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가자 수기 우수작 발표


2001동아서울국제마라톤대회 참가자 수기 공모에 참여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3월31일 수기공모를 마감, 본사 논설위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10여일간의 심사 끝에 2편의 우수작을 선정했습니다.


이번 공모에는 70여편이 응모, 양적인 증가는 물론, 질적인 면에서도 예년보다 우수하여 예정에 없던 가작 8편을 추가로 선정했습니다.


우수작의 영예를 안은 김병문씨와 도일수씨에게는 쏠라스포츠에서 제공하는 맥박시계 1개씩을 드리며 원고는 2002동아서울국제마라톤대회 프로그램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8편의 가작 역시 게재될 예정이며 게재 후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우수작과 가작은 물론 모든 응모작은 좌측의 ‘마라톤참가기’를 클릭하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우수작 (2편)
경기장에 있는 당신에게- 나를 스친 여인들 (김병문)
마라톤은 착한 바이러스 (도일수)


가작 (8편)
아내에게 주는 선물 (구태훈)
아름다운 나의 첫 사랑 42195 (손육래)
사랑하는 아버지께 드리고 싶었던 선물 (문기숙)
광화문!!! 그 함성 그리고 오늘 함성 (박승용)
노랑머리 휘날리며 (신동익)
달려서 광화문에서 잠실까지 03:07:57 (김광진)
코치님 은공입니다 (박만년)
특별한 봄 달콤한 사랑이…… (김형근)














□ "마라톤은 착한 바이러스" (수기)


우리네 사람들은 인생을 마라톤에 자주 비유한다.
하프, 풀 코스를 단 한번이라도 완주한 사람이라면 이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찾지 않을까 싶다.


대학졸업 후 단지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10년 후 내가 꿈꿔왔던 모습을 확신하며 선택한 직업이 경찰관이었다. 어느덧 만 8년... 두 아들을 둔 30대 중반을 갓 넘은 평범한 가장이지만 우연한 기회에 등산을 열심히 다니기 위해 시작한 마라톤으로 그 꿈을 이룰 것만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나의 새내기 마라톤은 `99년 춘천마라톤 하프를 목표로 출발하였다.
마라톤 완주에 대한 막연한 기쁨만을 갈구하며 경험한 첫 하프의 (1:48분대) 결과는 새 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 새해에 "풀 코스 도전이라는 꿈" 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기쁨에 찼다.
가족과 내 주변사람들 모두에게 춘천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하겠노라고 호언장담했다. 8월말, 등산 갔다 바위에 떨어져 다치기 전까지만 해도 많은 훈련을 실시했고 자신도 있었으나 척추압박골절을 입은 것도 모르고 삼척마라톤을 뛴 것이 화근이 되어 춘천풀코스를 신청하는 것 자체도 불투명해졌다.


새 천년 새해에 풀 코스를 완주하겠노라고 그렇게 내 자신에게 약속하지 않았던가! 포기하면 영원히 후회할 것 같았다.
춘천대회는(4:12분대) 말 그대로 시련과 환희가 교차하였다. 걱정이 되어 함께 한 아내가 골인지점에서 나를 반겨주며 "이렇게 힘들게 들어오는데 누구 하나 반겨 주는 사람 없으면 어떻게 해, 무조건 따라 다닐 꺼야" 했던 말 한마디는 이번 동아마라톤을 준비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어 주었다.


척추압박골절이 꾸준한 물리치료로 호전을 보이자 11월 중순부터 동아대회의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였다.
훈련장소는 집과 파출소(7km), 해안도로(14km), 종합운동장(트랙과 1km되는 외곽주차장), 해돋이로 유명한 추암해수욕장 입구에 위치한 북평공단(7km, 10km : 훈련의 최적지로 자신함)을 무대로 매주에 50-80km를... 주말을 이용 20-30km 지속주를 소화해냈다.
파출소 3교대제 근무(12시간 근무, 24시간 휴게)로 대회전까지의 훈련시간은 충분했다. 오전 퇴근길에 북평공단 10km를 한번 뛰고 집에 들어오거나 집에 들어와 오후에 공단 뛰기를 반복... 저녁 퇴근길에는 파출소에서 집까지 7km(약 30분대)를 달렸으며 새벽시간대에는 주로 해안도로와 종합운동장(체력단련실에서 웨이트트레이닝훈련 동시 실시)에서 달리기를 반복하고 집에서는 상·하체 근력 키우기에 열중했다.


