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하다 죽어도 좋아" 어느 중독자의 고백
[한국일보 2006-04-03 ]
운동에 빠져 생업도 버리는 소위 '운동 중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각 종목별 동호회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일반 마라톤 대회는 물론이고 해남 땅 끝 마을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622km를 일주일 동안 밤낮으로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에도 신청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
MBC 'PD수첩'이 오는 4일 밤 11시 5분 운동 중독자들의 실태와 부작용을 취재한 '죽어도 좋아 - 운동중독'편을 방송할 예정이다.
▲ "운동을 하다 죽어도 좋다" 운동 중독자들의 고백
사례1. 상계동에 사는 최모(59)씨의 하루 평균 운동시간은 총 6시간이다. 최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노원구에 위치한 수영장까지 달리기로 이동해 평균 2시간 수영을 한다. 일터인 동대문까지 20km가 넘는 거리를 2시간 동안 뛰어서 이동한다. 다섯 시간 동안 장사를 하고 다시 사이클을 타고 집에 간다. 운동이 너무 좋아서 직장까지 그만 두고 장사를 하고 있는 최씨는 마라톤 대회가 있는 주말이면 대회장 근처에서 장사를 해 철인 3종 경기대회 참가비를 마련한다.
사례2. 120kg이 넘던 몸무게를 50kg이상 감량한 서진석(가명)씨는 매일 4시간 이상 웨이트트레이닝과 유산소 운동을 한다. 서진석씨는 과도한 운동으로 허리 디스크와 퇴행성 관절염을 앓게 되었는데 더 큰 문제는 이틀에 한번 꼴로 기절을 한다는 것. 하지만 서씨는 기절하는 것에서 오히려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다. 닭가슴살과 토마토, 고구마, 단백질 보충제로 끼니를 때우는 서씨는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다가도 운동할 시간만 되면 혼자서 헬스클럽을 찾는다.
사례3. 마라톤 100회 완주를 목표로 하는 이상현(58·가명)씨는 매주 마라톤 대회를 빠지지 않는다. 인대 부상을 당했지만 부상도 뛰어야 낫는다는 생각에 달리기를 쉬지 않는다. 이씨는 잦은 부상속에서도 'sub-3'(3시간 이내에 마라톤 풀코스 주파)를 목표로 오늘도 쉼없이 달리는 중이다.
▲ 운동중독의 원인 '베타 엔도르핀'
제작진은 '운동중독자'들이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잦은 부상과 사회 생활에 미치는 악영향데도 불구하고 운동에 매진하는 원인으로 마약과 같은 효과를 내는 호르몬 '베타 엔도르핀'의 생성을 꼽는다.
운동 중독자들이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초조함, 불안감 등 금단 현상을 겪는데 이는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베타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 때문이라는 것. 이 물질은 헤로인같은 마약을 투여했을 때와 유사한 행복감을 안겨 준다.
제작진은 달리기, 근력 운동, 에어로빅, 테니스 등 네 가지 운동을 통해 '베타 엔도르핀'이 운동의 종류와 운동 시간에 따라 어느 정도 분비되는지 실험 결과를 공개한다.
▲ 운동중독의 해답은 어디에?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황영조 감독은 "제 자신도 마라톤 42.195km 완주는 일 년에 두 차례만 했으며, 매주 풀코스를 뛰는 등의 과도한 운동은 건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충고를 던졌다. 'PD수첩'은 '운동은 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지적하고 대안 찾기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아이닷컴 모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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