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달릴 거리 30km 계획으로 집을 나섰다.

고어텍스 모자에 버프로 무장하고 통장 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며칠 동안 밀린 숙제하는 기분으로 통장 댁에 도착하여 도장하나 받고

만우동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버스종점에서 턴하여 대순이집을 찍고 어달리를

돌아오는 30km 행진을 할 계획이다. 만우가든 앞을 지나자 느릅재 황구가 생각나서

예정에도 없던 느릅재 길로 들어섰다

이레마을 요양원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며 놈이 덤비면 어떻게 대처할까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으로 느릅재 정상에 오르자 황구란 놈이 오뉴월도 아닌데 

길옆에 늘어지게 앉아 있다가 나를 쳐다보고 일어나며 으르렁 거린다.

뛰던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걸으며 놈을 바라본다.

내가 몸으로 할 수 있는 것 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일전에 모든 것을 사용하였지만

놈을 물리치질 못했다.

이 순간 나의 무기는 단하나 두 눈에 불을 켜 안광을 폭사 시켜가며 놈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무지막지한 눈총을 발사한다.

놈은 으르렁 거리며 나의 눈총을 받아낸다. 발걸음은 계속 옮기면서 두 눈에

미사일 아니 핵폭탄보다 더 가공할 힘을 주어 불을 뿜어대었더니

놈이 나의 눈을 피한다. 앗싸 이때다 싶어 재빨리 놈의 눈에서

눈을 떼며 서서히 달리기 시작한다. 클럽하우스를 지나 수련관으로 방향을 잡는다.

처음 계획과는 완전 주로가 바뀌었지만

비천다리를 찍고 돌아오면 대충 비슷한 거리가 될 것 같다.

승지동 입구에 들어서자 푯말이 나를 붙잡는다.

외부인 및 등산객은 돌아가란다. 구제역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 생각하며 걸음을

되돌려 클럽하우스에 도착 잠시 고민한다. 걍 여기까지 달릴까 아님

오던 길을 되돌아 30km 채울까

일단 되돌아 느릅재로 방향을 잡았다 또 황구란 놈과 맞짱 떠야한다.

이번엔 걷지 않으리란 마음을 먹고 느릅재에 도착하니 놈이 길 한가운데 누워있다.

일부러 쿵쾅거리고 달리니 놈이 슬슬 피한다.

이번엔 놈과 눈싸움을 하지 않고 뛰어가자 뒤에서 으르렁 소리가 잠깐 들린다.

올 때는 보지 못하였던 바리케이드가 있다. 황구란 놈과 눈싸움 하느라

바리케이드도 보질 못하였다.

바리케이드를 한 바퀴 돌아서 오던 길로 다시 내려간다. 놈은 아까

지상 최대의무기 인간 눈총을 맞아서 인지

아님 자기한데 해코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차렸는지 별 반응을 하질 않는다.

이젠 나의 모든 주로가 개방되는 순간이다.

나를 잡아먹을 듯이 사납게 덤비던 황구란 놈이 왜 꼬랑지를 내렸는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놈이 처음부터 사나웠던 건 아니다 첫 대면은 놈은 형편없는 몸매 몇 달 동안 먹이를

제대로 못 먹었는지 털은 꺼칠하고 갈비뼈가 보일 듯이 피골이 상접해있었다.

그때는 몸짓만하여도 무서워 신음소리를 내며 도망쳤다 그게 재미있어

조우할 때마다 손과 발 조금 더 나아가 짱돌 몽둥이 손에 잡히는 데로

걷어차고 집어던졌다. 놈은 하루하루 사나워져 가고 있었다. 급기야

돌을 던저도 도망가질 않고

여태껏 받은 수모를 앙갚음하듯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덤벼들자 전세가 역전되었다.

슬슬 놈의 눈치를 살피다가 급기야 놈이 더러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무서워서

지나가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주로를 바꾸는 정말 개 같은 경우가 생겼다.

이솝우화 나그네 외투벗기기 누구나 어릴 때 읽어 보았겠지만 거기서 난 바람이었다.

똑똑한 놈은 느낌으로 알고 보통 사람은 남의 실수를 보고 깨우치고 나같이 멍청한

놈은 격어 보고서야 느낀다.

격어도 모르는 놈은 짐승보다 못한 놈 ㅋ

남을 바꾸려면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남에겐 공자 말처럼 떠들어 대면서 하찮은

개쒜이한데도 행동을 바로하지 못하고 놈의 눈치를 보며 피하였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 한심하다.

다음에 지날 땐 황구에게 뇌물이라도 먹여야지 손님들이 먹다 남긴

삼겹살이라도 가져다주어야지 끄~응