외로이 새벽 해안도로를 달리 때, 멀리서 환하게 반짝반짝 비추는 순찰차량 경광등 불빛 하나만으로도 단지 내 동무란 이유로 외롭지 않았고 쉽지만 않았던 지난 8년이라는 직장생활을 한순간 잊게 하고 맑고 희망찬 나의 미래에 대한 설계를 거창하게 그려보기를 자주했다.


2월 중순경, 달리면서 알게된 동해시 마라톤 매니아들의 첫 만남은 동해마라톤 클럽을 탄생케 하였고 모두가 마라톤 선배, 형님들로써 이론적 자문과 훈련파트너로 많은 도움 받았고 정말 고마운 분들이시다.


동해 사문재에서 출발 강릉 심곡까지 왕복 약 35km 정도, 차량통행이 적어 한적하고 바다와 해송사이로 불어오는 봄바람이며 파도소리에 질세라 갈매기들의 외침이 선명히 들리는 돈내고 뛰어도 아깝지 않을 환상의 마라톤코스인 해안도로를 대회 1주일을 남기고 마지막 훈련장소로 잡았다. 전날 5cm이상 내린 눈으로 도로 곳곳이 젖어 있었지만 화창한 날씨 덕분에 훈련을 잘 끝냈다.



모든 것이 잘 준비되는 듯 싶었다. 그러나... 아니! 이게 웬 일인가? 혹시나 무슨 이유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며 염려했던 일이 나에게도 생긴 것이다. 같이 근무하던 직원 1명이 진압훈련 갔다 오면서 교통사고를 입어 척추손상이 심하여 수술을 해야한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는 순간 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척추압박골절로 나도 그 고통을 받아보지 않았던가!
근무여건상 1명도 아니고 나로 인해 2명이 동시에 빠지면 남아 있는 직원들 고충을 잘 알기에 모른척하고 동아마라톤에 참가하겠다고 직원들에게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 "1m 1원 사랑의 마라톤" 후원자도 1명 확보해 놓고 동아마라톤을 참가하려고 척추압박골절이라는 어려움과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린 지난 겨울에도 불구하고 동계훈련을 이 악물고 얼마나 힘겹게 잘 소화해낸 내가 아닌가!


용기를 내어 파출소장님께 말씀드렸다. "소장님! 면복없습니다...2틀 연가 내어 동아마라톤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대신 열심히 뛰고 와서 곱절로 충실히 근무하겠습니다" 라고... 흔쾌히 승낙하시는 눈빛은 아니었지만 파출소 옆 북평공단과 퇴근길에 달리는 나의 모습을 수 차례 보아왔기에 어느 정도 나의 심정을 이해하시는 것 같았다.
남은 것은 대회 1주일... 식이요법을 해야한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구제역 파동이 문제냐! 동아마라톤이 더 큰 문제지!" 라는 나의 투쟁(?)에 아내는 소고기 반찬으로 3일을 시작, 감자와 밀가루 반찬으로 3일을 끝내는 본의 아니게 편안한 식단 준비에 흥겨워했다.



올림픽 공원 인근 형님 집에서의 대회전날 밤... 그토록 가고싶어 했건만 집안 사정으로 같이 못한 아내를 대신해 형수, 조카들이 응원부대가 되어준다는 행복함 뒤에 내일 있을 거사(?)에 설레이는 가슴을 조카들 앞에서 감출 수 없었다.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기며 오래도록 같이 해보지 못한 형제의 동침에 형수는 은근히 질투를 하지 않을까 약간 미안해하며 한 이불 속에서 단잠을 청했다.


