획한 것 보다는 친구들과의 모임이 1시간 길어졌으며 이로 인해 다음날 큰 고생을 하게 될 줄이야...
20시 40분에 친구들과 헤어져 식당을 나선다. 약간의 시간이 있으므로 다리 근육도 풀어 줄 겸해서 터미널 까지 20분간을 걸어서 간다. 21시 강릉행 버스(3,200\)에 탑승 21시 40분에 도착하였고, 22시 동서울행 버스(13,900\)에 탑승 24시 14분에 도착을 하였다. 24시 20분에 단골 숙박업소가 되어버린 강변스파랜드(9,000\)에 들어가 00시 50분까지 샤워를 한 후 찜질방으로 간다. 오늘은 2주 전에 왔을 때 보다 손님들이 더 많다. 서울시민들이 이제는 지방으로 내려가는 교통편이 너무 복잡해서 찜질방에 와서 즐기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아무리 뒤져 봐도 들어 누울 공간이 없다. 아이스방, 산소방, 수면실 등을 왔다 갔다 하며 찾아 봐도 들어 누울 마땅한 공간이 없다. 결국 거의 뜬 눈으로 헤매다가 03시 30분에 박차고 일어나고 만다. 사우나에 들렀다가 속소(?)를 나와 04시 40분에 신촌본가설렁탕에 도착, 05시 05분 까지 설렁탕(5,500\)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05시 10분에 강변역에 도착하니 아직 근무자들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른 시간임에도 20여명의 시민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나오니 05시 20분이 되지 않았는데도 승차권을 판다. 05시 36분이 첫 차이므로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별 수 없겠지만 참 고생 많다는 생각이 든다. 20여 분을 기다리다 05시 41분 서울역행 내선 구간 첫 차를 타고 동대문운동장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하여 서울역에 도착하니 06시 10분이다. 서울역에도 처음 와 본 듯하다. 서울역으로 나가는 출구를 찾아 조금 헤매다가 역에 도착하니 마라톤 복장을 갖춘
사람들의 모습이 몇 명 보이므로 다소 마음이 놓인다. 한 일행의 뒤를 따라가는데 임진강마라톤대회에 참가할 선수들은 빨리 열차에 타라고 계속 방송을 한다. 11번 탑승구로 가라고 는 하는데 보여야 가지. 6~7명이 무리지어 뛰다보니 승무원이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 곳이 11번 탑승구였으며 차에 오르자마자 06시 20분에 곧바로 출발을 한다. 숨도 가쁘지만 안도감과 함께 얼마나 큰 한 숨이 나오던지. 이 차 놓치면 30분 뒤에 있는 열차를 탑승해야 하는데 마라톤 출발시간과 비교해 볼 때 여유시간이 없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열차는 마라톤복장을 한 사람들로 만원이다. 마라톤대회를 위해서 특별하게 운행하는 열차라는데 정말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만 탄 것일까 ? 출발하자마자 찜질방에서 자지 못한 잠을 청해 본다. 억지로 얻은 자리가 횡으로 마주 보는 자리이기 때문에 다소 불편한 탓도 있지만, 소란스럽기도 해서 잠이 잘 오질 않는다. 잠이 드는 듯 마는 듯 헤매다가 07시 40분에 임진강역에 도착을 한다. 대회특별열차는 서울~임진강역행 3편, 임진강역~서울행 4 편에 총 3,280석을 준비했으며 편도당 이용요금은 1,400원이므로 참가자에게 막대한 비용을 들여 편의를 제공해주어 큰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된다. 역에서 대회장 까지는 약 500여m의 가까운 거리이므로 걸어서 간다. 아직은 이른 시간임에도 주변도로는 교통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행사장으로 향하는 인파도 엄청나다. 대회장에서는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가장 먼저 화장실을 찾는다. 간이화장실이 남녀 2동씩만 설치되어 있는데 한 동은 출입문이 채워져 있다. 옆 동에 가서 줄을 서자마자 길게 줄이 늘어선다. 10여분을 기다렸는데 참지 못한 선수들은 여자화장실 쪽으로도 발걸음을 옮긴다. 남자화장실의 큰 볼일용 2칸 중 1칸은 막혀서 오발트를 하므로 마지막 볼 일 보신 분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문을 막아버린다. 뒷사람을 생각해서 짧게 볼 일을 보고 나와 손을 씻으려고 하니 물이 나오지를 않는다. 이곳 저곳의 대회에 많이 참가해 보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겪어본다. 경기도청에서 주관을 하고 멋진 출발선 아취, 대회장인 임진각공원의 아름다운 모습 등으로 기대가 컸는데 하나씩 무너진다. 탈의실과 짐 보관소를 찾아보니 보이지를 않는다. 행사장 안내판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서로에게 묻는 형편이 나와 똑 같다. 한 참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찾긴 했는데 안내판을 왜 만들어 놓았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남자용 탈의실로 텐트를 3개 설치해 놓았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지 감당이 불가능하겠지만 대부분이 밖에서 그냥 갈아입는다. 나는 찜질방에서 아예 갈아입었기 때문에 겉옷을 벗기만 하면 되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 짐 보관소에는 안내현수막도 없고 코스별, 번호별로 구분도되어 있지 않으며 아르바이트 학생이 아무 곳에나 맡기면 된다고 한다. 찾을 것을 생각하니조금 미심쩍었으나 맡기고 난 후 08시 40분경에야 현수막을 붙인다. 짐을 찾아 해당 부스에다시 짐을 맡기고 몸을 푼다.
