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대’ 직장생활 가늘고 길게 ‘따뜻한 철밥통’ 선호
바늘구멍 서울시 공무원 공채시험에 15만여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등 공무원이 구직자들에게 최고 인기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은 ‘공시생’으로 불린다.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고 구직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면서 취업문이 ‘고시’만큼 뚫기 힘들기 때문이다.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한 대학졸업자뿐 아니라 삼성이나 현대 등 굴지의 기업들에서 뛰쳐나와 공무원 공채에 가세하는 회사원들까지 늘어나고 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선 지나치게 안정성만을 추구하면서 젊은이들의 진취적인 도전정신이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강북의 한 공무원 시험 준비 전문학원에서 실시하는 수험정보 설명회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 학원측은 설명회 참석자를 제한하기 위해 200여장의 입장권을 배포한다. 그런데 입장권의 상당부분은 50~60대의 주부 손에 쥐어진다. 직장에 다니거나 대학도서관에서 공부 중인 자녀를 대신해 입장권을 받아가는 어머니들이다. 학원 관계자는 “참석자의 20%는 직장인이고 나머지는 대학생들”이라면서 “빡빡한 기업문화에 지친 회사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량진 고시학원가도 공무원 시험 준비생으로 성황이다. 낮시간에는 대학졸업생이 주축을 이루고, 야간반에는 넥타이 차림의 직장인이 대신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 모임이 20여개 개설돼 있다. 이중 ‘9급 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에는 27만4천여명이 가입해 있다. 공직사회의 인기를 반영하듯 최근 접수가 마감된 서울시 공무원 공채 모집에 15만여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7월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2006년도 서울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응시원서를 접수한 결과 932명 모집에 15만1천97명이 지원했다. 지원자 숫자로는 사상최고 기록이다.
특히 유명 대기업 사원까지 구직대열에 몰려들고 있다. 유명세와 고소득을 믿고 입사했지만 과중한 업무와 경쟁 스트레스, 정년마저 점차 짧아지는 기업문화에 실망한 회사원들이 공직사회로 ‘유턴’하는 것이다. 또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신세대 사고방식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굳이 개인의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회사에 ‘충성’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급여수준이 높아진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비정규직 종사자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연세대 취업정보실 김준성 부실장은 “졸업생 10명 중 6명이 취업하고 이중 2명이 비정규직”이라면서 “안정적 생활과 정년이 보장되는 공직사회로 옮겨가고 싶은 분위기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직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공직사회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로 ‘장밋빛 환상’에 물들어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고위 공무원단 도입으로 경쟁이 치열해졌고 업적 평가도 정밀·강화되고 있다”면서 “특히 기업마인드까지 도입돼 만만히 볼 직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진취적인 도전정신이 실종되면서 미래보다는 현재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세태가 반영된 심각한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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