밤새 형의 코고는 소리와 시간마다 울리는 뻐꾹이 노래에 몇 차례 눈을 뜨기는 했지만 대체로 잠을 잘 잤다. 05:00 갓 넘어 일어나자마자 밖의 날씨부터 확인해 보니 오늘 일기가 좋은 듯 싶었다. 형수님이 정성껏 준비한 찹쌀밥과 떡을 맛있게 먹은 뒤 잠실주경기장 입구에서 화이팅! 을 외쳐 주겠다는 형수님의 응원소리를 뒷전으로 구경기여고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집결지는 패션쇼를 방불케 하듯 각양각색의 운동화, 모자, 썬글라스와 유니폼을 입은 참가자들과 가족들로 인해 그야말로 휘황찬란한 대 장관을 이루었다. 이 많은 주인공들이 오늘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오지 않았나 싶다. 나 또한 여기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땀을 차디찬 도로 위에 흘리지 않았는가!
배부한 유니폼을 입어달라는 사무국의 바램을 알면서도 신생이지만 진짜 골수님(?)들이 모인 동해마라톤클럽 존재를 알리고 싶은 욕심에 클럽 유니폼을 입고 출발지로 몸을 향하면서 참가자들의 활기찬 발걸음에 저절로 떠내려가고 있음을 느꼈다.


긴장되었다. 이 긴장 때문인지 주변여건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09:00∼09:50 사이에 소변을 3번이나 (?)했는데도 출발10분 남겨두고 정말 한번 더 가고싶었다. 사실 주변분위기에 휩싸이기보다는 내 코가 석자라고 출발 후 소변을 어떻게 해결할까가 더 문제였다. 순간, 과-꽈-꽝! 축포와 참가자들의 힘찬 함성소리에 모든 것을 잊고 가슴 벅찬 기쁨이 넘실거리는 그곳을(?) 향해 머나 먼 항해를 시작하였다.


"오버페이스를 절대 하지 마라. 처음 몇 분을 단축하려고 오버페이스하면 후반에 체력이 떨어져 그 몇 분의 몇 배를 손해본다" 며 대회전, 클럽 이진우 총무님이 한 말을 반드시 지키자고 내 자신에 체면을 거는데... (출발 5km 못 지나) 처음 뵙는 런너스클럽의 이상종님께서 내게 다가와 목표시간을 물으시고 자세와 속도가 비슷하다며 내 옆에서 계속 같이 달려주셨다. 약 35km이후가 문제라며 32km까지 초보인 내게 정말 편안한 레이스를 이끌어 주었고, 내가 아직 힘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앞서나가라고 할 때...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슴속 깊이 간직한채 남은 10km거리는 매 1km마다 내가 동계훈련장소로 수백 km를 달렸던 북평공단 10km를 상기하며 잠실주경기장을 향해 최선을 다해 달렸다. 몹시 힘들게 완주했던 춘천대회와는 달리 저 멀리 잠실주경기장이 보일 때까지도 내 자신이 놀랍도록 힘이 남아있는 듯해 늘 선망했던 고수(?)님들을 한 분씩 앞지르며 히-힘! 을 외쳐 주기도 했다.


TV에서만 보아왔던 잠실주경기장 입구를 지나 트랙을 도는데, 5410번 파이팅! 하는 형수님의 우렁찬 외침소리와 골인지점에서 확인된 3:18분대의 기록을 보고 정말 기뻤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직 마라톤 영웅들만의 자리에 강원 촌놈이 서 있고 그 자리에서 형수님과 조카들의 응원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나의 첫 출전인 동아대회는 잊지 못할 얘기 거리로 오래도록 가슴속깊이 간직될 것 같다. 2틀 연가내 어렵게 서울 상경한 것이나, 마라톤의 선배로서 잘 이끌어주셨던 이상종님의 부족함 없는 배려에 출발 10분전에 말썽이던 소변을 완주까지 참고 달렸던 일, 나의 동료! 포돌이들의 큰 몫에 완주내내 가슴 뿌듯했으며, 3. 18일날 감지덕지한 3:18분대 기록을 달성한 것 등으로 인해...


"마라톤은 착한 바이러스"로 웬만한 백신으로는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한다는 나의 확신...
완주를 하겠다고 외쳐 됐지만 멀리 희미하게 보이기만 했던 마라톤의 진짜 맛과 멋을 경험하면서, 혼자서만 누리기는 너무나 아쉬움이 클 것 같다.
마라톤 전도사로서, "착한 바이러스"가 되어 모두에게 나누어주고 전염시킬 것을 조심스럽게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