08시 10분경에 식전행사로서 모듬북 공연을 했고 이어서 김문수 경기도지사님께서 참가비의 5%인 1천만원을 북한주민돕기 단체인 (사)나눔인터내셔널에 기증하였다. 한마디로 말해서 참가비수입이 5억원이나 되므로 참가자가 그 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출발선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행사장소는 엄청 넓은데 출구는 좁으니 코스별 안내플래카드는 있으나 마나하다. 그냥 따라 가면 출발선에 도착은 하겠지만 이것 또한 운영 미숙이라는 생각에 혀를 차게 된다. 어찌되었거나 육군군악대를 따라 출발선 부근에 도착하니 09시는 넘어섰는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선수들로 꽉 차있다.
4. 대회 참가 및 완주
시간이 다소 지연된 듯 사회자의 진행이 빠르다. 내빈인사에 이은 김문수 도지사의 10여초 정도의 짧은 인사말씀이 끝나고 출발신호를 알린다. 스타트라인은 남북분단을 상징하는 뜻인지 문이 닫혀져 있었는데 출발신호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일제히 달려 나간다. 오늘은 어떻게 달릴까를 잠시 궁리한다. 이른 시간인지 몸에 한기를 느낄 정도로 날씨가 선선하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준다. ‘오래간만에 4시간 안에 한 번 달려볼까 ? 아니지 내게는 무리야. 그럼 일단은 4시간 30분 정도로 목표를 잡고 달려보자고’ 마음을 굳힌다. 임진각 누리공원옆을 돌아 통일대교를 지나 북쪽으로 북쪽으로 향한다. 4~6차선도로 전체를 주로로 전면 통제하는데 시원스럽다. 주로의 양편은 울긋불긋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바람에 한들거리고 황금빛 들녘에는 누런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런 코스가 끝까지 계속된다면 정말
좋겠다는 기대감에 연습이 부족했음에도 발걸음이 가볍다. 아직은 갈증도 나지 않고 견딜만하므로 5km 급수지점은 그냥 통과한다. 조금 더 진행하니 이제는 뛰어갈 수 있는 한계지점인지 반환하라는 표시가 있어 되돌아가는데 주로 위에는 정말로 선수들이 많다. 아마도 행렬의 길이가 5km이상은 됨직하다. 지금 까지 참가한 모든 대회는 매 km마다 거리표시가 되어 있었는데 이 대회는 5km단위로 표시가 되어 있을 뿐이다. 물스폰지가 마련되어 있는 지점은 그 반인 2.5km 지점으로 추측할 뿐이다.
대략 8km지점을 통과하니 왼쪽 엉치뼈에 미세한 통증이 느껴진다. 너무 빨리 달렸나 하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이 인다. 다시 출발지 옆을 돌아 임진강변의 주로로 진행하는데 강변에는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남북분단의 현실과 이곳이 최전방 지역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10km지점에서는 물을 두 모금 마시면서 시간을 보니 53분에 뛰었다. 남들 따라 뛰다 보니 너무 빨리 뛴 것이다. 남의 페이스에 말리지 말고 평상시 연습할 때처럼 만 뛰자고 몇 번을 다짐해본다.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꽃길은 계속 이어지고 도로변의 나뭇잎들은 약하고 연한 노란 단풍 기운이 감돈다. 15km를 조금 미치지 못해서는 오른쪽 무릎에도 약한 통증이 온다. 2주일간 전혀 연습하지 못한 탓이라는 것을 실감하며 보폭을 더 줄이고 지면에서의 발 높이도 최대한 낮춘다. 15km 지점에서 급수를 보충하고 계속 진행을 하는데 이제는 바람도 그리 불지 않고 햇볕이 다소 따갑게 느껴진다. 17.5km 지점에서는 처음으로 물스폰지를 사용해서 땀을 닦는다. 약한 오르막 중간쯤에 20km 급수대가 설치되어 있고 간식으로 오이와 바나나를 나누어준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오이를 5쪽 받아먹은 후 잠시 다리 근육을 풀어 준다. 조심스럽게 뛰므로 왼쪽 엉치뼈의 통증이 더 심해지진 않지만 오른쪽 무릎도 조금씩 아파온다. 이때의 소요시간은 114분이므로 10km를 61분에 뛴 것이다. 약한 오르막이 몇 군데 있지만 지금까지의 코스는 무난하다. 언덕을 올라 내리막 다시 오르막을 넘으니 꽤 긴 내리막이 계속 이어진다. 25km 지점에서 물을 마신 후 소변이 마려워 도로변의 카센터를 찾아갔으나 화장실이 보이지 않으므로 포기를 하고 만다. 대략 26km 지점부터 500여m는 강변 1차 도로를 뛰는데 차량통제를 하지 않은 탓에 버스들이 옆을 스쳐 지나간다. 26km지점에서는 길 옆 으슥한 곳을 찾아 소변을 본다. 27.5km 지점에서 다시 물스폰지를 사용하면서 조금 쉬는데 물이나 간식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지만 그냥 바람일 뿐이다. 무릎과 엉치뼈에 이어 이제는 허리와 어깨도 조금 불편하다. 날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입술은 바싹 바싹 마르며 땀은 쉴 새 없이 흘러내린다. 힘도 들고 허기가 지므로 30km지점에서는 간식을 먹으며 조금 쉬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물 밖에 없다. 앞서 부지런히 간 선수들이 몇 개씩 먹고 들고 갔다고 한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각종대회 참가했다가 간식이 떨어져서 먹지 못한 경우는 처음 겪는다. 참 어이가 없지만 만들어내어 놓으라고 할 수도 없고 달리 도리가 없지 않은가 ? 물을 몇 잔 마시고 잠깐 쉬면서 허리, 무릎, 어깨, 목운동을 하며 몸을 풀어 준다. 이때의 소요시간이 183분이므로 10km를 69분에 뛴 것이다.
30km를 지나면서 부터는 걷는 선수들의 모습이 간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 몸의 안 좋은 상태를 느끼면서 참 멀리 잘도 왔다는 생각을 하며 힘든 한 걸음 한 걸음씩을 옮긴다. 30~35km 구간은 2차선 도로인데 한 쪽 차선은 완전히 통제를 하여 주로로 활용하고 있다. 풀코스의 전 구간은 경찰이 차량통제를 하고 있는데 해병전우회나 모범운전자 등의 지원을 받지 않는 것이 다른 대회에 비해 이채롭다. 32. 5km에서도 힘이 들기 때문에 스폰지를 받아 땀을 닦으며 조금 쉬었는데 원래 없는 곳이지만 이곳 역시 간식은 없다. 35km 지점에 도착해서 물을 보충했는데 간식은 모두 떨어졌단다. 물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페이스메이커 중의 한 분이 봉사학생에게 경찰무전기를 통해 물을 확보해 놓으라고 한다. 아직 뒤에 뛰어 오고 있는 사람이 많고 더위를 이기지 못하는 사람들은 몸과 머리에 물을 쏟아 붓기도 한다는 말과 함께...
500여m를 더 갔을까 꽤 긴 오르막이 막 시작되는데 간식을 전혀 먹지 못해서인지 힘도 없고 온 몽이 고통스럽다. 5분 정도를 걷다 다시 힘을 내어 뛴다. 이제는 아무 생각도 없다. 그저 빨리 피니쉬라인에 도착하기만을 바랄뿐이다. 앰블런스 한 대가 바쁘게 지나가지만 여기서 절대 포기할 수는 없다. 주로의 중앙선에 대기 중인 앰블런스에서 물을 얻어 마시는 선수들의 모습이 보이므로 뒤에 서 있다가 한 잔을 받아 마신다. 내리막인데도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며 몇 명을 따라 잡고 그리 길지도 않은 언덕 중간에서 다시 걷는다. 스폰지든 급수든 빨리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며 걷다 뛰다 하는데 37.5km 지점의 스폰지를 공급해야할 장소에 탁자와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얼굴에 물을 적시며 조금은 편안(?)하게 쉬려던 마음에 실망이 더욱 크다. 이제는 발목에서조차 통증을 느낀다. 지금까지 23번의 마라톤(1번 실패)을 뛰면서 발목의 통증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9. 13일의 다소 무리한 산악마라톤대회 이후 전혀 연습을 하지 못한 까닭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조금 더 가니 500m 앞에 급수대가 설치되어 있다는 표지판이 보이므로 40km 지점이 가깝다는 뜻이므로 없던 힘이 조금은 난다. 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온 몸이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겠지만 나 보다 몸매가 더 건강해(?) 보이는 여성분들이 한 걸음 한 걸음씩 잘 내딛는다. 급수대가 나타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가지만 보이지 않는다. 결국 골인 지점까지 급수대를 보지 못했으므로 40km 지점의 급수대는 먼저 철거를 했거나 아니면 물이 떨어져 폐쇄를 했다는 얘기인데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대략 골인 지점 1km를 남겨 놓고는 여성 선수 3명의 뒤를 바라보면서 아픔을 참으며 계속 뛰었고 마침내 피니쉬라인을 통과한 시각이 01시 54분을 막 지나고 있었으므로 4시간 47분 정도의 기록으로 완주를 한 것이다. 출발선 200여m 부터는 주로 변에서 바라보고 있는 시민들이 파이팅을 외치면서 손을 흔들어 주므로 통증이 줄어드는 것도 같고 바닥난 힘이 조금은 나는 것도 같아 너무나 고맙다.
5. 소감 및 귀향
2주 만에 풀코스를 뛰었다. 가장 힘들게 뛴 대회로 기억될 것 같다. 코스는 대한육상경기연맹 공인코스라고 하는데 비교적으로 좋은 코스라고 생각된다. 일부 구간이 조금 신경을 쓰게 만들었지만 시내지역을 달릴 때는 도로 중앙선 측에 주로를 확보하였고 황금빛 들판과 숲이 우거진 도로변을 따라 뛰므로 가까운 데부터 먼 곳 까지 시야를 시원스럽게 확보할 수 있었고 조금은 덜 지루하게 느껴졌다. 특히 출발지 부터 통일대교를 지나 북쪽으로 한창 달리는 등 대략 15km까지의 코스는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회 진행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① 대회장의 간이 화장실 이용 불편 ② 대회장 안내표지의 불명확 ③ 탈의실 협소 및 짐 보관소 운영 미비 ④ 매 1km 단위로 거리 표시가 되지 않은 점 ⑤ 물과 간식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음은 물론, 대회가 끝나기 전에 급수대와 물스펀지대를 철거한 점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① 대회장의 주변 경관이 넓고 아름다움 ② 동행 가족들을 위한 체험시설 등
을 대폭 준비한 점 ③ 출발장소의 색다른 아취 ④ 뛰기에 적당하고 원만한 코스 마련 ⑤ 서울~임진강역 까지의 특별열차 제공 ⑥ 북한 주민 돕기 성금 기탁 등은 매우 좋았던 점으로 기억된다. 마라톤대회는 동행하는 가족도 같이 즐기지만 달림이들을 위해서 마련된다. 대회를 주최한 경기도와 후원기관·단체, 생산활동과 생업의 불편을 감수하고 오랜 시간 동안 차량통제 협조하여 주신 파주시민, 차량통제와 급수·.간식 지원을 위해 뙤약볕 아래서 고생하신 경찰과 자원봉사자 등 대회의 성공적인 준비와 진행을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완주하고 나니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고 후들후들 떨린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 기력도 없고 마냥 아프다. 14시 50분 서울행 열차에 탑승해야 하므로 마음 편하게 게길 시간이 없다. 물을 한 통 받고 칩을 반납하며 간식을 받은 후 짐을 찾는다. 너무 허기져서 간
식(빵 1, 우유 1, 바나나 1, 연양갱 1)을 모두 먹은 후 옷을 갈아입고 임진강역으로 부지런히 걸어간다. 귀가를 서두르는 인파가 몹시 많다. 승차권 1매(1,400\ 무료)를 얻어 14시 50분 행 열차에 올라타서 힘겹게 자리를 잡은 후 잠을 청한다. 16시 15분에 서울역에 도착 다시 강변역 행 지하철(1,100\)을 탔고 강변역에 도착하니 16시 57분이다.18시 55분 행 동해행 버스표(14,400\)를 구입한 후 17시 10분에 가까운 동방대중사우나(3,000\)에 들어가 18시 까지 몸을 씻는다. 같은 건물에 있는 들녘식당에 들어가 두부김치전골(6,000\)과 소주 한 병을 시켜 점심 겸 저녁으로 부지런히 먹고 18시 40분에 동서울터미널에 도착을 한다. 18시 55분 행 동해행 버스에 탑승하자마자 곧바로 잠이 들었고 장평휴게소에서 15분 정도의 휴식을 가진 후 동해에 도착하니 22시 20분이다. 다리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걸어갈까 택시를 탈까 잠깐 고민하다 택시(2,500\)를 탔으며 집에 도착하니 22시 30분이다. 이로써 참 숨가쁘게 파주시를 오가면서 뛴 23번째 풀코스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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